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없는 소녀
황희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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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아동성폭행범 백만우.

도이는 그런 악마같은 놈에게 여덟 살의 인생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목숨은 건졌지만 자기로 인해 힘들어 하는 부모를 생각하면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이 숨막히는 생활이 견디기 힘들 땐 자애를 하는 도이. 그리고 그때 다친 오른 쪽 눈으로는 그 공간에서 있었던 과거의 환상을 보게 된다. 이걸 후유증이라 해야 할까, 능력이라 해야 할까... 자신의 오른 쪽 눈의 능력을 알게된 도이는 자신처럼 과거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의 잔류사념에 접촉해 새로운 평형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한 모자를 구하게 되는데...



<지석>의붓아버지와 친형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며 죽지못해 살아가는 소년. 그래서 시작된 자애. 지석은 또래 아이들보다 몸짓이 작다. 어릴적부터 가정내 폭행과 성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이리라. 그래도 도이와 있을 때는 영락없는 해맑은 어린 아이이다.



<석윤>어릴 적 알 수 없는 환청을 듣고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던 소년. 하지만 어머니가 쥐어 준 칼자루를 잡아야 했다. 소년법을 운운하며 남편을 죽이고 칼자루를 아들에게 쥐어 준 어머니의 모습을 석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이것도 모성이라 여길까.



그리고 여기 또 한 명의 소년 <수혁>

환청을 듣고 죽음을 피한 석윤 대신 평행세계가 분기되어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 했던, 얼굴이 온통 자상 투성인 수혁. 그런 수혁은 자기 대신 이 끔찍한 사건을 피한 소년을 찾기 위해 악을 쓴다.



지석을 구하기 위해 석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잔류사념속에서 소리치는 도이.

하지만 그들을 구함에 그 일은 다른 누군가가 해를 입는다.

결국 모두가 사는 게 아닌 '대신'이란 조건이 붙는 것일까...



'어째서 매번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많은 상처를 입어야 하는 것일까.'

'세상엔 왜 이토록 악마들이 많은 것일까.'



도이의 생각은 비단 책속에서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도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많은 상처를 입는다. 아니, 더 할 때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기도 한다. 왜? 가해 소년들에 대해서는 보호니 교육이니 모두 합심해서 사회 복귀를 도우면서 왜?? 피해자에 대해선 어떤 관리도 하다못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조차 주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고 화가 났다. 사람들은 말한다. 가해자에게 관대한 나라라고...

묻고 싶다. 과연 법조계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납득할 수 없는 형량을 내릴까.



암울하고 어둡고 안쓰럽고 짠-하고 슬프다.

정말 순식간에 읽어갈 만큼 몰입과 속도감이 좋다.

잔류사념, 평형세계의 분기란 독특하고 신기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생각조차 이탈하지 못하도록 옳아 매는 구성이 <월요일이 없는 소년>을 읽을 때만큼이나 주인공들에게 모든 감정이 녹아 들었다. 그래서 아팠다. 안쓰러웠다. 따스하게 등을 쓰담쓰담 해주고 싶었다.



제일 안쓰럽고 짠-했던 지석.

도이와 있을 때만큼은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이 밝고 쾌활했던 아이.

학교도 친구도 담임도 포근해야 할 집도 모든 것이 지석에겐 벗어나고 싶은, 죽을만큼 싫었던 존재들이었다. 그런 속에서 도이는 지석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친구이자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도이역시 지석이로 인해 웃을 수 있었다. 그런 친구가 곁에 있어줘서 내심 고마웠다.



도이, 지석, 석윤, 수혁 이 아이들이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유도 없이 그냥 운나쁘게 대상이 되었던 아이들. 이 아이들이 새로운 평형세계에서는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밝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간절히, 아주 간절히 빌어본다.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이 아니라, 가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에 대해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결국은 피해자가 될 여자애들이 예방을 해야 하죠? 남자들이 성폭행 못 하게 지금부터 교육시키면 어른이 돼서 안 할 거잖아!

간단하잖아!

