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척 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 상
A.J.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살면서 참 희한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수십 년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아서 머리카락 길이가 수 미터에 이르는 사람, 돌과 쇠를 먹는 사람, 눕지 않고 앉아서 자는 사람, 물만 먹고도 생명을 유지하는 사람, 만두 수 십 판을 한꺼번에 먹는 사람,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90여개의 햄버거를 먹어치우는 사람 등등. 거의 대부분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남과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보여주는 별스런 행태는 신기함과 때로는 ‘저런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며 눈살을 찌푸리게도 만든다. 그렇게 쏟아 부을 에너지를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사용하면 어떨까 하면서 말이다.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을 처음 손에 잡았을 땐,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했다.  그리고 ‘여기 희한한 사람이 또 있군!’ 하고 생각했다. 시대가 많이 변해 종교계에서 나름대로 변화를 추구하고 신도들에게 믿음의 큰 가닥은 그대로 두되 실생활에 있어서는 융통성 있게 대하는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성경 말씀대로 살아보기라니? 성경을 자주 그리고 많이 읽지 않았어도 얼마나 많은 규율이 들어있는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성경 속의 문자 그대로를 해석해서 21세기를 단 며칠도 아니고 380여일을 산는 일이 정말 미치지 않고 가능할까 싶었다. 그러나 처음의 마음 답답함은 금세 사라졌다. 엄격하게 규율을 지켜보고자 수많은 성경을 읽어가며 적은 700여 가지의 규율을 찾아낼 때의 진지함과 이 시대에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100% 성경 말씀대로 살면 철창신세를 질 수도 있다.) 범위 안에서 최대한 원문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가히 존경스럽다. 그 모습을 크게 타박하지 않고 때론 도움의 손길을 주며 때론 같이 고민하고 때로는 방해꾼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아내도 참 대단하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성경 말씀대로 사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는 사이 나름대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지금 이 시대에 옷에 술을 달고 나팔을 불며, 일군의 품삯을 매일 주고 궁여지책으로 집 안에 직접 만든 초막과 무성하게 자란 수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며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고, 노하기를 더디 하며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와 같은 부분은 고개를 끄덕거려가며 열렬히 공감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믿는 것은 어떤 일이 닥쳐도 그 마음을 지속하는 것 일진데, 나는 나름의 잣대로 내내 판단만하고 있는 모습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성경 말씀대로 살아 본 1년을 살면서 저자는 자신의 나약한 부분을 모두 드러내게 된다. 말씀을 지키는 게 마음만으로 안 되는 일임을 수차례 겪지만 끝까지 해냈을 때, 아마도 이 책을 쓰면서 받았을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지극히 비종교적이었던 스스로가 변화된 모습이 가장 큰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성경이 의미도 모를 글자만 나열된 것이 아닌, 그 글 속의 깊은 의미를 알게 하고 더 크게는 종교의 필요성과 믿음의 가치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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