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는 책 도덕경
켄 리우.노자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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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 켄 리우의 논픽션/에세이 첫 책. 켄 리우의 글을 좋아했다면 그와 대화하는 기분으로 읽어볼 만 하다. 애초에 원본이 존재하지 않고 원문 자체도 극히 추상적이라 번역에 많은 논쟁이 있어 온 도덕경이라는 책을, 중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영어로 쓰고, 그걸 다시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점에서 번역에 대한 화두를 꽤 많이 던져주었다. 개인적으로는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도 많이 생각났다. 보통 한국어로 노자, 장자, 도덕경을 한두 단계를 거쳐 읽게 되니 그 낯섦이 새로웠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켄 리우가 곤과 붕의 에피소드를 좋아한다고 밝힌 부분이었는데 그의 단편집에 있는 붕새 사냥꾼 에피소드가 떠올라 즐거웠다.

하늘과 땅은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우주는 궁극적으로 너무나도 거대하고, 그 규모가 너무나도 비인간적으로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하고, 웃고, 울고, 낳고, 스러지면서도 어떻게 인간적인 규모에서 의미를 붙들고, 별들의 운행과 하나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모든 철학에서 던질 가치가 있는 유일한 질문은 바로 그것뿐이다. - P52

결국 모든 번역은 텍스트의 흐릿한 거울 속에서 텍스트의 정신을 파악하려는 번역가의 시도를 기록한 것이다. 이 번역은 그 투쟁을 숨기는 대신 그저 분명히 드러낼 뿐이다. 노자가 인정했으리라고 생각되는 어리석은 솔직함으로 말이다. - P30

제 필생의 작업은 현대 세계의 신화에 이바지하는 일이었습니다(왜냐하면, 우리가 로봇이나 우주선의 언어로 말하든 용이나 마법사의 언어로 말하든, 그것이 결국 판타지 문학의 일이니까요). 과학기술자이자 미래학자, 그리고 작가로서 제가 가장 이끌리는 신화는 언제나 의미 없는 우주에서 의미를 찾고, 한계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우리의 이야기였습니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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