어떤 사람은 범인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하지만, 수십 번의 동종 전과를 되풀이하는 범인에겐 인권 따윈 없다. 전과 11범이라는 것은 같은 짓을 열한 번이나 되풀이했다는 뜻이다. 반성하지 않고 같은 짓을 되풀이하는 자는 인간이 아니라 마물이다. 마물은 도륙되는 게 마땅하다.

<잔류사념>사람의 원한, 기억, 집착, 숙원, 슬픔 등의 강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어떤 장소나 물건 혹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오랫동안 고여 있는 것을 잔류사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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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 레이코 형사 시리즈 7
혼다 데쓰야 지음,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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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카와 레이코 형사시리즈 일곱 번째 이야기 <인덱스>
그간의 레이코 형사의 뛰어난 감각과 치밀한 수사력이 돋보이는 총 8편의 단편집이 수록된 책이다. 당연히 장편으로 기대했던 나는 단편이란 것을 알고 내심 아쉬움이 들었다. 비단 나만 그러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단편들 속에 <블루머더>사건 후의 이야기와 경시청으로 복귀 후의 이야기가 속해 있으니 말이다.

레이코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멋지게 형사답게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있지만 여자로서 경찰직이 녹록치만은 아니란 것도 보여준다. 여자라서 나이가 어리다 해서 받는 차별과 멸시와 눈총은 레이코 뿐만 아닌 현실의 여자들이 받고 있는 고충 중의 하나다. 하지만 레이코는 묵묵히 자신의 뛰어난 추리와 감각적 수사력으로 맞서나간다. 그만큼 당차지고 오직 멈출 줄 모르는 그녀의 열정이 멋지고 매력적이다. 또한 레이코와 인연이 있는 주변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시리즈를 읽어 온 나조차도 조금은 버겁게 느꼈달까?ㅎㅎ 그래도 반가운 인물들이 나올 때는 내심 미소를 짓기도 했다.

남자 못지 않은 강인함으로 수사를 하고 수사력도 물론 뛰어나지만 남다른 그녀의 감각과 추리는 따라올 자가 없다. 뛰어난 감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그녀의 활약은 비단 범죄자를 잡는 것에만 의존하는 게 아닌 주변의 인물들과 상황까지 세심하게 놓치지않는다. (레이코! 갈수록 더욱더 멋져지는군ㅋ)

강인함이 있는 이야기도, 내심 생각할 거리도 주는 이야기도, 조금은 싱거운 이야기 등등이 있지만 레이코가 순직한 동료 오쓰카의 묘에 찾아간 이야기가 가슴이 먹먹했고 전의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오쓰카의 묘에 해마다 찾아온 여인이 안쓰러웠다.ㅜㅜ). 레이코가 모델처럼 키도 크고 예쁘다고는 알고 있지만 그녀를 동경할 만큼 매력을 느끼며 그녀를 향한 마음을 그려낸 작품은 지금까지 보여준적 없는 레이코의 순수한 학창시절 이야기라서 신선해서 좋았고 잠입수사를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껄렁한 조폭누나(?)처럼 행동하는 레이코의 모습에는 웃음이 나왔고, 다시 등장한 이오카의 모습에 기겁을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들이대는 이오카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도 웃음과 반가움이 번졌다.

마지막의 두 편은 연결이 되는 이야기인데 읽으면서도 어찌나 한숨과 울컥하는 기분이 왔다갔다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여자와 그 여자에게 버림받은 아들의 처절한 복수극은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 아이가 레이코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땐 정말 코끝이 찡-했을 정도...

한편, 본청으로 복귀한 레이코는 새로운 팀원들과 만나게 되지만 예전의 히메카와 반이 그리울정도로 재미가 없는 팀이다. 정녕 예전의 히메카와 반이 다시 뭉칠 기회는 없는 것인가... 인간미 넘치고 재치있는 그들이 다시 뭉쳐 활약하는 모습을 내심 기대해, 아니!!꼭 다시 히메카와 반이 형성되길 빌고 또 빌것이다.

