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동물농장 - 스노볼의 귀환
존 리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천년의상상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동물농장》에서 쫓겨난 ‘스노볼’이 전하는 메시지『자본주의 동물농장』에 주목하라!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더욱 평등하다”는 다시 씌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무엇이 되느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


동물농장에 남아 있던 마지막 계명, 책 첫머리에 강렬히 써있는 문구를 읽다보면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바가 나와 있다.

『자본주의 동물농장』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내려친듯한 당황스러움이 나를 괴롭힌다.

 

 

 

우리가 읽고 열광했던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후속작 쯤 된다고 생각했던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는 아니었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추방당했던 돼지 스노볼이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었다. 아니 사라졌던 스노볼의 등장이라니!! 대단한 능력을 가진 당나귀 벤자민조차 두려워하게 만드는 존재 두 발로 선 돼지 스노볼과 그의 박사친구 염소 토머스는 과연 농장에서 어떤 일을 벌일 것인가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패러디한 소설 『자본주의 동물농장』은 공산주의의 폐해를 다루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저자 존 리드는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작가로 정평이 난 사람이었다. 존 리드에게 대단한 조지오웰도 『동물농장』도 중요치 않았다. 9.11 테러가 일어난 날 이후 그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의 자본주의가 참된 자본주의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자본주의는 누구에게나 평등한가’에 있는 것 같다.

 

 


 

존 리드가 책을 구상한 즈음 기가 막히게도 영국 외무부에 넘긴 ‘오웰 리스트’ 때문에 조지 오웰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필 그 때 문제의 책 『자본주의 동물농장』이 나올 때 오웰의 자손들은 그가 책을 출간하면 고소하겠다고 편지를 보내 더 유명해졌다. 출간할 때부터 논란이 되는 이런 흥미로운 소설책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자본주의 동물농장』이 당시 대학가에서 핫한 토론주제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는 말이 믿겨진다. 왜냐하면 나 또한 9월에 있을 조지오웰의 『동물농장』강연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기에 탈락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곳에서 난 『동물농장』(민음사) 번역자 도정일 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또 집중할 거 같다.


아마 왜 다시 『동물농장』인가...다들 서로 물어뜯는 돼지들로 변해가겠지..그런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우리들이 좋아하는 위대한 고전『동물농장』을 건드린 『자본주의 동물농장』이 주는 임팩트는 가히 놀랄 만하다. 그럼 이 책 속 등장하는 스노볼과 토마스, 그리고 농장들의 돼지들 이야기를 간략히 언급만 해보겠다. 나머지는 직접 읽어보고 판단을 내려야할 나와 다른 수많은 똑똑한 독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나폴레옹과 그의 시대는 깨끗이 잊혀졌다. 어쩌면 그것이 목표였을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는 동물의 마음에서 자신이 누군가의 지도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종종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었다. 점점 자신이 하는 일은 자신의 계획에 따른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이었다.”

( 본문 p. 57 )


소설의 첫 머리를 보면 동물농장이 세워진 후 여러 해가 흘렀고, 늙은 돼지들은 하나둘 죽어갔고, 농장의 미래는 불투명했으며, 동물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나폴레옹으로 풍자된 스탈린이 세웠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전쟁영웅들도 하나둘씩 사라지는 동안, 구 소련 국민들의 심리를 반영한 부분으로 보인다. 


그때 외양간 전투의 일등 동물 영웅이었지만 추방당했던 돼지 ‘스노볼’이 그들 앞에 나타나 인간 마을에서 배워온 더 나은 길을 펼칠 것을 동물들에게 약속하였다. 비록 가상이지만 그의 등장은 트로츠키의 재등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말 그가 돌아왔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모했을까. 소설이지만 얼마나 재미있는 설정이 아닌가. 존 리드의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 꿈이 실현되는 땅이 될 거요. 온수 목욕, 에어컨. 우리가 우리 꿈을 실현하지 않았소? 우리는 실현했소! 자 그러니까 이제 다른 모든 이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웁시다. 우리의 이 비전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안락으로, 동물의 안락으로 우리에게 보답할 거요!"

