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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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살’이 대세인가? 요즘은 툭하면 누군가 죽었단 기사가 뜬다. 자살의 원인도 가지가지다. 악성댓글로 인한 우울증, 불화, 뇌물수수, 기타 등등...  그들이 모질게 자살을 마음먹고 실행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은 이해되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배울 만큼 배웠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거기에 모방 자살까지. 거창하게 생명윤리에 대해 논하지 않더라도 그들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죽은 후에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한 순간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지금 닥친 일이 ‘최악’이라 생각될지라도 시간이 흐르고 보면 별 일 아니었던 지난날을 잠시라도 생각해 봤다면 그렇게 쉽게 삶의 끈을 끊어버릴 수 있었을까?

여기엔 저마다 ‘최악’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만 가득하다. 그래서 책 제목도 ‘최악’인가 보다. 자신에게 드리워진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딱히 그럴 용기도 없는 그저 그런 보통의 사람들. 맞다. 보통 사람들의 모습은 다 그렇다. 누구 한 사람 인생의 굴곡 없이 평탄하게 죽음까지 이르는 사람이 있었던가? 하지만 못난 사람들은 자신의 굴레에만 집착할 뿐, 다른 이들의 굴레는 보지 못한다. 오직 내 상황만 늘 안 좋은 것 같고, 나만 힘든 줄 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오기와 만용을 부려보기도 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세워보고자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을 밟아버리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불황의 늪에서 용케 버티나 했는데, 크게 한 몫 잡아보고자 만용을 부린 데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는 소규모 철공소 사장 신지로나 구역질나는 상사와 돌봄이 필요한 엄마, 사고뭉치 여동생 때문에 늘 좌불안석인 은행원 미도리. 부모에게 버림받고 인생에 기쁨이라곤 오로지 성인오락과 잠시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 호되게 뒤통수 맞는 되는 일 하나 없는 가즈야.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은 우리네 사는 모습과 다를 줄 알았는데, 사람 사는 곳이 특별할 게 뭐 있냐는 식의 오쿠다 히데오식의 평범한 이들의 일상은 끝간데 모르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도 한 순간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누가 처음부터 악한 사람으로, 또는 착한 사람으로 내정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다. 저마다의 상황이, 저마다 닥친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이 결과적으로 사회에 무리를 주는 행동으로 치달을 것인지,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 정해지는 것이다. 나라고 다른가? 내가 이들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는 우아하게 그 상황을 훌훌 털어버리며 헤쳐 나올 수 있었을까? 아니면 그들이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면 또 다른 행동을 했을까? 사람마다 개인차와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최악의 상황과 최선의 상황은 변할 수 있다. 삶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같은 상황 아래에서 최악을 택할 것인가? 최선을 선택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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