혹시라도 기대를 갖고 읽었다간 내심 실망을 할 수도 있을 이번 <인덱스>는 전작들에 비해 다소 가볍고 잔잔해서 쉬어가는 타임이라 생각하며 읽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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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머더 레이코 형사 시리즈 6
혼다 데쓰야 지음,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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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돼 읽은 '스트로베리 나이트'시리즈.
표지도 잔혹한 내용도 나의 취향에 딱 맞는 책이었다. 나야 이 시리즈를 읽은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기존의 독자들은 많이 기다려 온 시리즈이기도 하다. <블루 머더>바로 이 책이 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새롭게 개정되어 나왔다는 표지는 음... 머랄까? '혼다 테쓰야'라면 기존의 시리즈를 봐도 섬뜩, 잔인한 표지가 압권이었는데 이번엔 단순하고 깔끔한 그 자체?랄까~나쁘진 않지만 나는 기존의 표지를 선호하는 바이다~ㅎㅎ

'인비저블 레인'사건 때 조직폭력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두목인 '마키타'를 사랑했고 동료인 기쿠타를 배신한 겪이 됐으며 그 일로 레이코반이 해체됐다. 이후 레이코 형사가 본청에서 이케부쿠로 서로 쫓겨나 근무한지 일 년이 지난 후 벌어지는 사건이다. 이케부쿠로의 한 건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공실에서 시체가 발견 된다. 그는 얼마전 출소한 조폭 두목인 '가와무라 조지'. 조폭 두목을 이렇게 처참히 죽인 범인이 대체 누굴까. 거기다 피는 전혀 흐르지 않은 상태로...

레이코는 사건을 조사하지만 범인의 상태는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러다 이케부쿠로 일대를 중심으로 폭력을 일삼아온 조폭들이 잇달아 처참하게 살해된다. 어깨 뼈를 부러뜨리고 무저항 상태로 만들어 온몸의 뼈라는 뼈는 전부 부러뜨린다. 조직폭력단 관련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태. 피의자는 총 8명. 그것도 모자라 경찰관 두 명에게까지 중상을 입혔다.
조사를 하던 끝에 레이코는 조폭만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일명 '블루 머더'라는 '살인귀'의 존재를 한 여성으로부터 듣게 된다.

한 편, 기쿠타는??어?결혼을 했더란다. 아쉽게도...^^;;;;;
어쨌거나 '인비저블 레인'사건이 있은 후 기쿠타와 레이코는 연락도 만나적이 없다. 그러다 기쿠타역시 사건 수사를 하던 중 어랏!레이코와 우연히 맞닥뜨리 게 되고 순간 레이코는 기쿠타의 손에 낀 반지를 보게 된다. 사건이 고조를 이를 때쯤, 잠복을 하던 기쿠타와 동료 경찰은 공범을 상대하다 돌연 인질이 되고 레이코는 또 다시 동료 경찰을 잃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기쿠타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공범과 마주한다.

'블루 머더'라는 인물은 과연 누구인가.
이케부쿠로 일대의 암흑가를 뒤흔든 '블루 머더'. 조직폭력배들도 벌벌 떨게 만든 '블루 머더'.
무슨 사연으로 무얼 알아내기 위해 이토록 조폭들만 골라 아주 처참하게 잔혹하게 살인을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의 폭력성은 잔인하고 잔혹하나 마냥 미워할 수는 없었다. 암흑가, 즉 조직폭력단, 마피아 등 아주 질나쁜 악당들만이 살인의 표적이 되었기 때문. 무언가 그들에게 악의를 품은 것처럼. (물론 경찰들 몇몇도 피해를 입었지만 살인의 표적은 아니다)

"경찰은 조폭 흉내를 내고, 조폭은 또 그걸 묵인하다니. 둘 다 원리 원칙도 모르는 쓰레기들이야. 내가 그걸 그 인간들에게 가르쳐준 거라고!"-245p
"뭐랄까, 제가 생각했던 정의가 경찰이라는 조직에는 없었어요."-247p

건달은 어디까지나 건달이고, 경찰과 한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찰도 경찰답게, 아무리 자기 식구라도 처벌할 일은 엄하게 처벌하라는 뜻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 맞는 말이다. 공감한다. 하지만 어디 현실에서도 이게 가능한 일일까?
오히려 정보를 얻기 위해 조폭과 뒷거래를 하는 일도 부지기 수고, 제 식구 감싸기는 어디 경찰 뿐만이겠는가...
두 말하면 입만 아픈 격...

