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 슈퍼 이야기 걷는사람 에세이 21
황종권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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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슈퍼 이야기>
황종권, 걷는사람, 2023.6

쓰디쓴 인생에 달콤한 추억 한 조각.
과거에 대한 향수 만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즐거웠던 추억은 훗날 인생의 고비를 지나게 될 때 큰 힘이 되어 주곤합니다. 인친님들의 추억의 서랍 속에서 가장 빛이 나는 기억은 무엇일까요.

📖 P.12
여자는 작지만 큰 초능력자였다. 방울 슈퍼는 단지 구멍가게가 아니라 추억의 숨구멍이었고, 여자의 진짜 능력는 추억을 만드는 능력이었다. 추억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자, 마음 자체로 피가 도는 힘이다. 어쩌면 여자의 능력은 너무 하찮은 것이어서 세상의 눈으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다만 일곱 살 코흘리개부터 칠십 살 지긋한 노인까지, 방울 슈퍼가 있어 마음을 구하고 세월을 구했다면 여자를 초능력자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적어도 어떤 정권도 하지 못란 세대 간의 장벽을 허물었다도 누군가는 알아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냥 고마웠다는 말이라도 건네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능력. 이것만으로도 주변에서 감사할 일이네요. 각박한 사회를 살아간다지만 따뜻한 이와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열려 버리곤 하지요.

각자의 삶, 각자의 정의가 있으니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주게 되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는 따뜻하고 싶습니다. 여수의 작은 슈퍼집 아들로 태어난 황종권 시인의 추억 에세이. 여행길에 잠시 읽어 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 P.28
“방울 슈퍼에 그 많았던 도둑들, 그게 다 사람이 한 짓이겠냐? 지긋지긋한 가난과 허기가 한 거겠지. 아들아, 그래도 적당히 눈감았던 그 시절이 엄마는 참 예뻤단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범 인은 안심해도 좋겠다. 아마도 일평생 범인은 잡히지 않을 것이다. 슈퍼집 여자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용의자들에게도 의심의 눈초리 한번 건네지 않았다. 나는 왜 신고하지 않았냐고, 바보 아니냐고 슈퍼집 여자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슈퍼집 여자는 동네 사람들끼리 그러면 못쓴다고 답할 뿐이었다.

생각이 많아지면, 생각이 오래 되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변질 되어 버린답니다. 의심도 그렇겠지요. 의심의 싹을 쿨하게 끊어낼 수 있는 용기는 주변인에 대한 따뜻함이었을까요.

* 출판사에서 도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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