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전문 잡지사에 들어간 인턴사원이 상사들을 총으로 쏴 죽인다. 입사하고 한 달만에 사람을 죽이다니. 그것도 둘씩이나. 총기 소지가 불법인 한국에서 총기를 다루는 잡지가 있다는 것도 생소한데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총으로 살인하는 게 가능한가. 물음표를 몇 개 띄운 채 책장을 넘겼다. 추리소설 작가가 재소자와 면담한 내용을 풀어놓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평범한가 싶다가 스릴러 장르로 돌변한다. 예전에 근무했던 직원의 죽음, 폐쇄적인 인터넷 카페, 동료의 수상한 행동 등이 맞물리며 무슨 일이 벌어질 듯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미 사건이 일어난 걸 밝히고 사건의 이유를 찾는 전개 방식이라도 괜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인턴사원의 행적을 끝까지 따라가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었는데 역시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 읽은 독자들은 모두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까. 복선이 된 문장들을 찾아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길 것이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찾으며 고심할 수도. 작가는 멋들어지게 장식된 장미총을 내밀며 이를 쏘는 사람이 그 누가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영광스러운 가문의 역사를 떠벌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그 중심에 선 이를 동경하는 사람은 또 누구인가. 어떤 사건을 일으키는 데 역사가 필요한가. 개인 안에 웅크린 상처가 트리거가 되는 날, 손쓸 틈 없이 발사되는 총알은 어디로 날아갈까. 처음의 의문은 사라지고 새로운 물음표가 가지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