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의 모험 담푸스 지식 그림책 3
마리아 테를리코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보흐단 부텐코 그림 / 담푸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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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나의 삶이 정말 건조하다, 내 의지로 사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침울해진다. 시어머님이 많은 도움을 주시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세 아이를 돌보고 가족 대소사를 챙기면서 늘 시간에 쫓기고 마음에 여유가 없다. 그러다 조금의 시간이 날 때가 있는데, 바로 이 시간의 대부분을 ‘내가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채운다. 차라리 이런 여유 시간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사람이 아닌 다른 사물은 어떻게 평생을 살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수많은 사물을 지탱해주는 땅은? 나무는? 오늘 아침 나의 텅 빈 위를 채워준 갖가지 음식들은? 봄을 부르는 듯한 따뜻한 비는? 나의 집은? 등등...

  이런 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테지. 하지만 곡식도 더 사랑을 기울여주면 잘 자라고, 물도 예쁜 말과 음악을 들려주면 건강한 물이 되고 나쁜 욕설을 들려주면 그렇지 못하다는 걸 과학으로 증명한 세상이니 오히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무식하다 핀잔을 줄 수도 있을 거다.

  때문에 ‘물방울의 모험’이란 귀엽고 재치 있는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아하!’하고 탄복을 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물 한 방울도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련은 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그림책으로 보니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 것이다. 마을 아주머니의 양동이에서 튀어 나온 물방울의 긴 여행을 따라 가다보면 물도 더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해님의 따스한 기운으로 수증기가 되어 공중에 오른 후 다시 비가 되어 쏟아지다 어느 바위틈에 빠지기도 하고 너무 추워 얼어붙기도 하며 다시 녹아 시냇물이 되어 마을로 흘러와 수도관 속을 지나 깨끗해진 몸으로 수도꼭지에서 튀어 나온 물방울도 다시 하늘로 가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빨래를 위해 물방울 한 몸 바쳐 따뜻해진 기운에 다시 자유를 찾는 듯하지만, 너무 추운 겨울이라 다른 물방울과 함께 꽁꽁 언 고드름이 되는 대목에선 너무 재미있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리 집 막둥이는 한 번 읽어보고는 시시하다며 ‘눈만 버렸어!’하더니만 말과는 달리 연거푸 책을 읽는 게 무척 재미있는가보다. 물방울의 마음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그림책 덕분에 우리 집 꼬맹이도 독서삼매경에 빠지고 나도 유쾌한 웃음 지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재미있는 글을 써준 작가에게도 귀여운 그림을 그려준 화가에게도 고마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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