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라자르 베르만 희귀 녹음집 2집 - 스크리아빈 : 소나타 4번 / 프로코피예프 : 소나타 8번 / 라흐마니노프 : 프렐류드 Op. 23/5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v) 외, 베르만 (Lazar Berman) / IDIS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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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르 베르만(Lazar Berman)은 앨범이 눈에 띄는대로 구입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명이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답게, 러시안 스쿨에서 보이는 화려한 기교와 음색을 갖추고 있을 뿐더러,

대단히 절제하다가 갑자기 화려하게 터지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의 도취적인 템포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그의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바로 마이너 레이블인 IDIS에서 발매된

희귀앨범 2집이다.


이 앨범 중 첫 곡인, 리스트(Franz Liszt)의 순례의 해(Annees de pelerinage) 중

단테를 읽고(Apres une lecture du Dante, fantasia quasi una sonata, After Reading Dante)는

그의 피아니즘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연주이다.


한동안 이 연주에 빠져서 2주 정도는 운전할 때 이 연주만 듣기도 하였다.

라자르 베르만의 대표 앨범은 정규앨범으로 나온 3장짜리 순례의 해인데,

난 위 정규앨범보다, 이 희귀앨범의 라이브연주를 훨씬 좋아한다.


적당히 보드카를 마신 것처럼 흐느적거리는 신들린 연주...

그러면서도 이 다채로운 판타지풍의 곡을 어찌 이리도 완벽한 구조로 건축할 수 있는지,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기회가 되시면 순례의 해 정규앨범도 꼭 들어보시길 권한다.

호르헤 볼레나 아라우보다 확실히 베르만의 연주가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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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슈베르트 : 즉흥곡 & 악흥의 순간
Testament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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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피아니스트인 에드빈 피셔(Edwin Fischer)의 슈베르트(Schubert) 즉흥곡 D899, 935(Impromptus D899, D935) 연주반이다. 

(피셔를 에드윈 피셔라고도 하는데, 독일식 이름인 점을 고려하면 에드윈이 아니라 에드빈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맞다. 참고로 네이버에는 에드윈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미국식 발음일 뿐이다)


에드빈 피셔는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의 스승이기도 한데(물론, 스승 중 한명이다) 레퍼토리가 좁아 대연주가라고 불리기엔 한계가 있다. 

특히 동시대 연주자인 빌헬음 박하우스의 명성에 눌려 그의 장기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마저 듣는 사람이 현재로서는 많지 않다.


나도 개인적으로 그의 베토벤이나 바흐에 대해선 다른 훌륭한 연주들이 워낙 많아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 앨범을 듣고 정말 바로 피셔에게 반하고 말았다.


특히 즉흥곡 D899번 4악장은 내가 들은 것 중 최고였다.


그 전엔 리히터나 이모젠 쿠퍼, 미츠코 우치다의 연주를 좋아했다가 이 양반의 연주를 듣고

1순위가 바로 피셔로 바뀌었다.


이 곡 최고의 연주로 라두 루푸를 꼽는 사람도 많으나 개인적으로 루푸의 이 곡 연주는 너무 조심조심하여 좀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피셔의 앨범은 이런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놀라운 리듬감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후함을 잃지 않는 연주.


물론 옛날 녹음이라 녹음에 민감한 분은 구입하지 않으시는게 좋으나,

슈베르트의 즉흥곡을 정말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반드시 구매해야 할 필청 앨범이다. 


이 역시 내가 차에서 분위기 낼 때마다 듣는 앨범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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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베토벤 : 현악 사중주 전곡집 (구녹음)
Resonance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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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중년이 되며 마르크스적 이데올로기에서는 점점 벗어나고 있지만,
헤겔은 오히려 더 좋아지고 있다.
(물론 청년 헤겔보다는 만년의 헤겔 이론을 더 좋아한다)
     
작은 책상에 앉아 위대한 지적 설계를 한 헤겔의 철학은 나에게 큰 도전이다.
난 내 아들들에게 그러한 정신문명의 기쁨을 맛보게 해줄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세상을 알아갈수록 노년의 헤겔이 말한 변증법적인 의미대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대위법도 마찬가지다.
작곡 기법 중 하나라고 하지만
러시아 국민 음악파인 글린카가 말한 것처럼 ‘인생의 모든 것은 대위법’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20대에는 그토록 지루했던 바흐의 푸가들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대위법을 변증법적인 의미로 가장 크게 발전시킨 사람은 바로 베토벤이다.
     
베토벤이 말년에 작곡한 푸가 음악들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1번 3악장과 바로 이 현악사중주 대푸가(Grosse Fuge)를 들을 때마다 18, 19세기에 독일이 남겨놓은 위대한 정신문명의 업적에 감탄한다.
     
관념사가인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이 지적한대로
인류의 정신사에 있어 최대의 전환기는 바로 독일에서 일어난 낭만주의 혁명이었다.
신의 창조물이었던 사람을 신과 같은 창조주로 만든 낭만주의 혁명이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그런 사상적 기반을 바탕으로 베토벤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베토벤은 실로 위대한 음악들을 창조해내어
사람도 신이 될 수 있음을 니체 이전에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대푸가는 베토벤이라는 신이 만든 음악의 절정이다.
4개의 악기가 자기가 맡은 음을 미친 듯 질러 내면서도 이토록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울 정도이다.

이런 부조화의 조화를 아름답게 만들어 낸 사람은 베토벤과 바그너 정도라고 생각된다.

    
대푸가의 명반들은 매우 많다.
난해한 곡이라 해석의 여지가 매우 많기 때문인지 명반도 많은 듯 하다.

나를 처음 이 음악에 빠지게 한 음반은 이탈리아 사중주단(Quartetto Italiano)의 연주다.


물을 잔뜩 머금고 흔들려 금방이라도 넘칠 것처럼 출렁대다가 거짓말처럼 잔잔해지는  
제1푸가의 변주와 전개를 이 사중주단은 너무나 훌륭하게 연주하였다.
     
이탈리아 사중주단의 베토벤 현악 사중주단 연주가 전체적으로 다소 밋밋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 그런 느낌을 주는 연주들도 있으나
베토벤 후기 현사곡들의 연주들은 정말 최고다.
     
현재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음반은 바로 이 린지 사중주단의 연주다.


린지 사중주단은 두 번에 걸쳐 베토벤 현사 전곡 앨범을 냈는데,
위 사진은 구반 전집이고, 신반은 개별 앨범들을 따로 구입해야 한다.
'구반', '신반'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연주는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압권이다.
 만일 무인도로 간다면 “성서와 베토벤 현악사중주 앨범”을 가지고 갈 것이라 말한 사람이 있는데,
첨언하자면 바로 이 린지 사중주단의 앨범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이 곡의 다른 명연들로 타카치 사중주단, 알반 베르그 사중주단, 부다페스트 사중주단의 연주들을 꼽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결론은 위 두 앨범이다.
     
하여튼 이 곡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2악장과 더불어
낭만파 음악이 현대음악으로 가게 되는 가교를 놓은 곡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들을 때마다 베토벤이라는 위대하고 위대한 창조주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신이 이러한 엄청난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바로 “베토벤”이라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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