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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경찰관 을유세계문학전집 147
플랜 오브라이언 지음, 이정화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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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 플랜 오브라이언(여담으로 wbc 한국대표선수로 뽑힐뻔했던 그 라이언 오브라이언은 아니다)은 1911년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작가로, 본명은 브라이언 오놀란으로 공무원이었으며 정부 정책과 관료주의를 풍자하는 글을 써서 여러 필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나'라는 어떤 인물이 필립 매더스라는 노인의 턱을 삽으로 세게 내려쳐 살인을 했다고 고백하는 문장부터 강하게 시작한다. 이름도 없다. 왜나하면 나중에 끝에 가서 밝혀질 거지만, 이 '나' 라는 인물은 16년동안 이미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세 번째 경찰관' 이라고 하는데 두명의 경찰관은 나온다. 그것도 미스터리하게. 마치 '나'를 잡고 탐문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서른때까지는 평범하게 드 셀비 라는 이론가를 연구하며 살다가 개를 인간처럼 이해하는 아버지와 전혀 주변에 신경쓰지 않는 무감각한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존 디브니라는 주변의 부모의 재산을 관리해주던 부정직한 인간을 만나 조종당한 것처럼 살해를 저질렀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이 책은 다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이유라는 게 없다. 그리고 불친절하고 각주를 참조하면 더 미궁속으로 읽히는 책이다. 그러니 대화도 전혀 엉뚱하며 이건 누구지? 라고 하는 조라는 마음의 소리도 등장한다. 무튼 처음에 등장하는 것처럼 매더스 라는 노인을 살해한 이유는 결국 그 노인의 재산인 금고를 훔치기 위함이다 라고 존 디브니라는 인물에게 지시받은 나는 그 노인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더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이 책은 놀랍게도 이야기 안의 공간의 배치가 잘 설명되어 있다.

 예를 들면, '온 아침과 온 세상이 오로지 그것의 틀을 짜고 거기에 크기와 위치를 부여하기 위해 존재했던 것만 같았다.' 라고 써내려가는 문장은 머리에 달린 눈은 이 책을 읽기 위해 떠 있지만, 머리가 텅 비어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그리고 다루는 내용은 죽음에 관한 심히 철학적인 내용이다.

 경찰관은 알 수 없는 우주의 원리를 자전거의 부품으로 설명을 하고 나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하자 딴 질문을 하고 엉뚱한 답을 내놓으며 이것이 결론이고, 정답이다 라고 우긴다. 심히 이 책을 계속 읽다보면 자전거는 마치 살아온 삶의 자취를 뜻하는 것 같고, 자주 등장하는 팬케이크 같군요 라는 표현은 생의 달콤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듯 보인다. 그리고 철학적인 말로 본질적인 속성은 무엇이냐 그것은 모든 알려진 사물로 본질적 속성이 없다는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주인공인 '나' 는 이름이 없으며 죽은 자이다.


 그리고 이 책의 끝부분에는 세금을 다루는 내용이 나온다. 마치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듯이... 경찰관 중에 한명이 자기만의 방, 공간을 이렇게 마련한건 세금 때문이다 라고 하면서.

 그러면서 삶의 중요한 질문이 마치 범인의 취조하듯 던진 질문처럼 나오는데 자조하듯 이렇게 읆조리는 장면도 있다.

 '이게 삶이오? 이런 건 차라리 없는 게 낫겠소. 삶에는 기묘하고 보잘 것 없는 쓸모 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 속담에는 '똥밭이라도 저승보단 이승이 낫다' 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그리는 저승, 죽음 뒤에 상상의 공간은 그냥 사무적인 방에서 이루어지는 쓸데없는 계속된 질문이다. 마치 말이 통하지 않는 벽을 마주하고 무한히 벌이는 정적의 향연같다.


 중간에 이 책은 답답함만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바다 한가운데 증기선에서 밧줄을 감으며 힘든 육체운동을 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여기서 멀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p.126) 그럴 수록 "내 머리는 두려움과 사소한 걱정들로 가득 찼다."(p.133)  "숨을 일이 있으면, 전 항상 나무 위로 올라갈 겁니다. 사람들은 올려다보는 재주가 없으니까요. 높은 곳은 잘 살펴보지 않죠."(p.182) 숨을 돌릴 만한 탈출구의 틈도 간간히 내어준다.


