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라스트 데이즈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프 다이어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사진, 문학, 재즈, 역사 등 다양한 소재로 다양하게 글을 쓴다.


'그러나 아름다운', '지속의 순간들' 의 전작 등을 통해서 

한 사물이나 생각 등을 집요하고 아름답게 쓰는 작가라는 것을 알고

이번 신작의 서평을 지원하게 되었다.


이 책의 소재는 도어즈로 문을 연다.

그리고 영국인 답게 테니스를 좋아하는지 앤디 머리 선수의 은퇴이야기,

축구이야기 등도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나는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식 다음날

참외가 침수한 지역 성주에 가서 2박 3일간 모텔 생활을 하며 출장을 다녀왔다.

얼굴은 까맣게 익었고 늘 취해있는 상태로 바보같은 질문을 하였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불멸을 위해 크나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살아 있는 동안 수차례 죽어야 한다."

p.101 

니체가 말한 이 언급은 제프 다이어가 숱하게 니체를 언급하며 영원회귀 사상에 대해서도 말한다.

우리는 마치 삶의 끝없는 고리 안에 갇힌 것처럼 그 순간의 고리에 잠시 갇히게 된다, 고 적고 있다.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말은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유명한 말이다.

가끔 이 말을 떠올리며 시험의 실패, 취직의 실패 등을 겪을 때도 되뇌었지만

사실 끝과 실패는 다른 말이라고 생각한다.


제프 다이어는 우리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관념과 이루어진 상상에 대해

거침없이 적는다. 시종일관 유머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진지하게.

내가 다루는 주제는 말할 나위 없이 중단하기다.

이것이 나를 계속 나아가게 만든 주제다.

내가 끝났다는 믿음이 바로 나를 계속하게 만든 힘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한때 재미나게 읽었던 작가의 이름들이 나온다.

제임스 설터, 츠바이크, 잭 케루악 등


재미없는 책을 계속 묵묵히 읽어낼때 필요한 자제력 말이다.

나는 그 자제력이 없다.

고통을 참고 운동하면 언제나 더 큰 고통을 유발하는 법이다.

그 고통 전에 운동을 멈췄다.


나의 끝은 언제나 쉬운 편이었다.

그래서 제프 다이어가 이 책에서 말하는 라스트 데이즈를 다루는 방식은

나에겐 너무 쉽다. 그대로 멈추면 되는 것. 그렇다고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라고

말하는 한 스님의 말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안멈춰도 안보이는 것들은 멈춰도 보이지 않고

안멈춰도 보이는 것들은 멈춰도 잘 보이지 않았다.

터널같이 갑갑했던 순간들. 끝으로만 덮여있던 사방의 문들.

연극이 끝난 후 노래를 듣고 그 귀라는 감각이 마지막까지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얼마 전 집앞에 애용하던 CU가 문을 닫았던 순간을 생각한다.

그 끝은 이것이 끝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편리는 이것이 끝이다, 라고.


이런 잡소리를 하는 이유는

제프 다이어의 라스트 데이즈가 이렇게 끝을 다루는 방식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한편으로는 출판 관계자의 방식대로 고도화로 정형화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의 끝이 난 꿈들. 성장하지 않던 순간들에 대한 답답함.

하루키의 책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은 끝에 대한 말 들을 생각했고

이 폭염의 끝은 어디에 서 있는 것인가. 나의 관심사의 끝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계속 메모해보았다.


제프 다이어도 그런 시간을 독자들에게 생각해 보라고 한 것 같다.


여름과 끝을 다루는 내용을 보면서 정말 멋진 작가라고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잊고 지냈던 이성복 시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중략)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라고 하던 시... 이 폭염의 이 중년의 어중간함 속에 쓰러지지 않고 의지를 붙잡는 새벽이 되었습니다.


내 옆에 한 사람이 더 생겼고, 라스트 데이즈. 라스트 댄스 등등 정말 수 많은 라스트를 함께 할 시간과 손을 잡아 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낮은 지대에 머물지 말라! 하늘 높이 오르지도 말라!

세상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은 중간 높이에서니까.


나의 중년이 그 중간 높이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풍경이었으면 좋겠다.

교장선생님의 말씀, "끝으로 한마디만 더하자면..."

그래서 그 끝에 여러학생들이 쓰러졌었다.


