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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아지는 명화 속 과일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아이들은 참 똑똑하다. 학교 공부는 물론이고 피아노나 바이올린, 플루트 같은 악기 한 두 가지쯤은 연주할 수 있다. 거기다 수영, 태권도, 댄스도 배워 몸도 날래다. 책과 인터넷, TV로 인해 상식도 풍부하다. 그래서 엄친아니 엄친딸이니 하는 신조어도 생겼다. 남의 자식이지만 내가 봐도 예쁘고 보기 좋으니 그 부모들은 오죽할까 싶다. 그러면서 그들의 자녀교육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태교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음악과 미술, 운동, 음식 등 뭐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겠다. 처음엔 나도 좀 욕심을 부려볼까 흉내 좀 내보다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 좌절감도 맛보았는데, 다행히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조급한 마음에 우리 아이 머리가 좋아지는 두꺼운 책들을 읽어볼 때가 언제였나 싶게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다.
그래서 ‘머리가 좋아지는 명화 속 과일’은 ‘머리가 좋아지는’ 부분에서 점수를 깎고 들춰보았던 책이다. 하지만 9명의 화가들이 각각의 개성에 따라 그린 과일 그림을 보면서 금세 감탄을 하게 됐다. 이름도 생소한 엘로이즈 해리트 스탠다드가 그린 딸기와 새가 있는 정물화를 보면 ‘아, 똑같은 과일을 이렇게도 표현하는구나. 어쩜 딸기를 이토록 먹음직스럽게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었을까? 혹시 사진 아닌가?’하고 들여다보기도 하고, 안토니 볼로의 자루에서 쏟아지는 체리를 보면 금방 입속에 침이 고여 삼키게 된다. ‘아, 이건 고흐의 그림이구나!’ 하고 금방 알 수 있는 익숙한 느낌의 파란 사기 커피포트와 질그릇과 과일 그림, 모네의 부드러운 정물화, 구스타프 쿠르베의 사과와 석류를 본다.
같은 대상이지만 그리는 사람마다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고, 어린 아이들도 누구나 자신만의 느낌으로 앞에 놓인 대상물을 맘껏 표현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각각의 그림 옆에 그림의 소재로 쓰인 과일들의 사진이 실려 있어 아이와 함께 스케치를 할 수도, 채색을 할 수도 있겠다. 조만간 꼭 시간을 내어 나도 같이 그림을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