요즘 주식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포모(Fear Of Missing Out)의 세태를 풍자하는 듯한 불안한 인간들의 군상을 당나귀의 모습으로 그리기도 한다. 기술발전의 놀라운 속도 그 안에서 소외되어 죽어가는 쳐진 인간들의 모습은 AI로 가려진 우리 인간들의 어두움도 그리기도 한다.


 '알 수 없는 대화' 가 끝없이 반복된다며 그 곳이 지옥일 것이다. 라고 말하는 오브라이언은 심각한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가볍게 풀어내는 대작가의 면모도 보여 중간중간 위트있게 웃음을 짓게 만든다.

 "경사님이 지혜로운 말씀을 하신 게 분명하군요.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는 걸 보면요."(p.123) 이런 부분들 떄문에 이 책을 읽고 난 총평의 문장인 살면서 이렇게 터무니 없고 기묘한 이야기는 처음 입니다. 라고 적어있는 문장은 삶과 죽음을 꽤 살벌하게 써내려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pp78-79, pp290-291 한 문단에서 그려내는 내 평생 그런 경찰서는 본적이 없었다 라고 강조한 묘사는 나에게 내 평생 그런 이야기의 책은 오브라이언의 "세 번째 경찰관" 이 책이 처음 이었다. 처음 읽을때는 너무 엉뚱하여 이 것을 환상문학이라는 장르라고 평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으나 두번째, 세번째 다시 볼때는 어느 새 철학 입문서처럼 고개를 주억거리며 밑줄을 긋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있었고 오브라이언이라는 공무원이자 작가는 일하면서도 상상을 특이하게 하는 혼자만의 세계에 잘 빠지는 외톨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경찰관이라는 직무의 집단을 무척이나 싫어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것도 풍자의 한 부분이겠지만. 이 세상의 풍자할 것 들이 너무도 많아 풍자라는 이름의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이 결국은 죽음에 대해서 그려내지만 결국 생은 다시 시작이다. 그러니 희망을 한번쯤은 아니 죽는 순간까지 안고 버텨내라고. 죽을 대하는 자세도 저항이고, 삶을 대하는 자세도 저항이니 그 저항은 잠시 빛을 발하는 빛줄기처럼 이어져있다고 독자들에게 묻고 있는 듯 하였다.


*이 책은 을유문화사 서평단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인생에서 좋은 것들에는 대개 어떤 단점이 함께 있기 마련이죠. - P52

이게 삶이오? 이런 건 차라리 없는 게 낫겠소. 삶에는 기묘하고 보잘것없는 쓸모밖에 없으니까. - P65

온 아침과 온 세상이 오로지 그것의 틀을 짜고 거기에 크기와 위치를 부여하게 위해 존재했던 것만 같았다. - P79

대단히 아카탈렉틱(acatalectic) 하군요 - P111

저항할 겁니다 죽을 때까지 저항할 거예요. 그러다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내 생존을 위해 싸울 겁니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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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리영희
고병권 외 지음, 리영희재단 기획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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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의 고민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혹시 길을 잃었을때 멘토로 여길만한 스승은 어디에 있는가. 그 물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러던 중 '창비' 출판사에서 <나와 리영희> 에 과한 서평단 모집을 보고 바로 신청을 하게 되었다. 23년 전 수능을 마치고 아무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망망한 사회로 던져질 출발을 할 즈음 고민을 할때 잠시 나마 한숨을 돌렸던 '리영희' 라는 이름을 다시 마주한 순간이었다.


 이 책은, '리영희' 선생과 직접 교류를 하셨거나 친분이 있었던 많은 명사들이 기억하는 회고의 형식을 빌어 다시 한번 '리영희' 선생을 추억하면서 추억에서 그치는게 아닌, '리영희' 선생이 아직 살아계신다면 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까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마지막에 '대화' 라는 책을 내신 후 나이가 드시고 병마로 인한 체력의 노쇠함으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라고 하시며 마지막 펜을 멈추셨다는 철저한 자기의 판단. 이 책을 읽으며 5년전 방영한 <다큐 리영희> 5부작을 같이 보았다. '지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고, 어떻게 '적확한 표현' 써서 이 사회의 '진실' 에 대해서 글로 써야할지를 실천에 옮기셨던 그 분의 많은 고민들을 주변의 글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었다, 그 진실 속에는 '미래' 가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 '진실' 을 실천에 옮기려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인기 주례선생님이기도 하셨다는 '리영희' 선생님. 나는 그 분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게 맞을 것 같다. 이제는 책으로 남겨지신 그 분의 뒷 얘기들을 읽으며 '국가', '나라' 가 아닌 '사회' 를 바라보는 현실을 좀 더 정확히 바라보고 판단하고 말을 하고 고 주변에 불합리한 것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늦게나마 다짐해본다.


