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만 그 방에
요나스 칼손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모든 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구현된 완벽한 장소가 있다고 칩시다. 그곳에서 일을 하면 일의 능률이 오릅니다.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몇 시간 안에 완벽하게 해치울 정도로요. 그렇다면 그곳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될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비에른은 너무나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 자기 자리가 있는 사무실을 뒤로 한 채로 말이지요. 표지가 그의 심정을 정확히 대변해줍니다.

이 이야기는 비에른의 특별한 방에서부터 시작되어 '그 방' 이야기로 사람들을 흔들어 놓은 채 바로 그곳에서 끝이 납니다. 그가 집착하는 그 방에 대해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매일을 보내던 사람들이 비에른의 행동을 둘러싸고 보이는 반응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자신보다 능력이 없어 보여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두각을 드러내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겪는 바로 그런 일들이라 비에른의 입장에서, 동료들의 입장에서 상당 부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넓지 않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보면 원치 않아도 동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게 됩니다. 그 중에는 서로를 의식하며 지내야 하는 생활에 무난히 적응한 사람도 있을 테고 너무나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자신은 아닌 척 하지만 비에른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뭔가를 하기 시작하는 비에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입니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비에른은 동료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엇갈리게 되는 거지요.

누군가의 행동이 이상하게만 보이는데 그 사람이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다시 한 번 그를 생각해보지 않을까요. 혹시 내가 그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할지도 모릅니다. 겉돌기만 하고 성격도 이상해보이는 비에른이 갑자기 능력을 인정받자 그를 둘러싼 동료들이 그랬거든요. 호감을 표하기도 하고 대놓고 반감을 표하기도 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아마 우리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사람들 중 한 명과 같은 행동을 했을 겁니다.

타인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기준에서 내려지는 것이지만 그 평가가 어떤 상황에 의해 바뀌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나 직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다보면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을 이해해야만 할 것 같은 상황이 종종 생기고는 합니다. 그럴 때면 머리와 마음이 타협을 하곤 하지요. 그의 '소심함'은 '신중함'으로, '냉정함'은 '결단력'으로 탈바꿈할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비에른의 주변 사람들이 그랬듯 우왕좌왕하며 그저 이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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