이 책도 그런 방식으로 제프 다이어의 글 맛을 본 독자들이 여럿 쓰러졌으면 좋겠다.


라스트 데이즈는 그런 면에서 참 죽이는 책이다! 이 폭염의 끝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얀 바다 바뢰이 연대기 2
로이 야콥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잔(도서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이 야콥센의 소설 《하얀 바다》는, <바뢰이 연대기> 시리즈 1부작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이은 2부작 소설이다.

배경은 바뢰이 라는 섬에서 사람들이 마주한 전쟁 이후의 참상과 연대하여 일상을 복구해나가는 사람들의 삶, 특히 주인공 잉그리드라는 여성이 겪는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삶에 대한 의지를 그려내고 있다.

p.9 물고기들이 먼저 왔다. 인간은 바다에 손님으로 찾아온 하나의 끈질긴 생명체일 뿐이다.

p.11 이 모든 것은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의 가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p.32 섬에 산다는 것은 항상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끈질기게 살아남기 위에서 홀로 섬에 남겨졌던, 다시 섬으로 찾아왔던 잉그리드는 직접 바다로 노를 젓고 영국군에 패한 독일군 들의 시체가 섬의 곳곳에 버려졌을때도 직접 다 수습을 하거나 뭍으로 나가 도움을 청한다.

1장에서는 잉그리드 혼자 고군분투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섬에 남겨진 한 러시아 병사를 돌보며 한 가정을 꿈꾸는 상상을 한다. 드디어 외로운 섬 생활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사는 서사가 그려지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잉그리드가 정신을 잃으며 사흘간 잠에 빠져들며 끝이 난다.

2장에서는 잉그리드의 병원생활이 나온다. 자신이 어떻게 병원을 오게 되었는지 주변 환자들은 각자의 아픈을 어떻게 벗어나려고 하는지 등. 전쟁을 겪은 사람들. 세월에 버림을 받았지만 그들의 불행은 실체적인 생생한 것이어서 치유하는데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런 아픔을 겪은 인물들을 로이 야콥센 작가는 따뜻하게 감싸안으며 보듬고 있었다. 2장의 마무리는 다시 잉그리드가 잠에 빠져들면서 끝난다.

3장에서는 어린 잉그리드가 바뢰이 섬으로 입도하기 전 가족, 친지들과 일상을 평화롭게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양을 키우고 우유를 짜면서. 섬에 하나 둘 돌아온 사람들은, '거친 섬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삶의 바닥에 이르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바닥에서 겨우 벗어나는데도 굳은 의지를 갖고 하루를 소중하게 살고 있었다.

p. 220 용기를 낸다는 것은 포기하는 행위의 일부이기도 했다.

p. 225 가까이 있던 누군가가 죽었을때 자신의 삶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어떻게 보면 섬, 바다, 겨울, 전쟁 들의 참혹한 상황이 생생하게 놓여진 상황에서 잉그리드가 맞이한 삶이라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아닌 추위와 고독 등과 마주 하며 오롯이 버텨내야할 유일한 주체적인 자기 자신의 정신과의 싸움인 듯 보였다.

바뢰이 섬은 여전히 침묵하는 땅이고, 쉽게 무언가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일어서게 만드는 의지는 사람들 사이의 교역과 함께 남은 자들이 서로 손잡고 일어서려는 웃음,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이 섬을 침묵에서 깨우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남기고 간 누군가는,

"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적혀 있네요." 라는 삼 행의 아홉 번 같은 말이 적힌 종이를 들고 떠난 사람도 기분좋게 웃으며 보내주면서 언제든 돌아올 수 있기를 기약한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와 함께 사람들이 돌아오고, 세상의 회색 가장자리라 할 수 있는 바뢰이 섬에서 무의미한 존재로 여겨질법도 한 사람들은 내일의 꿈을 꾸듯, 첫 겨울 폭풍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눈 앞에 놓인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책을 덮으며 처음에는 영화 '블루 라군' 의 낭만적인 섬 생활을 생각하다가 점점 읽으며 온통 잿빛, 회식빛의 장면이 상상되었다. 끝까지 이 책은 화려한 컬러의 세상의 삶으로 비추진 않아도 회색의 삶은 암흑의 삶도 아니고 그 안에 잔잔하게 삶의 바다가 물결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책이었다.