 인간의 삶의 모습에 관한 어떤 '규범' 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것에 관해 차분하게 글로써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눈, 진실을 찾는 눈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셨던, 많은 청년들에게 은사로 불리셨던 선생님에 관한 글을 접하니 다른 저작들도 찾아서 읽고 싶어졌다. 

 또 그 분이 영향을 많이 받았고 자신의 스승과도 같았다고 말씀하시던 중국의 작가 '루쉰' 의 글들을 읽으며 글로나마 고민했던 삶의 고민들의 해답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앞으로의 삶에 있어 말보다는 글과 행동으로 한걸음 더 정직하고 차분한 나날들을 실천하리라 다짐하며 이 책을 덮는다. 당시 암울하고 포악했던 시대 속에서도 현명한 답을 찾고자 행동하였던 지식인들 중 큰 한분인 '리영희' 선생의 이름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이 책을 제공해준 '창비'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 책은 '창비' 출판사에서 서평단으로 참여하게 되어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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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이즈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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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다이어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사진, 문학, 재즈, 역사 등 다양한 소재로 다양하게 글을 쓴다.


'그러나 아름다운', '지속의 순간들' 의 전작 등을 통해서 

한 사물이나 생각 등을 집요하고 아름답게 쓰는 작가라는 것을 알고

이번 신작의 서평을 지원하게 되었다.


이 책의 소재는 도어즈로 문을 연다.

그리고 영국인 답게 테니스를 좋아하는지 앤디 머리 선수의 은퇴이야기,

축구이야기 등도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나는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식 다음날

참외가 침수한 지역 성주에 가서 2박 3일간 모텔 생활을 하며 출장을 다녀왔다.

얼굴은 까맣게 익었고 늘 취해있는 상태로 바보같은 질문을 하였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불멸을 위해 크나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살아 있는 동안 수차례 죽어야 한다."

p.101 

니체가 말한 이 언급은 제프 다이어가 숱하게 니체를 언급하며 영원회귀 사상에 대해서도 말한다.

우리는 마치 삶의 끝없는 고리 안에 갇힌 것처럼 그 순간의 고리에 잠시 갇히게 된다, 고 적고 있다.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말은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유명한 말이다.

가끔 이 말을 떠올리며 시험의 실패, 취직의 실패 등을 겪을 때도 되뇌었지만

사실 끝과 실패는 다른 말이라고 생각한다.


제프 다이어는 우리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관념과 이루어진 상상에 대해

거침없이 적는다. 시종일관 유머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진지하게.

내가 다루는 주제는 말할 나위 없이 중단하기다.

이것이 나를 계속 나아가게 만든 주제다.

내가 끝났다는 믿음이 바로 나를 계속하게 만든 힘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한때 재미나게 읽었던 작가의 이름들이 나온다.

제임스 설터, 츠바이크, 잭 케루악 등


재미없는 책을 계속 묵묵히 읽어낼때 필요한 자제력 말이다.

나는 그 자제력이 없다.

고통을 참고 운동하면 언제나 더 큰 고통을 유발하는 법이다.

그 고통 전에 운동을 멈췄다.


나의 끝은 언제나 쉬운 편이었다.

그래서 제프 다이어가 이 책에서 말하는 라스트 데이즈를 다루는 방식은

나에겐 너무 쉽다. 그대로 멈추면 되는 것. 그렇다고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라고

말하는 한 스님의 말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안멈춰도 안보이는 것들은 멈춰도 보이지 않고

안멈춰도 보이는 것들은 멈춰도 잘 보이지 않았다.

터널같이 갑갑했던 순간들. 끝으로만 덮여있던 사방의 문들.

연극이 끝난 후 노래를 듣고 그 귀라는 감각이 마지막까지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얼마 전 집앞에 애용하던 CU가 문을 닫았던 순간을 생각한다.

