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미술관 1
김범 외 지음, 강태희 기획 / 시공아트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서점에서 몇 차례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 결국 구입한 책이 <향>이다. 말 그대로 향기를 의미하는 제목이다. 그런데 책 표지에는 ‘책 속의 미술관’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향은 후각이고 미술관은 시각이다. 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책이라는 말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의 지은이는 11명의 화가이다. 이들은 글 또는 그림으로 향기를 표현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2008년 화재로 전소된 남대문을 두고 한 화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숭례문이 전소된 다음날, 현장을 찾아가던 길에 만났던 향기. 그것은 육백 년 역사를 담은, 밤새 타올랐던 노송의 향기였다. 그러나 불길 속에 남아 있던 그 향기는 묘사될 수 없다. 노송의 향기가 온몸으로 스며들던 순간은 인상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그 슬픈 아름다움이 오늘도 생생하다.”
 이 글과 함께 멀쩡한 남대문, 전소된 숭례문 그림을 그려놓았다.
 
 한 작가는 향기를 직접 지칭하는 언어가 없다는 것은 후각기관과 언어중추기관이 무관하기 때문이라는 글을 썼다. 그리고 향기는 기억을 환기시키는 시간여행의 도구라고 결론내렸다. 노래를 듣고 과거를 회상하듯 향기를 맡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향기를 시간여행의 도구라고 했을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냄새가 난다. 사람은 없는데 향수 냄새가 나고 자장면 냄새가 나기도 한다. 한 작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향기를 그림과 글로 표현했다.
 
 김치, 메주에서는 자연 향기가 난다. 한 작가는 이 자연향과 샤넬 향수와 같은 인공향을 대조했다. 이런 향기가 뒤섞인 것이 현대의 향이라는 말이다.
 
 이 책은 미술가가 맡은 향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글보다 그림이 많다. 그래서 책 속의 미술관이라는 부제를 붙였나 보다. 그림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난해한 그림도 있다. 그러나 향기를 시각적으로 또 그토록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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