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1
스기사쿠 지음, 백수정 옮김 / 늘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열 살 즈음, 길을 가다가 어느 집 마당에 새끼고양이 대여섯 마리가 있는 걸 봤습니다. 어미 근처에서 꼬물거리는 고양이들이 너무 귀여워 한참을 보고 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남의 집이었는데 왜 들어갔을까 싶지만 그때는 고양이에 정신이 팔려 그런 걸 생각할 틈이 없었던 것 같네요. 옅은 줄무늬를 가진 고양이들은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았고 발은 너무나 앙증맞았습니다.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예뻤던 고양이였지만 키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 있지요.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에는 어릴 때 봤던 것처럼 귀여운 고양이가 두 마리 나옵니다. 주인공의 형이 길을 가다 데려온 고양이들은 그와 동고동락하며 그의 삶에 깊숙하게 들어옵니다. 귀찮기만 한 고양이, 레오와 꼬미는 서서히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지요. 부상을 당해 복서의 꿈이 무너져 실의에 빠져 있다가도 고양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치열하게 삶을 이어갑니다. 이 책에는 주인공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만화가가 되기까지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 그의 고단했던 삶이 무겁지 않게 묘사되어 있어 웃으면서 볼 수 있습니다. 같이 사는 고양이들과 엮어가는 소중한 날들을 보면서 저렇게 작은 존재들이 사람에게 너무나 많은 것들을 나눠주는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합니다. 

 

고양이는 주인이 부른다고 바로 달려오지 않지요. 도도하게 사뿐사뿐 걸어 다니는 고양이를 떠올리는 제목을 보면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아지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새로 알게 되면서 자꾸 고양이가 눈에 아른거리네요. 레오를 떠나보낸 주인공이 꼬미와 어떻게 지내게 될지 이후의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 그가 또 다른 고양이를 집에 들이고 애인도 생긴다는데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도도한 꼬미의 반응이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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