그 끝은 이것이 끝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편리는 이것이 끝이다, 라고.


이런 잡소리를 하는 이유는

제프 다이어의 라스트 데이즈가 이렇게 끝을 다루는 방식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한편으로는 출판 관계자의 방식대로 고도화로 정형화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의 끝이 난 꿈들. 성장하지 않던 순간들에 대한 답답함.

하루키의 책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은 끝에 대한 말 들을 생각했고

이 폭염의 끝은 어디에 서 있는 것인가. 나의 관심사의 끝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계속 메모해보았다.


제프 다이어도 그런 시간을 독자들에게 생각해 보라고 한 것 같다.


여름과 끝을 다루는 내용을 보면서 정말 멋진 작가라고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잊고 지냈던 이성복 시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중략)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라고 하던 시... 이 폭염의 이 중년의 어중간함 속에 쓰러지지 않고 의지를 붙잡는 새벽이 되었습니다.


내 옆에 한 사람이 더 생겼고, 라스트 데이즈. 라스트 댄스 등등 정말 수 많은 라스트를 함께 할 시간과 손을 잡아 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낮은 지대에 머물지 말라! 하늘 높이 오르지도 말라!

세상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은 중간 높이에서니까.


나의 중년이 그 중간 높이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풍경이었으면 좋겠다.

교장선생님의 말씀, "끝으로 한마디만 더하자면..."

그래서 그 끝에 여러학생들이 쓰러졌었다.


이 책도 그런 방식으로 제프 다이어의 글 맛을 본 독자들이 여럿 쓰러졌으면 좋겠다.


라스트 데이즈는 그런 면에서 참 죽이는 책이다! 이 폭염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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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바다 바뢰이 연대기 2
로이 야콥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잔(도서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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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야콥센의 소설 《하얀 바다》는, <바뢰이 연대기> 시리즈 1부작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이은 2부작 소설이다.

배경은 바뢰이 라는 섬에서 사람들이 마주한 전쟁 이후의 참상과 연대하여 일상을 복구해나가는 사람들의 삶, 특히 주인공 잉그리드라는 여성이 겪는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삶에 대한 의지를 그려내고 있다.

p.9 물고기들이 먼저 왔다. 인간은 바다에 손님으로 찾아온 하나의 끈질긴 생명체일 뿐이다.

p.11 이 모든 것은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의 가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p.32 섬에 산다는 것은 항상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끈질기게 살아남기 위에서 홀로 섬에 남겨졌던, 다시 섬으로 찾아왔던 잉그리드는 직접 바다로 노를 젓고 영국군에 패한 독일군 들의 시체가 섬의 곳곳에 버려졌을때도 직접 다 수습을 하거나 뭍으로 나가 도움을 청한다.

1장에서는 잉그리드 혼자 고군분투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섬에 남겨진 한 러시아 병사를 돌보며 한 가정을 꿈꾸는 상상을 한다. 드디어 외로운 섬 생활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사는 서사가 그려지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잉그리드가 정신을 잃으며 사흘간 잠에 빠져들며 끝이 난다.

2장에서는 잉그리드의 병원생활이 나온다. 자신이 어떻게 병원을 오게 되었는지 주변 환자들은 각자의 아픈을 어떻게 벗어나려고 하는지 등. 전쟁을 겪은 사람들. 세월에 버림을 받았지만 그들의 불행은 실체적인 생생한 것이어서 치유하는데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런 아픔을 겪은 인물들을 로이 야콥센 작가는 따뜻하게 감싸안으며 보듬고 있었다. 2장의 마무리는 다시 잉그리드가 잠에 빠져들면서 끝난다.

3장에서는 어린 잉그리드가 바뢰이 섬으로 입도하기 전 가족, 친지들과 일상을 평화롭게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양을 키우고 우유를 짜면서. 섬에 하나 둘 돌아온 사람들은, '거친 섬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삶의 바닥에 이르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바닥에서 겨우 벗어나는데도 굳은 의지를 갖고 하루를 소중하게 살고 있었다.

p. 220 용기를 낸다는 것은 포기하는 행위의 일부이기도 했다.

p. 225 가까이 있던 누군가가 죽었을때 자신의 삶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어떻게 보면 섬, 바다, 겨울, 전쟁 들의 참혹한 상황이 생생하게 놓여진 상황에서 잉그리드가 맞이한 삶이라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아닌 추위와 고독 등과 마주 하며 오롯이 버텨내야할 유일한 주체적인 자기 자신의 정신과의 싸움인 듯 보였다.

