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초코 우유 세상을 바꾸는 아이들 1
애드리안 포겔린 지음, 권도희 옮김 / 서울문화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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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행동이나 말을 할 때,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불합리한 일을 맞이할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울분을 참지 못해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이 세상은 온통 싸움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포기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손해 보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개 개인의 이익과 관련한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삶 자체를 흔들고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며 바꿔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불합리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도대체 뭘까?




  ‘달려라! 초코우유’에서는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확실히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아름다운 소녀 카스와 젬미의 이야기가 살아 있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건만, 자신들의 고향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와 백인에게 지배받으며 온갖 핍박을 받고 살아온 흑인들은 피부색과 종교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세계지도자나 열린 가슴을 가진 적은 무리의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 백인에게 여전히 멸시와 천대를 받고 있다. 카스의 옆집에 사시던 리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새로 이사 온 가족이 흑인임을 알게 된 카스의 아버지는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높다란 울타리를 세운다. 젬미의 가족이 이사 와서 보게 된 울타리는 고통의 세월을 인내하며 힘겹게 살아온 할머니를 마음 아프게 하고 인종차별로 인해 어린 시절을 고통스럽게 보낸 엄마를 분노하게 만든다. 이러한 어른들과는 달리 세상에 아직 편견을 갖지 않은 카스와 젬미는 돌아가신 리즈 할머니가 남기고 간 책 ‘제인 에어’를 서로 읽어주고, 공통적인 취미와 특기인 달리기를 통해 각별한 친구 사이가 된다.




  카스 아빠의 흑인에 대한 맹목적인 적대감과 아픈 경험으로 인해 형성된 완고함을 지닌 젬미 엄마와의 갈등으로 두 소녀는 잠시 헤어지는 아픔을 느끼지만, 카스의 어린 동생이 죽을 고비를 맞았을 때, 젬미 엄마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며 서서히 감정적인 대립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자선 모금 달리기 대회에 나란히 출전한 카스와 젬미. 까만 피부가 초콜릿을 닮아 ‘초코’, 하얀 피부가 우유같이 희기에 ‘우유’, 그래서 카스와 젬미 둘의 팀 이름은 ‘초코우유’이다.




  경주의 막바지에 전력질주를 하던 젬미가 넘어져 다치게 되었을 때, 우승이 목적이 아니라 ‘초코우유’팀으로 함께 대미를 장식하고 싶었던 카스의 우정으로 둘은 서로를 부축하고 기대어 결승선에 들어오게 된다. 이 감동적인 장면은 양쪽 부모님과 친구들, 그리고 경주를 보던 수많은 사람들과 이들이 기사가 신문에 실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말콤 X’처럼 급진적으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마틴 루터 킹’ 목사처럼 끈기 있게 옳은 것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사람들이 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들의 잣대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한 어린 두 소녀, 카스와 젬미는 칼과 총이 아니어도, 날카로운 혀가 아니어도 세상을 흑백논리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른들에게 어떻게 하면 지금 사는 곳이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는지 한 수 가르쳐 준 행동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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