이전의 이야기들은 좀 자극적이고 잔혼하고 눈살을 찌푸릴 만큼 섬뜩했다면 그간 혼다 데쓰야 책이 무서워 못 읽은 사람이 있다면 이번엔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잔인하거나 스릴이 막 넘치지는 않는다. 폭력성도 범인이 조폭들을 죽이는 것외엔 없어서 덤덤하게 읽는 느낌을 준다. 혼다 데쓰야의 작품이 좀 잔인성이 있긴 하지만 그 속엔 사랑, 인간미, 울림과 생각할 거리 등이 함께 녹아 있어서 좋다.
다음엔 레이코가 본청으로 가서 다시 레이코반이 만들어지고 그들이 뭉쳐 다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나름 레이코 형사의 실감나는 활약을 기대하기는 했었는데 아직은 아닌가??^^;;;
책을 읽으며 반가웠던 거는 여전히 레이코를 못살게 구는 간테쓰와 여전히 레이코에게 들이대는이오카다.
간테쓰가 예전 보다 조금은 유해졌달까? 레이코를 괴롭히는 못 된 인간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보니 반갑다.ㅋㅋ 앞으로 둘 사이가 콤비가 되는 사이로 변하길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안 될 것도 없지.ㅋ)
하지만 그 구수한 사투리에 오직 레이코만 해바라기하는 이오카. 여전한 그의 사투리를 듣게 돼서 이또한 간테쓰 보다 더 반가웠지만 카메오(?)로 등장해 내심 아쉬웠다는~^^ 마지막엔 이오카의 구수한 사투리로 레이코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에 빵터졌다는~(그의 사투리가 아직도 귀에 맴도는 듯하다.ㅋㅋ) 사실 기쿠타가 결혼한 거에 대해 내심 놀랐다. 난 그래도 둘이 잘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둘이 잘 어울렸는데... 기쿠타가 좀더 적극적으로 레이코에게 다가갔다면 싶었는데... (덩치만 컸지 여자에 대한 박력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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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없는 남자 한국추리문학선 2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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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자마자 순간 표지의 그림이 여자인 줄만 알았다. 선이 곱고 화관을 쓰고 가슴에 품고 있는 꽃이 남자라고는 상상이 안 됐으니까... 하지만 책을 읽고나니 이렇게 표현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진- 출판업계 경력 7년차 유진은 요즘들어 부쩍 회사일이 버겁다. 가까스로 이어 온 운동마저 끊었다.
그렇다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사람도 마땅히 없다. 상처를 받을까봐 사람을 밀쳐내면서도 고립될까 불안해 한다.
아픔이나 힘듦을 공유할 사람이 없는 삶. 하지만 버텨보자 한다.
그리고 아파야만 한다.10년 전 아빠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왜 잘 벼려진 칼날만 보면 오금이 저리고 선득한 걸까.
그리고 왜 살인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콕 박히는 걸까.'
살인이라는 그 말이 마음을 헤집는다.

준기- 백화점에 있는 수제비누 매장에서 일하는 마르고 갸름한 얼굴에 둥글고 큰 눈을 가진 준기는 언제나 직원 누나들에게 인가가 많다. 손님을 대하는 것또한 여느 여자 못지 않게 친절하며 다정하고 세심하다. 준기 역시 많은 비밀과 상처와 두려움을 억누르고 엄마와 단둘이 살지만 엄마를 언제나 적대시한다.

