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경찰관 을유세계문학전집 147
플랜 오브라이언 지음, 이정화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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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 플랜 오브라이언(여담으로 wbc 한국대표선수로 뽑힐뻔했던 그 라이언 오브라이언은 아니다)은 1911년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작가로, 본명은 브라이언 오놀란으로 공무원이었으며 정부 정책과 관료주의를 풍자하는 글을 써서 여러 필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나'라는 어떤 인물이 필립 매더스라는 노인의 턱을 삽으로 세게 내려쳐 살인을 했다고 고백하는 문장부터 강하게 시작한다. 이름도 없다. 왜나하면 나중에 끝에 가서 밝혀질 거지만, 이 '나' 라는 인물은 16년동안 이미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세 번째 경찰관' 이라고 하는데 두명의 경찰관은 나온다. 그것도 미스터리하게. 마치 '나'를 잡고 탐문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서른때까지는 평범하게 드 셀비 라는 이론가를 연구하며 살다가 개를 인간처럼 이해하는 아버지와 전혀 주변에 신경쓰지 않는 무감각한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존 디브니라는 주변의 부모의 재산을 관리해주던 부정직한 인간을 만나 조종당한 것처럼 살해를 저질렀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이 책은 다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이유라는 게 없다. 그리고 불친절하고 각주를 참조하면 더 미궁속으로 읽히는 책이다. 그러니 대화도 전혀 엉뚱하며 이건 누구지? 라고 하는 조라는 마음의 소리도 등장한다. 무튼 처음에 등장하는 것처럼 매더스 라는 노인을 살해한 이유는 결국 그 노인의 재산인 금고를 훔치기 위함이다 라고 존 디브니라는 인물에게 지시받은 나는 그 노인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더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이 책은 놀랍게도 이야기 안의 공간의 배치가 잘 설명되어 있다.

 예를 들면, '온 아침과 온 세상이 오로지 그것의 틀을 짜고 거기에 크기와 위치를 부여하기 위해 존재했던 것만 같았다.' 라고 써내려가는 문장은 머리에 달린 눈은 이 책을 읽기 위해 떠 있지만, 머리가 텅 비어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그리고 다루는 내용은 죽음에 관한 심히 철학적인 내용이다.

 경찰관은 알 수 없는 우주의 원리를 자전거의 부품으로 설명을 하고 나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하자 딴 질문을 하고 엉뚱한 답을 내놓으며 이것이 결론이고, 정답이다 라고 우긴다. 심히 이 책을 계속 읽다보면 자전거는 마치 살아온 삶의 자취를 뜻하는 것 같고, 자주 등장하는 팬케이크 같군요 라는 표현은 생의 달콤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듯 보인다. 그리고 철학적인 말로 본질적인 속성은 무엇이냐 그것은 모든 알려진 사물로 본질적 속성이 없다는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주인공인 '나' 는 이름이 없으며 죽은 자이다.


 그리고 이 책의 끝부분에는 세금을 다루는 내용이 나온다. 마치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듯이... 경찰관 중에 한명이 자기만의 방, 공간을 이렇게 마련한건 세금 때문이다 라고 하면서.

 그러면서 삶의 중요한 질문이 마치 범인의 취조하듯 던진 질문처럼 나오는데 자조하듯 이렇게 읆조리는 장면도 있다.

 '이게 삶이오? 이런 건 차라리 없는 게 낫겠소. 삶에는 기묘하고 보잘 것 없는 쓸모 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 속담에는 '똥밭이라도 저승보단 이승이 낫다' 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그리는 저승, 죽음 뒤에 상상의 공간은 그냥 사무적인 방에서 이루어지는 쓸데없는 계속된 질문이다. 마치 말이 통하지 않는 벽을 마주하고 무한히 벌이는 정적의 향연같다.


 중간에 이 책은 답답함만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바다 한가운데 증기선에서 밧줄을 감으며 힘든 육체운동을 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여기서 멀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p.126) 그럴 수록 "내 머리는 두려움과 사소한 걱정들로 가득 찼다."(p.133)  "숨을 일이 있으면, 전 항상 나무 위로 올라갈 겁니다. 사람들은 올려다보는 재주가 없으니까요. 높은 곳은 잘 살펴보지 않죠."(p.182) 숨을 돌릴 만한 탈출구의 틈도 간간히 내어준다.


요즘 주식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포모(Fear Of Missing Out)의 세태를 풍자하는 듯한 불안한 인간들의 군상을 당나귀의 모습으로 그리기도 한다. 기술발전의 놀라운 속도 그 안에서 소외되어 죽어가는 쳐진 인간들의 모습은 AI로 가려진 우리 인간들의 어두움도 그리기도 한다.


 '알 수 없는 대화' 가 끝없이 반복된다며 그 곳이 지옥일 것이다. 라고 말하는 오브라이언은 심각한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가볍게 풀어내는 대작가의 면모도 보여 중간중간 위트있게 웃음을 짓게 만든다.

 "경사님이 지혜로운 말씀을 하신 게 분명하군요.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는 걸 보면요."(p.123) 이런 부분들 떄문에 이 책을 읽고 난 총평의 문장인 살면서 이렇게 터무니 없고 기묘한 이야기는 처음 입니다. 라고 적어있는 문장은 삶과 죽음을 꽤 살벌하게 써내려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pp78-79, pp290-291 한 문단에서 그려내는 내 평생 그런 경찰서는 본적이 없었다 라고 강조한 묘사는 나에게 내 평생 그런 이야기의 책은 오브라이언의 "세 번째 경찰관" 이 책이 처음 이었다. 처음 읽을때는 너무 엉뚱하여 이 것을 환상문학이라는 장르라고 평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으나 두번째, 세번째 다시 볼때는 어느 새 철학 입문서처럼 고개를 주억거리며 밑줄을 긋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있었고 오브라이언이라는 공무원이자 작가는 일하면서도 상상을 특이하게 하는 혼자만의 세계에 잘 빠지는 외톨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경찰관이라는 직무의 집단을 무척이나 싫어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것도 풍자의 한 부분이겠지만. 이 세상의 풍자할 것 들이 너무도 많아 풍자라는 이름의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이 결국은 죽음에 대해서 그려내지만 결국 생은 다시 시작이다. 그러니 희망을 한번쯤은 아니 죽는 순간까지 안고 버텨내라고. 죽을 대하는 자세도 저항이고, 삶을 대하는 자세도 저항이니 그 저항은 잠시 빛을 발하는 빛줄기처럼 이어져있다고 독자들에게 묻고 있는 듯 하였다.


*이 책은 을유문화사 서평단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인생에서 좋은 것들에는 대개 어떤 단점이 함께 있기 마련이죠. - P52

이게 삶이오? 이런 건 차라리 없는 게 낫겠소. 삶에는 기묘하고 보잘것없는 쓸모밖에 없으니까. - P65

온 아침과 온 세상이 오로지 그것의 틀을 짜고 거기에 크기와 위치를 부여하게 위해 존재했던 것만 같았다. - P79

대단히 아카탈렉틱(acatalectic) 하군요 - P111

저항할 겁니다 죽을 때까지 저항할 거예요. 그러다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내 생존을 위해 싸울 겁니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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