( 본문 p. 94 )


농장 동물들이 원하는 온수와 전깃불, 전기난로, 에어컨, 창문이 달린 축사 방을 실행하기 위해 건축가인 염소 토머스는 전기 발전기를 도입하기 위해 쌍둥이 풍차의 설계도를 그려갔다. 여기서 자본주의로 변모하는 농장의 변화가 그려지고 있다. 공산주의 체재가 흔들리고 차츰 자본주의 개념에 물들어간 러시아의 행보가 여기에 해당되는 거 같다. 스노볼은 더 나은 길을 보여주기 위해 돌아왔고, 불가능한 꿈을 꾸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동물동장은 그 꿈이 실현되는 땅이 될 거라며 농장 동물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과연 스노볼의 약속이 이루어질까.

농장 동물들은 두 발로 걷는 스노볼의 가르침에 따라 두 발로 걷는 법과 옷 입는 법, 알파벳을 익히고 화폐의 특성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곧 농장 밖 삼림지대 동물들에게까지 성공과 기회의 땅인 ‘동물농장’에 관한 소문이 퍼져나가고, 많은 동물들이 꿈을 찾아 ‘동물농장’으로 이주해온다. 여기에서 숙청으로 물들었던 농장이 드디어 바깥 동물들에겐 동경의 장소가 되어 찾아오게 되었다. 이는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많이 가졌던 아메리카 드림처럼 달콤하나 현실은 씁쓸했었다. 


점차 탐욕적으로 변모해가는 스노볼을 통해 ‘동물농장’은 ‘동물장터’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그곳은 갖가지 재주를 가진 동물 공연자와 온갖 놀이시설, 범죄자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공연으로 채워진 거대한 테마파크였다. 하지만 동물공원이 들어서고 점점 자본에 의해 부가 축적되어 가면 갈수록 동물들 사이의 갈등은 더 심각해져만 간다. 결국엔 ‘동물농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하게 되고 만다. 요즘 세상이 다 그런 것처럼 자본주의에선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던가! 역시『자본주의 동물농장』에서도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스노볼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지도자들은 결코 그런 걸로 죽지 않았지만. 큰 모험은 늘 토끼나 오리가 하는 것 같았다. 늘 “이런 모험을 더”, “저런 모험을 더”, “더 용감하게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이 들렸다. 호전적이지 않고,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은 동물은 권력이 없는 동물들뿐인 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이들이야말로 죽임을 당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동물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죽임을 당하는 것은 남을 죽이는 짓을 하고 싶지 않은 동물들뿐일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 본문 p. 176 )


결국 이 책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권력싸움에서 밀려나 쫓겨났던 스노볼이 재등장하면서 자본주의의 모순과 문제점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예전보다 풍요로워져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격차는 더 많이 벌어지고 소수만이 더 잘살게 되는 점차 불평등해지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게 아닐까? 이러한 불평등 문제 때문에 잘 사는 나라에 대한 분노로 이를 평범한 일반인들에게 테러라는 악랄한 방법으로 자행되는 게 아니었을까? 저자가 이 소설을 착안하고 쓰게 된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가. 바로 9. 11테러였다. 이 사건은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의 11층 세계무역센타(WTC) 쌍둥이 빌딩이 알 카에다 등의 이슬람 테러조직의 항공기 자살테러로 무너져 내렸고 수천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가장 최악의 테러였다. 공산주의를 이기고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 등극하여 자신만만해하던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특히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가진 힘을 우린 알고 있다. 이는 덜 가진 자들 중 특히 위험한 폭력성향이 많은 집단의 이익과 상반될 경우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사고로 이어지고 말았다.


과거 공산주의나 자본주의의 싸움이 종결되고 결국은 가진 자들의 싸움만 남았다. 권력자들은 일반 국민을 위한 정책보다 그 체재를 유지하고자하는 정책을 우선하기 마련이다. 이대로 간다면 무엇이 남아 있게 될까. 자본주의를 대체하게 될 그 무엇도 없다. 우리에겐 선택할 기회가 없다. 결국 빅브라더의 통제 안에서 움직이는 시민들이 될 뿐이다. 동물농장의 돼지들처럼 말이다. 결국 동물농장의 동물들처럼 자신도 모르게 희생당하는 피해자가 될 뿐이다. 우리의 자본주의가 이대로 두어도 좋은지 질문을 던지는 『자본주의 동물농장』의 출간이 반가울 따름이다. 이제 우리가 꿈꾸었던 유토피아의 실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이 책을 펼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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