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장례 여행 - 기묘하고 아름다운 죽음과 애도의 문화사
YY 리악 지음, 홍석윤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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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내가 처음 경험한 죽음은 2014년 친할아버지의 장례식이었다.

암 투병을 오래 하시고 돌아가셔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처음으로 가족을 다시는 못 보는 곳으로 보내드리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장례식 때 슬프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친척분이 오시면 붙잡고 한바탕 울다가도 고모들이나 작은아빠, 사촌들과 둘러앉아

옛날이야기를 하며 깔깔대며 웃고, 또 그러다 누가 오시면 끌어안고 엉엉 우는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묘한 경험이었다.


장례식은 힘들고 아프다.

보내기 싫어도 마지막 눈 맞춤을 한 지 고작 3일 만에 떠나보내야만 한다.

고인과 친밀한 가족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장례식은 힘들고 돈도 많이 들고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 모두는 이런 행위를 하는가? 죽음은 또 무엇인가?

가족을 떠나보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세계 장례 여행』을 펼쳐보게 되었다.



『세계 장례 여행』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다른 장례 문화를 소개한다.

장례 문화는 각지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죽음의 의미, 종교, 시대, 기후 및 지역적 특성,

공동체의 문화 등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한다.


다양한 애도(장례식), 시신 처리의 방식 중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시신 처리 방식이다.

시신 처리의 방식은 매장, 화장, 섭취, 보존으로 크게 나뉘는데

'섭취'가 생소하면서 야만적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아마존 와리족의 족내 식인 행위가

그들도 불쾌하고 힘들지만 자연으로 돌아가는 고인을 위해,

남은 자의 슬픔을 함께 나눠갖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내 닫힌 사고에 반성하게 되었다. (p.69-71)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p.168)


우리 모두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게 되어 있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장례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된다.

친가의 선친들은 보통 매장되어 계셨는데 친할아버지 투병 중 모두 납골당으로 모셨고 

할아버지도 납골당에 모셔져 있다.

후손들도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크게 가족 납골당을 만드셨는데, 

일단 나는 여자라 (다행히도) 제외된다.

그 납골당 얘기를 할 때 내 어머니는 꼭 '나 나중에 죽으면 수목장으로 해 줘'라고 당부하신다.

죽어서까지 거기 가고 싶지는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으시다 하셔서 꼭 들어 드릴 생각이다

.

작년 4월과 10월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시신 기증을 하셨다.

외할아버지가 십여 년 전에 세상에 남길 만한 것이 없는데 가족 중에 의료인들이 있으니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성모병원에 본인의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하셨다는 것을 

외할아버지 장례 중에 들었다.

할머니는 본인의 기증은 반대하셨다가 할아버지의 기증 선언 몇 년 후 함께 기증을 결심하셨다.


남편과 만난 지 10년이 되었는데, 남편은 일관적으로 자기는 세상에서 잊히고 싶다고 한다.

우리의 자식들이 우리를 기억할 겸 피크닉(?) 겸 오는 것은 괜찮지만

그 이상의 후손에게 괜한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나도 같은 이유로 우리는 그럼 어디 산에 수목장으로 묻어 달라고 아이들에게 부탁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는데, 얼마 전 해양장이 합법화되며 우리 부부는 바다가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당신은 당신보다 먼저 살았던 모든 삶의 연장선이며,

그중 일부는 아직도 당신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다. (p.159)


삶과 죽음은 맞닿아 있다.

개인의 삶과 죽음만이 아니다. 누군가 태어나면 필연적으로 부모, 조부모들은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뜻과 같다.

작년 11월, 나는 두 번째 임신을 확인했다. 사랑하는 외할머니를 보내 드린 지 1달 만이었다.

둘째 아이의 태몽 중 하나에는 4월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나오셨다.

이 아이는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자손이고,

이 아이들이 아이를 낳으면 나는 그 아이들의 조상이 되며 

그 아이들보다 내가 먼저 죽는 것이 필연이 된다.


우리는 죽은 자를 기리고 돕기 위해 의식을 치르지만

그런 의식을 거행함으로써 우리 자신과 서로를 돕는다. (p.180-181)


장례의 방식은 다양하나 그 목적은 모두 같다.

고인이 바랄 만한 방식을 통해 고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잘 보내는 것,

그리고 남은 자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앞으로 살아나갈 힘을 얻는 것.

그렇기 때문에 장례는 마냥 슬픈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고인 덕분에 평소에 만나지 못하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따뜻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장례 여행』을 통해 죽음과 장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지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또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다만 그림 삽화는 있는데 사진 자료가 하나도 없는 점이 좀 아쉬웠다.

주제가 죽음과 관련이 있으니 부담스러운 사진 자료는 제외하더라도 성당이나 사원과 같은 곳,

추모비,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 축제와 관련된 사진 등 사진 자료로 보면 훨씬 이해가 쉬운 것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보다는 배울 점이 훨씬 많은 책으로, 

나처럼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편하게 읽기도 좋고

이런 부분을 연구하는 연구자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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