정현종 시인의 '섬' 유명한 시가 다시 한번 생각 났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그러나 가끔 가는 섬은 머물기 좋지만 일상의 삶을 섬에 머물기란 너무도 가혹한 것 같다. 꼭 그 섬은 지리적인 섬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머물고 있는 섬, 가정, 직장 그 어느 곳일 수도 있겠다.


_이 서평은 도서출판 잔의 도서제공으로 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운하우스
전지영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지영 작가님의 화려한 데뷔, 23년도 신춘문예 두 곳에 '쥐'(조선일보 당선작)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한국일보 당선작)

삶은 기구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각 단편 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심리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참으로 감각적이고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며칠 나의 삶 속에서 이 인물들이 겪는 죽음의 순간 혹은 사라짐, 그 후에 남겨진 주변의 상황들이 모두 다 공감되는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말의 눈' 에서는 딸의 학폭피해자 가족이 겪는 수치심과 절망감. "또다른 폭력을 암시함으로써 침묵을 강요하고 네가 죽는 게 모두를 위하는 일이라는 말로 수치심과 절망감을 줄 것이다." 같은 문장들. 차체가 흔들릴 때 느낀 묘한 안도감 이라는 표현들은 한 사건을 통해 겪는 인간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 한 문장도 급하게 넘어갈 수 없었다.

한 집단내에 진입할때 강제적이든, 자율적이든 그 안도감이 들면서도 불안함. 그러나 벗어날 수 없는. 벗어나거나 겨우 빠져나왔지만 늪처럼 계속 머물러 있는 인물들의 힘듦을 지켜보면서 결국 자기 구원은 그 문제를 찾거나 해결되어도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유령들 같다.

살아있어도 혼이 나간 사람들.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나름 사정이 있는 다 있는 우리들 같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그들과 같이 나도 병든 사람들 같았다.

'맹점' 에서 은애는 먼 바다 속으로 따라 들어갔을까. 어떤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 어떤 것은 끝까지 쥐고 있던 걸 놓아버린다는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 쥐려고 한 것일까.

다 드러내는건 결코 아름답지 않다.
결핍은 강한 힘과 맞붙어서 아름다움을 불러낸다고 믿었다.
물론 다 이 책 속에서 슬프고 위험한(?) 문장들이 있는 건 아니니.

'언캐니 밸리' 작품의 기억의 왜곡.
술에 취하면 진실이 드러난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대개는 진실 속 감춰져 있던 야만성이 드러난다.
같은 문장은 슬쩍 웃음이 나기도 한다.

문장들의 나열을 쭉 따라가다 보면 단편의 읽는 재미와 인상적인 상황들이 저절로 그려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어 이것이 소설의 맛이구나 하는 시간이었다.

다음 직품도 읽고 싶어지게 하는 시간이었다.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임감 있게 사정하라
가브리엘르 블레어 지음, 성원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임감있게 사정하라》서평

얼마 전, 한 모델의 출산 소식이 유명한 배우의 아이라는 뉴스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이 문제로 친부로 밝혀진 배우는 아버지의 역할을 책임지겠다고 하였고, 친모인 모델은 미혼모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판한 이 책 제목인 《책임감있게 사정하라》라는 책이 세상에 나와 서평을 모집한다고 신청하게 되었을때, 나의 인식 또한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로 크게 나뉘게 될 줄을 몰랐다.

이 책은 초지일관 정자는 위험하다고 말한다. 모든 원치 않는 임신의 원인은 남자고, 남자가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서 심각하게 말하고 강조 또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 읽다보면 불편한 남자들은(나를 포함한) 뜨끔하면서도 계속 읽어야 한다. 다 맞는 얘기니까. (물론 나를 포함한 다르게 생각하는 스윗한? 남자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원치 않는 임신은 어쩔 수 없는 양육으로 이어지고 원치 않는 임신의 지속보다는 '임신 중단' 이 차라리 나을 것이지만, 이 문제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문제는 정자고 정자를 품고 항상 임신 준비성이 충만한 남자들은 긴장하고 '책임감있게 사정하라' 고 계속 이 책은 외치고 있다.

이 책이 감히 베스트셀러로 읽히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남성우월자도 아니지만, 이 책이 많은 남성들에게 읽히고 그들이 책임감있게 사정하게 된다면 출산율은 더 낮아질지도 모를테니까 말이다. 그러기에 반대로 이 책은 책임감있게 사정하게 되길 바라는 남자들이 많이 읽고, 주변에 퍼뜨려야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소중한 생명들, 모든 아이는 기다림과 설렘의 대상 속에서 그 대상이 될때 무탈하게 자랄 가능성이 높으니까.

