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우체부 아저씨
미셸 쿠에바스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이창식 옮김 / 행복한그림책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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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친구들과 편지를 많이 주고 받았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다들 휴대폰을 들고 다니던 시절이 아니어서 편지 쓰는 즐거움과 편지 받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지요. 친구에게 편지가 올까 싶어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리던 기억이 납니다. 빨간 모자를 쓴 아저씨가 저 멀리서 보이면 반가워서 뛰어가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모두 옛날 일이 되었네요.

 

<바다 우체부 아저씨>에 나오는 사람들은 제가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편지를 써서 주고 받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편지를 병에 넣어서 바다에 띄워 보냅니다. 따로 우체국이 없는 세상이지요. 우체부 아저씨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병을 건져 그 속에 든 편지를 주인에게 전해주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제목에 '바다'라는 말이 들어가나 봅니다. 정말 동화 같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바다 우체부 아저씨는 언덕 위에 있는 집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바다를 보면서 떠다니는 병이 없는지 살피는 일을 하지요. 병을 발견하면 배를 타고 가서 건져옵니다. 편지를 받을 사람이 가까이에 있든 멀리에 있든 아저씨는 성실하게 편지를 전해줍니다.

먼 곳으로 가기 위해 혼자 긴 여행을 할 때도 있는데 그때의 아저씨 모습은 외로워 보입니다. 때로는 혼자 여행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언제나 혼자라면 쓸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바다 우체부 아저씨가 전해주는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행복해합니다. 무척 소중한 것이니까요. 그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저씨는 항상 편지를 전하러 다니지만 정작 자신은 아직 한 번도 편지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편지가 온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그에게는 이름도, 친구도 없거든요.

어느 날, 우체부 아저씨는 받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지 않은 편지를 건졌습니다. 내일 저녁 바닷가에서 파티를 열 테니 나와 달라는 내용이었지요. 아저씨는 동네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물어보지만 모두 자신의 편지가 아니라고 합니다. 결국 아저씨는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을 사과하러 파티에 가게 됩니다.

아! 사람들이 아저씨를 반기네요. 예쁘게 장식된 바닷가에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아저씨를 보니 제가 다 기뻐집니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네요. 결국 이루어진 우체부 아저씨의 희망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하게 전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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