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병동
하하키기 호세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영화 <모범시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책 <폐쇄병동>을 추천하고 싶다. 제목이나 표지에서 풍기는 괴기스러움은 이 책에 없다. 병동이라고 해서 의학이나 병원에 관한 이야기도 거의 없다. 오히려 따뜻한 사람의 마음이 녹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신병동에 입원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신병동이라고 해서 정신에 이상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각박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다양한 어려움을 겪어내는 과정에서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정신적 상해를 입은 사람들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 서로 보듬어 주고 격려한다. 그 중에는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 낙태수술을 하고 입원한 여학생도 있다.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나 환자 중에 조폭이 그녀를 다시 짓밟고 만다. 이를 알게 된 한 동료 환자(히데마루)가 그 조폭을 살해하고 구치소에 수감된다.

 

이 책의 뒷부분은 그에 대한 재판 과정이 그려져 있다. 증인으로 다선 다른 동료 환자는 히데마루씨가 그 조폭을 살해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증언한다. 또 그 조폭이 살해되어 모든 사람이 행복해졌다고 했다. 죽어야 할 자가 죽음으로써 많은 사람이 안정을 찾았다는 내용의 증언은 독자에게 감동을 전해준다. 이 책의 내용은 여기까지이다. 판결은 없다. 그래도 저자 하하키기 호세이가 주려는 의미는 의연히 배어 있다.

 

최근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 용의자가 잡혔다. 그 여학생 부모는 억장이 무너져 용의자를 살해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아니, 모든 이들이 그런 울분을 삼킬 것이 분명하다. 함무라비 법전이 없음을 안타깝게 여긴다. 판결에 따라 흉악범이 가벼운 처벌만 받고 다시 길거리를 활보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 없이 보아왔다. 악법도 법이지만 많은 사람이 잘못된 법이라고 여기면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 자본주의, 법치주의가 바로 선다. 이 책은 이 같은 의미를 복선에 깔고 있다. 영화 <공공의 적> 시리즈가 매번 성공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비록 현실과는 다르지만 정의가 승리하는 짜릿한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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