남자들이 왜 콘돔을 사용하기 귀찮아하고 혹은 잠시의 더한 쾌감을 위해 거부하는 위험성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임신에 따른 출산의 위험성에 대해. 정자의 위험성에 대해.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성관계와 폭력성에 대해. 우리 모두 겪는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 대해 공격적으로 저자는 외친다 🔥

탄핵 정국 속에서 이 책을 또 다른 분노와 일말의 반성으로 이 책을 읽으며 혼자 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고 특히 남성들은 정말 조심하자 라고 그게 당연한 것이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짧으니 한번 읽고, 두번 읽고 주변에 다독을 권해도 재밌고 재미를 떠나 사랑하는 여성과 리얼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 책을 찾았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 감이다!

이 책은 뒤에 각주 자료만 46페이지에 달한다.
(총 231페이지 분량중)

책임감있게 사정하라, 사정하라, 사정하라!!!

*이 서평은 은행나무 출판사 제공으로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브리엘르블레어 #책임감있게사정하라 #인문 #임신중단
@ehbook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츠바이크 작가의 글들을 만나기 위해

먼지 쌓인 책장을 들추어 냈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 를 읽었던 학생때부터

난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으며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와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마치 과거의 인물을 통해 우리는 반복된 역사를 살고 있으며

여전히 삶은 살만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라고 

깊이 있는 시선을 고집하며 다소 무뚝뚝하지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10대 이후 여러 시간을 거치며

몸과 마음이 다소 지쳐있던 중년의 나에게

그는 아직도 살아볼만하지 않은가 하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이번에 다산초당 출판사에서 나온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라는 에세이의

출판 소식을 듣고 아직도 출판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구나 하고 놀란 한편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은 작은 집에서 나와

매일 아침과 저녁을 함께 머무는 이와 

소리내어 하나씩 읽어나갔다.


9편의 에세이 속에는

1. 돈 없이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 돈은 필수인가! 돈을 목숨처럼 쫓지 않았는가...

2. 우리가 주변에서 용기를 내야할 때는 언제인가 - 그건 바로 지금이다!

3. 그럼에도 돈인가, 돈의 가치가 떨어질 수록 삶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말은 어디서 오는가...

4. 역사의 순간, 혹은 참혹한 참사의 현장에서 우리의 심장은 그 불행을 얼마나 감당해 낼 수 있나

5. 완벽한 몰입의 존재가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 영원한 교훈을 주었던 로댕과의 일화 

6. 츠바이크 씨가 한 사람, 존재에게 마지막 말(추도사)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7. 우리는 거대한 침묵 앞에 침묵으로서 답하는가


등의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준다.


우리는 어떤 상황이나 만남이 우리 삶에 어떤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이따끔 가져야 한다. 왜 이 직업 또는 저 직업을 선택했고, 왜 이 도시, 이 집을 선택했을까? 삶의 최종 방향을 제시한 결정적 계기는 실제로 무엇일까? 종종 (아마도 거의 항상) 그것은 소소한 사건이고, 너무 사소해서 나중에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p.67 


지금이 어려운, 어둠의 시대인가.

이 순간에도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의 세계와 불합리한 정치, 싸우고 죽이는 뉴스 등 속에서

나는 얼마나 무관심하게 일관되게 돈을 버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한번 보고 뒤를 돌아보고 주변의 고개를 숙이고 폰을 보는 사람들과

무관심한 눈들을 본다.


해보다 밝은 별이라는 말을 좋아했고, 해 뜨기 바로 전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츠바이크의 글들은 오늘날도 이렇게 무엇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야만의 시대에도 존엄을 찾아 굳건하게 버티고 살아갈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준다.

꼭 답을 찾지 않아도 종종 질문의 파도 속에서 잠시 머물러 봐도 좋고

질문에 질문을 물고 깊이 생각해봐도 좋을 시간을 갖게 해주는 츠바이크 씨의 책이다.


우리, 함께 어둠을 밝혀 보자. 빛이 있는 곳으로.


원제는 '걱정 없이 사는 기술 Die Kunst, ohne Sorgen zu leben' 


*이 서평은 다산초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