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우리가 있었다
정현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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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우리가 있었다》. 처음엔 시집 제목인 줄 알았다. 무슨 책일까. 아...라디오작가 정현주의 신작이었구나. 《그래도 사랑》이후 나온 에세이집이라 반응이 좋았다. 그녀는 매일 글을 쓰는 라디오작가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을 읽어봤을까. 함께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그녀가 감성이 풍부한데엔 라디오를 찾아오는 수많은 사랑이야기도 한몫 했으리라. 그래서 그녀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의 이야기가. 그녀의 속삭임이...

진짜 사랑하는 법은 ‘나로 사는 것’

 

《거기, 우리가 있었다》는 진짜 사랑하는 법은 ‘나로 사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내가 행복해야 내 주변 사람도 웃을 수 있다고, 타인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내가 되는 것이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진 말이다. 그냥 막연하게 열심히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아껴주고 그만을 바라봐주는 게 사랑이라 믿었다. 그런대로 행복하게 잘 살아온 걸 보면 이것 또한 나쁜 방법을 아닐터인데, 마음에 구멍이 난 듯 슝슝 바람이 분다. 뭔가 허무한 맘에 눈물이 많아지고 울적해진다.

 

“Be yourself. Remember. Just be yourself.” 그냥 너 자신으로 살아라.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알라딘이 지니에게 어떻게 해야 사랑을 이룰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지니는 사랑을 이루는 정석을 알려주겠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랬었나? 기억에 없다. 어린왕자를 보면서 울었지만, 알라딘을 보며 심오함을 느끼진 않았다. 이런게 작가와 일반인의 차이가 아닐까. 정현주 작가는 이 책에서 우리가 건강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나로 사는 것"이라고 속삭인다. 사랑, 우정, 가족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그러하며 우리가 건강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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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그와 나를 ‘나와 너’라고 부르지 않고 ‘우리’라고 부르던 순간 그것은 그 자체로 마음의 고백이었습니다. ‘이제 너와 나는 연결되었고 너의 많은 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 같아서 좋았습니다. 고마웠어요. 저에게 ‘우리’라는 말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랑의 고백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거기, 우리가 있었다》, 프롤로그 ‘같이 있어요, 우리’ 중에서

 

정현주가 말하는 '우리'가 참 좋았다. 좋아서 더 간절한 '우리'가 내가 원했던 걸까. 주변에 시선에 떠밀려 온걸까. 지금 같이 있다 해도, 같이 있지 않다 해도 마음만은 언제나 ‘거기, 우리가 함께 있었다’라면 함께 있는게 아닐까.

“자꾸 뒤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시계는 차지마. 시계는 자꾸 몇 시인지, 얼마나 지났는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걱정하게 하지. 초조해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항상 ‘지금’이라는 시간만 가져. 계속 앞으로만 가. 알겠지?” 사랑이 소중해도 우리, 우정에 게으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친구는 우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덕분에 우리는 고비를 넘어 전보다 현명한 사랑에 도달할 테니 우정을 가꾸는일에 게으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랑이 소중해도, 사랑이 소중할수록, 우리.

-《거기, 우리가 있었다》. p. 83

난 시계를 잘 보지 않는다. 다만 핸드폰은 만지작거린다. 시간을 보기 위함이 아니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이라는 시간만 가지란 말이 내게 무언가 생각하게 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적이 있었나. 지금 당장 나는 지금이란 시간만 가지고 살아가고 있나?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라면 옆에 오래도록 두어봄 직하다.

 

 


운명의 상대를 찾고 있지만 찾아지지 않는다면 너무 많은 것을 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많은 것을 기준으로 두고 상대를 재단하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통한다면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요. 이미 충분히 대단하잖아요. 통한다면 뛰어드는 게 어떤가요. 나머지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거기, 우리가 있었다》. p. 99

 

《법륜스님의 행복》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상대방에게 원하는 바가 많은데, 그런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그런데 자꾸 완벽한 사람을 찾으니 좋은 사람은 다 결혼했고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조건이 안된다고 빼버리면 좋은 사람이 당연히 없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저자는 상대와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도 괜찮을 거 같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네가 좋다니 나도 좋다.” 부지런히 행복해져야 하는 이유. 그래야 기꺼이 축하해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내 좋은 사람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기꺼이 웃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네가 소중하여 나는 나의 내일이 더 즐겁기를 바란다. 이 책을 보며 나도 더 사랑하기 위해 나부터 행복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을 더 사랑하고 싶다면《거기, 우리가 있었다》와 함께 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조금은 각자의 삶이 따스해질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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