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하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6
탁경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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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예찬론자들을 보면서 저렇게 뛰면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 100m 달리기보다는 오래달리기 기록이 더 잘 나오긴 했지만 숨이 턱에 차오르면서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경험을 괜히 또 하기는 싫었다. 오래달리기가 끝나고 너무 힘들어 거의 쓰러지다시피 했던 기억만 남아서일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뛰고 출근한다는 동료가 대단해 보였다. 주말마다 사람들과 달린다는 지인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육체를 고통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달까. 그렇긴 하지만 달리면서 환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경험을 듣는 건 좋아한다. 대리만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언가에 푹 빠진 그들의 얼굴은 행복으로 빛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두 소녀처럼.


각기 다른 이유로 뛰기 시작한 하빈과 민희는 함께 달리며 마음을 무겁게 했던 짐으로부터 놓여나기 시작한다.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자신만이 남는 순간, 중요하지 않는 생각은 날아가고 심장이 뛰는 소리만 들리는 그 시간을 사랑하게 되는 둘의 이야기가 뭉클했다. 성인이 되고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아이들은 일찍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좀 더 알게 되었기에 축하하고 싶었다. 가족, 친구 사이에 맺힌 게 무엇이든 얽혀 있는 것을 풀 마음이 생긴다면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은 생기기 마련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는 이들의 여정은 사람들과의 관계도 변화시키고 시야를 넓히는 길로 이어졌으니 다행이다. 청소년기를 거치는 모든 아이들이 자신이 반짝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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