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 탐정 그림의 수기
기타야마 다케쿠니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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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캐릭터 <인어공주>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는 어린시절 여자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동화였다. 내게 인어공주는 불쌍한 공주로 기억되었다. 사랑을 이루지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버리니까 말이다. 왜 왕자에게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을까. "내가 당신을 구했소"라고 전달하지 못했을까. 항상 답답했었는데, 30년이 지나 내 아이들에겐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더 친근했다. 적극적이고 당돌한 인어공주의 결말은 디즈니의 각색으로 재탄생되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물론 사랑을 이루는 건 좋지만, 원작이랑 너무 달라져 원래 인어공주의 동화에 담긴 교훈이나 감정같은 공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이야 워낙 만화를 좋아하니 그런 생각은 전혀 안하고 보긴 했지만 말이다.

 

사실 왕자님을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게 되고 마녀에게 천상의 목소리 대신 인간의 다리를 받아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인어공주를 나몰라라한 건 왕자가 아닌가. 그녀를 몰라본 왕자가 진짜 몰랐을까. 이웃나라 공주가 더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닐까. 나라면 그냥 왕자에겐 미안하지만 물거품이 되진 않을 거 같다. 내가 물거품이 된 들 왕자가 슬퍼해주고 기억해줄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기타야마 다케쿠니는 인어공주의 후일담을 소설의 주제로 삼고 있다.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이틀 뒤에 왕자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사라진 인어공주가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이미 물거품이 된 그녀가 범인일리는 없다. 그래서 등장하는 주인공이 바로 인어공주의 언니 셀레나였다. 여기에다가 작가 안데르센이 소년인 화자로 등장하고 그림 형제의 동생 루트비히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시작된다.

 

인어공주는 범행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범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왕자가 별궁에서 처참히 살해당한 뒤 사라진 인어공주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인어공주의 자매들이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인어공주의 언니 셀레나는 육지로 올라와서 왕자의 살해범을 찾기로 마음을 먹고 목소리가 아니라 심장을 마녀에게 준다는 게 섬짓하지만 인간으로 변한다.

 

바닷가에서 쓰러져있는 셀레나를 발견한 사람은 죽은 왕자가 아니라 화자 한스 안데르센과 그림형제의 동생 루트비히였다. 원작과 이야기가 연결되기 위한 설정이겠지만 조금은 억지스러보인다. 전반적으로 잘 쓰여진 미스터리 소설이니 그냥 넘어가고 이야기에 술술 빠져들었다.

 

 

인어공주의 결백함과 왕자의 살해사건을 파악하러 왕궁에 가게 된 셀레나, 한스 안드레센과 루트비히는 그날 왕자의 동선을 쫓다가 모든 사람이 왕자가 죽은 시간에 알라바이가 성립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도대체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두번 째 살해용의자로 셀레나가 지명대고 만다.
에릭 왕자의 살해범으로 셀레나는 두번째 용의자로 의심받는다. 거기에다 마녀는 시체가 되어 돌아오고 인어공주 뒷 이야기가 미스터리해진다. 왕자를 살해한 범인을 쫓아가며, 인어공주와의 연관성를 찾아보고 추리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야기를 쫓다보면 결말이 나온다.

 

<인어공주> 본격 미스터리로 완벽하게 재해석하다.

 

<인어공주> 표지를 살펴보면 인어의 꼬리뼈가 바다속에 가라앉는 듯이 표현되어 섬뜩해 보인다. 파도모양 표지띠에는 '탐정 그림과 안데르센의 추리와 활약을 그린 신본격 미스터리, 물리 트릭의 귀재가 선보이는 일본 미스터리의 현재'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동화의 설정을 가져오면서 물리 트릭을 고수하는 기타야마 다케쿠니는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 대표 선두주자라고 한다. 누구나 아는 동화 인어공주를 가져와서 영리하게 섞어서 대중성까지 갖추었다. 동화를 다시 재해석하는 소설로는 우리나라의 구병모 작가의 빨간구두당이 연상된다. 동화와 신본격 미스터리의 만남이 반가워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된다. 화자 안데르센과 탐정 그림을 통해 인어공주의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 <인어공주: 탐정 그림의 수기>를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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