바뢰이 섬은 여전히 침묵하는 땅이고, 쉽게 무언가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일어서게 만드는 의지는 사람들 사이의 교역과 함께 남은 자들이 서로 손잡고 일어서려는 웃음,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이 섬을 침묵에서 깨우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남기고 간 누군가는,

"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적혀 있네요." 라는 삼 행의 아홉 번 같은 말이 적힌 종이를 들고 떠난 사람도 기분좋게 웃으며 보내주면서 언제든 돌아올 수 있기를 기약한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와 함께 사람들이 돌아오고, 세상의 회색 가장자리라 할 수 있는 바뢰이 섬에서 무의미한 존재로 여겨질법도 한 사람들은 내일의 꿈을 꾸듯, 첫 겨울 폭풍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눈 앞에 놓인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책을 덮으며 처음에는 영화 '블루 라군' 의 낭만적인 섬 생활을 생각하다가 점점 읽으며 온통 잿빛, 회식빛의 장면이 상상되었다. 끝까지 이 책은 화려한 컬러의 세상의 삶으로 비추진 않아도 회색의 삶은 암흑의 삶도 아니고 그 안에 잔잔하게 삶의 바다가 물결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책이었다.

정현종 시인의 '섬' 유명한 시가 다시 한번 생각 났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그러나 가끔 가는 섬은 머물기 좋지만 일상의 삶을 섬에 머물기란 너무도 가혹한 것 같다. 꼭 그 섬은 지리적인 섬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머물고 있는 섬, 가정, 직장 그 어느 곳일 수도 있겠다.


_이 서평은 도서출판 잔의 도서제공으로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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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하우스
전지영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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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작가님의 화려한 데뷔, 23년도 신춘문예 두 곳에 '쥐'(조선일보 당선작)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한국일보 당선작)

삶은 기구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각 단편 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심리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참으로 감각적이고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며칠 나의 삶 속에서 이 인물들이 겪는 죽음의 순간 혹은 사라짐, 그 후에 남겨진 주변의 상황들이 모두 다 공감되는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말의 눈' 에서는 딸의 학폭피해자 가족이 겪는 수치심과 절망감. "또다른 폭력을 암시함으로써 침묵을 강요하고 네가 죽는 게 모두를 위하는 일이라는 말로 수치심과 절망감을 줄 것이다." 같은 문장들. 차체가 흔들릴 때 느낀 묘한 안도감 이라는 표현들은 한 사건을 통해 겪는 인간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 한 문장도 급하게 넘어갈 수 없었다.

한 집단내에 진입할때 강제적이든, 자율적이든 그 안도감이 들면서도 불안함. 그러나 벗어날 수 없는. 벗어나거나 겨우 빠져나왔지만 늪처럼 계속 머물러 있는 인물들의 힘듦을 지켜보면서 결국 자기 구원은 그 문제를 찾거나 해결되어도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유령들 같다.

살아있어도 혼이 나간 사람들.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나름 사정이 있는 다 있는 우리들 같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그들과 같이 나도 병든 사람들 같았다.

'맹점' 에서 은애는 먼 바다 속으로 따라 들어갔을까. 어떤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 어떤 것은 끝까지 쥐고 있던 걸 놓아버린다는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 쥐려고 한 것일까.

다 드러내는건 결코 아름답지 않다.
결핍은 강한 힘과 맞붙어서 아름다움을 불러낸다고 믿었다.
물론 다 이 책 속에서 슬프고 위험한(?) 문장들이 있는 건 아니니.

'언캐니 밸리' 작품의 기억의 왜곡.
술에 취하면 진실이 드러난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대개는 진실 속 감춰져 있던 야만성이 드러난다.
같은 문장은 슬쩍 웃음이 나기도 한다.

문장들의 나열을 쭉 따라가다 보면 단편의 읽는 재미와 인상적인 상황들이 저절로 그려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어 이것이 소설의 맛이구나 하는 시간이었다.

다음 직품도 읽고 싶어지게 하는 시간이었다.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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