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 첫 번째 이야기,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손숙 지음 / 중원문화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손숙, 배우이자 전 환경부 장관은 월~토요일 오후 CBS 라디오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6개월 동안 150여명과 인터뷰하면서 감동하고 울고 가슴 아파하고 때론 힘겨웠다고 한다.
그가 만난 많은 사람 중에 26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책 제목도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이다.
부제로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라고 붙였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모자이크’이다.
다양한 삶이 녹아있다.
일반인부터 유명인까지 그 삶을 산 사람들도 천차만별이다.
 
서울에 아직도 대장장이(김예섭씨)가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소설가 김홍신씨가 최인호 작가와 죽는 날까지 손으로 원고를 쓰자는 약속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때 ‘빠떼루’로 유명해진 김영준 경기대 교수가 유명세를 타게 된 비화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또 있다.
마치 내가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존댓말로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마을에 흑백TV 한두 대가 고작이던 1960~1970년대, 프로레슬러 김일은 박차기 하나로 온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습니다. (중략) 고(故) 김일 선수의 마지막 순간까지 애제자로 함께하고, 그 뜻을 이어받아 프로레슬링을 지켜내려 애쓰는 사람, 국내 유일의 세계 챔피언 이왕표 선수를 만났습니다.” (p90)
이런 식이다.
 
이 책은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지루하지도 않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3~4페이지에서 많아야 10페이지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삶을 접하면서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몇 가지 안타까운 점도 눈에 띈다.
일부러 그랬는지 몰라도 책 표지 등이 세련된 맛이 없다.
그렇다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좀 더 신경 써서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섬세하지 못한 점은 책 중간 중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평서체와 존댓말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 있다.
“세계적인 산악인으로 1985년부터 2000년까지 15년간 동양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의 고산 14봉우리를 모두 오른, 세계 등반 사상 여덟 번째의 대기록을 갖고 있는 엄홍길 대장의 말이다. 5000m, 6000m나 7000m급 산은 등반훈련을 체계적으로 잘 받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8000m급은 인간의 영역 밖, 즉 신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p67)
 
또 “때는 지난 1996이었다. 그때는 애틀랜타 올림픽이 미국에서 열리고 있었다. 88올림픽을 거뜬히 치러낸 우리 선수들은 그곳에서 열심히 경기를 펼치면서 선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p116)
 
이런 식이면 독자로서는 혼란스럽다. 편집자 주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지도 않고…
오타도 몇몇 곳에서 발견된다.
실수이거나 의도이거나 이런 사소한 점들이 책의 값어치를 떨어뜨린다.
 
독자의 관심을 끄는 인터뷰도 많다.
1987년 서해 백령도 부근에서 조업 중이던 동진호가 납북된다.
동진호 선원 중 최종석씨의 딸 최우영씨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20년 망부(亡父)의 한을 품고 사는 납북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국민에 대한 정부의 역할론을 일깨우는 좋은 인터뷰였다.
최씨는 인터뷰에서 "그때는 납북자라는 말 자체가 월북자와 개념이 구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중략) 남한 정부로부터 인권이 유린당하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거죠"라고 말했다.
 
또 동물박사 김정만씨의 인터뷰도 좋았다.
동물에 대한 애착도 애착이지만 한 곳에 몰두하는 집념을 엿볼 수 있었다.
"조류학자는 죽었다고 했는데 제가 밤새도록 가슴에 안고 산 미꾸라지를 입에 넣어 주면서 129일 동안 돌봐주었어요. 그래서 완전히 회복되어서 서울대공원으로 옮겼는데 보통 황새는 15년에서 16년을 살면 천수를 다한 것인데 이 황새는 26년 3개월을 살고 자연사를 했어요. 그래서 기네스북에 올랐지요. 지금도 제가 그 황새를 돌보면서 밤새 먹이는 몇 번 먹고 똥은 몇 번 누었는지 기록한 일지가 남아있습니다." (p174)
 
가정경영연구소 김학중 소장과의 인터뷰 내용은 유감이다.
독자는 이런 연구소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그렇다면 이 연구소가 무슨 목적을 가진 연구소이며, 또 일반인이 이 연구소를 이용할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등을 소개하는 데 무게를 두어야 했다.
그러나 인터뷰 중반까지 소장의 사생활에 너무 치중했다는 느낌이 든다.
김소장의 부모님은 어떤 부모였으며 슬하의 4남매를 다 대학에 보냈느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또 김소장이 결혼은 언제 했느냐, 부부싸움은 하느냐는 등 어쩌면 밝히고 싶지 않은 매우 사적인 질문이 계속된다.
인터뷰 후반부에 가서야 연구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온다.
물론 가정경영이라는 주제로 본다면 모든 이야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개인적인 면을 부각시킨다는 인상을 독자가 받는다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방송 내용을 책으로 내는 경우가 늘었다.
EBS는 e지식이라는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손숙의 이 책도 그 대열에 끼었다.
단순하게 책을 냈다는 데 만족하거나 해당 프로그램의 홍보 수단으로 삼기 전에
독자에 대한 배려를 고민하는 자세도 갖추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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