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앤 - 빨강 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6
버지 윌슨 지음, 애니메이션 <안녕, 앤> 원화 그림, 나선숙 옮김 / 더모던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녕, 앤>은 '앤'이라는 캐릭터가 세상에 나온 뒤 100년 만에 출간된 작품이다. 앤이 교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프린스에드워드섬에 도착할 때까지를 그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원작 일러스트가 중간중간 나와 어린 시절의 앤을 보여주는데 생기 있는 눈동자를 반짝이는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매슈를 만나 초록 지붕 집으로 가기 전에 어디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궁금했는데 책장을 얼마 넘기지도 못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생후 3개월에 고아가 된 앤을 기다리는 건 힘든 날들 뿐이었으므로. 너덧 살 되는 작은 아이가 아기를 어르고 기저귀를 빨고 바닥을 닦고 설거지를 하는데 그 뒷모습이 애잔해 혼났다. 사랑받으며 살아야 할 시기에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눈칫밥을 먹어야 했던 앤은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상상의 친구를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 절망에 빠지지 않았겠지.

위탁 가정 두 군데에서는 보모이자 하녀일 뿐이었던 앤은 결국 고아원으로 가게 되는데 그 마음이 어땠을까. 그나마 다행한 일은 앤 주위에 있던 몇 명이 앤을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 좋은 선생님과 이웃을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가 아는 앤으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여성 혼자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힘든 그 시절에 고아 소녀가 이렇게 잘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일찍 철이 들어 자신의 처지를 또렷하게 인식한 앤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세상에 행복이 있다면 언젠가 자신에게도 찾아올 거라 믿은 앤은 바라던 대로 프린스에드워드섬으로 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소소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 앤의 삶이 이토록이나 힘겨웠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알고 나니 대견하기만 하다. 힘든 일 투성이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앤이 고맙다. 이제 초록 지붕 집의 앤을 만나러 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