어느 날, 준기는 지인이 일하는 클럽에 갔다가 유진을 만난다. 준기는 그동안 접근해 오던 여자들을 다 마다하고 유진에게 호감을 느끼며 천천히 유진에게 다가간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살던 유진은 준기의 상냥함과 친절함, 다정하게 자신을 대해주고 비슷한 상처를 공유할 수 있는 준기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8살이나 어린 준기는 언제나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인다. 유진을 잘 이끌었고 말도 통했고 무엇보다 준기를 만나면서 자신이 가치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해준 사람이다.

그러나 둘 사이가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준기는 유진이 자신을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며 더욱더 유진에게 집착한다. 심지어 유진의 핸드폰, 위치추적, 가방까지 보여달라는 행동에 유진은 조금씩 꺼름직한 느낌을 받고 불안해 한다. 점점 소통이 불가능해 지고 겉으론 배려하는 것 같았지만 자신만을 위해 행동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에 안 들면 돌변하고 폭력을 가한다. 활발하고 살가우면서도 무서운 얼굴을 동시에 지닌 남자였다. 사생활 통제와 폭력, 윽박지름, 친절함이 뒤섞인 그와 이별을 바라지만, 속내는 정작 그가 떠날까봐 안절부절 못하고 그의 폭력적 언행에도 길들여지는 유진이다. 폭력을 가하거나 폭력적인 말들을 메세지로 보낸 후 꼭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사과했다. 이러함 속에서도 계속 준기를 만나는 유진이 몹시 짜증 나면서도 안타까웠다.

그러다가 유진은 전직 형사 지금은 프로파일러인 감건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준기의 어릴적 사건을 맡았었던 감건호는 유진을 돕기에 나선다. 하지만 웬지 나는 감건호란 케릭터가 맘에 들지 않는 게 문제. ^^;;; 오로지 티브 화면에 자기가 어떻게 나올지가 걱정인 남자. 자기 프로그램의 시청률만 따지는 남자. 오히려 박경식 형사가 더 미더워 보이더라는... 시원시원하고 박력있고...ㅋㅋㅋ 하지만 감건호와 박경식 형사가 티브프로에서 보여준 토론은 인상적이였다.

유진은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어 경찰서에 상담을 하러 가는데 어쩔 나의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라는...
남녀간의 데이트 폭력인란 게 물론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이 증거도 뚜렷해서 제일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상대의 언어 폭력이나, 문자 메세지의 폭력은 폭력으로도 처주지 않는다. 신청 접수자체가 어렵다는 거다. 유진도 폭력 관련 상담을 하러 경찰서에 방문했지만 폭력에 의한 진단서나 목겨자 증언이 필요하다면서 가접수로 처리한다. 아니 그럼 상대에게 죽도록 맞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고하란 말인가!!!!

아직도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데이트 폭력은 대응자체가 너무나도 허술한 게 문제다.(아~정말 답답하다)
폭력은 그 어떤 것이라도 있어서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것이다. 사랑해서 때리는 거다? 이게 내 사랑의 방식이다? 개뿔. 미친놈의 미치광이 짓거릴 뿐. 어디에 호소 한들 돌아오는 깨달음은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거.

분노조절 장애, 경계성 인격장애에서 보여지는 폭력적 행동과 집요한 집착으로 상대를 소름끼치 게 만드는 전형적이 사이코패스의 준기를 보고 있자니 무서움과 동시에 소름이 돋는다. 양의 탈을 쓴 악마랄까??
너무나도 다정한, 너무나도 상냥한, 생글생글 웃는 얼굴, 언제나 달콤한 말로 속삭이던 남자.
마지막에서 준기가 보여준 행동이 왜이렇게 씁쓸하던지...

폭력은 한 번 휘두르면 멈출 수가 없다. 점점 더 강도가 세지고 끝내는 범죄가 되어 돌이킬 수 없게 만든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고 싸우자는 것이 아닌 서로가 믿고 원만히 소통할 수 있어야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지 않을까...

가족간의 아픔으로 마음을 닫고 살았던 유진이 앞으로는 과거로 인해 숨지 말고 드러내고 밝은 모습으로 세상에 당당히 맞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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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가슴 아프게 읽은 책이였습니다. 그래도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갔음 싶어요. 국내 작가님들의 소설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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