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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기의 아침시간 - 소소하지만 차곡차곡 쌓인 일상의 힘
남은주 지음 / 로지 / 2016년 1월
평점 :

당신의 아침은 안녕하신가요?
나의 아침은 오늘도 그냥 평범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우사기의 아침시간]은 우연히 내 곁으로 왔다.
마치 작은 선물처럼 도착했을 때 살짝 떨리기도 했다.
우선 책을 먼저 펼쳐보리라..
나와는 조금 다른 아침을 시작하는 여인을 만날테니 궁금하지 않은가.

1월...새해가 밝아오는 시간 난 뭘 했을까. 뭘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이렇게 일상을 그냥 흘려버리기엔 우리의 일년이 너무 짧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이 말이다. 우사기 저자는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어 거의 매일 일상을 사진에 담고 그날의 느낌을 담담히 적어내고 있다.
난 이시간도 무척 부러웠다. 서점을 아침시간에 가서 서점 안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서점의 책을 읽는다니...교보문고에서 요즘 책을 읽는 공간이 늘어났다고 기사에 오르내리는 걸 보고 참 잘 만들었다했는데, 저자의 아침이 참 부럽지 아니한가. 나의 일상과는 많이 다르다.
2월...정말 신기하게도 우사기 님의 아침과 같은 게 하나 있다면 2월에 나에게 온 남편의 선물이다. 이 TWG 커피포트가 내게 온 2월 사진을 보면 같은 포트에 2월 아침시간이며, 제목이 인생은 예측불허였다. 나도 이녀석을 만날 지 몰랐고 뭐냐 했느데, 신기하게도 이 커피포트를 만나니 우사기의 아침시간과도 만났으니 말이다. 반가워~우리 아침에 자주 만나자~~

이렇게나 많은 그릇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자의 집에 있는 그릇정리시간..도자기 전시장 같은 비주얼이 부러울 따름이다. 저자의 성격도 저렇게 아기자기 이쁠 것 같았다. 우사기님과 인연은 내가 신혼일때 십여년 전 <우사기의 도쿄식탁>이 내 곁에 오면서 부터였다.
우사기님의 아침시간엔 해뜨는 순간을 담은 소중한 장면이 눈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함께 그 햇살을 만끽하고 행복한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아침에 난 일출을 본 적이 있었던가...살기 바빴고 아이들과 남편을 출근시키기 바빴던 시끄러운 아침이 난 문득 낯설어졌다.
3월...나에게도 저런 하늘이 찾아와주길 바래본다. 우사기님의 식탁은 여전히 단정하고 맛나보인다. 아침 식탁을 나만을 위해 차려본 적이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가족을 위한 식사만 준비했었다. 가끔은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를 부려보고싶어졌다. 그래...한번 해보자~

이 장면이 참 좋았다. "도쿄는 여행하기 어때요?"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혼자놀기 정말 좋아요."라고 답하고 싶다.
"혼자서 외롭지 않을까요?" 라고 걱정스레 묻는다면
"외로움도 사랑스러워지는 도시예요."라며 웃으며 말하고 싶다.
나도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싶어졌다.
4월... 도쿄에서 군마까지 벛꽃 꽃길을 보기 위해 새벽같이 달려간 저자님의 사진에 포착된 고우도역..정말 절경이었다. 기차가 들어오는 한 시간마다 2-3분동안만 허락되는 시간을 포착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건 아마도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들지 않을까. 바쁘게 사니 말이다. 이런 여유 나도 가져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그 사진이 소중한 줄 아니까 말이다.

5월..저자는 제빵실습시간에 배운 케이크를 굽는다. 아..여기까지 케이크의 향이 날아오는 듯 하다. 나도 저렇게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저렇게 사놓고 즐겨야겠다. 그릇 사놓고 아끼면 무엇하랴..평생 다 써보지도 못하고 갈텐데..그런 생각이 드는 아침시간이다~
6월...드디어 바다가 나왔다. 뜨거운 햇살을 식혀줄 바다가 저렇게 이쁘게 말이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야기가 쏟아질 줄이야. 저자는 영화 이야기를 많이 꺼낸다. 그 주인공은 잘 살고 있을까.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들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우사기님이 참 천진난만하다.

7월...더운 여름엔 역시 맥주..그런데, 우리나라와 조금은 다른 용량에 당황스럽다. 우린 330ml, 500ml이 맥주캔 중엔 작은 사이즈이다. 하지만, 일본은 135ml, 250ml, 350ml가 작은 사이즈란다. 우사기님의 기준엔 작은 135ml 요건 심심할 때 한잔, 중간의 250ml 요건 잠이 안 올 때, 큰 350ml 요건 우울할 때 한잔. 넘 귀여워서 웃음이 나지만, 우리나라에선 135ml는 잘 안팔리겠다 싶었다~간에 기별도 안갈테니..말이다.
8월..생일도 특별한 날도 아니지만 오롯이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아, 내생일날 난 나만을 위한 선물을 스스로에게 하진 않는다. 그건 남편의 몫이 아니었던가. 나만을 위한 선물이 기분좋긴 할 듯 하나..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 않는가. 다만 아무날이 아닌 날, 조말론의 향수를 나를 위해 사고 싶어졌다. 내 취향저격을 해주는 향수로 꼭 사리라. 기분좋은 상상만으로도 아침시간이 행복해진다. ㅎㅎ

9월...훌쩍 아무 계획도 없이 떠나는 여행도 나쁘지 않다. 맞다. 그런 여행을 결혼 전에는 혼자 다녔었다. 갑자기 경춘선을 타는 건 젊으니까 낭만있는 객기라 생각했었다. 지방에 있는 부모님 집에 갈 때도 혼자였는데, 이젠 가족들이 모두 총출동하니 시끄러운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가끔은 나혼자 떠나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아이들도 다 컸으니 이제 나를 위한 시간도 가져야겠다 마음먹게 되었다.

12월...연하장을 준비하는 우사기님의 설레임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래 나도 아이들의 선생님말고 나의 은사님, 나의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카톡이 아닌 연하장을 준비하는 건 어떨까 싶어졌다. 예쁜 그림을 그린 나만의 연하장말이다. 그 옛날 초등학교 담벼락에서 내가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를 팔았던 그 때가 생각났다. 그 카드를 사준 고마운 얼굴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고사리 손이 기특해서였으리라.
책장을 넘기며 이런저런 추억이 생겨났다. 여의도 벛꽃길도 생각났고 혼자 떠났던 경춘선 기차안에서 스케치를 했던 추억도 생각났다. 여러분의 아침시간은 어떠한가. 다시한번 돌아볼 시간이 아닐까 싶었다. <우사기의 아침시간>을 통해 말이다. 당신의 아침, 나의 아침을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