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 - 김수연 산문집
김수연 지음 / 문이당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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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가 없이 하는 일’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사례는 숱하게 접하며 살았다. 부모자식 사이에서도 ‘배 아파 낳아 이만큼 키워줬으면...’ 하고 자식에게 기대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내가 부모님께 ‘이만큼 해드렸으니 이 보다는 좀 더 주시겠지.’ 하는 자식들도 있다. 때론 말로, 때론 물질로 인해 혈육 사이에서도 패륜이 성행하는 요즘 세상에서 ‘대가 없이 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이 처음 보이는 반응은 주로 ‘정말? 아무것도 안 바라는 거 맞아? 설마..’ 하는 것이다. 그만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이해득실을 따지며 살아온 지난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해 시작도 못하거나 시작을 했어도 끝이 흐지부지 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 일이 이루어졌을 때 세상은 좀 더 살만해지고 아름다워지게 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슬프고 불행한 가족사를 견디고 자신의 시간과 몸과 재산을 들여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이 있다. 한때는 동아일보 기자, KBS기자로 일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다 생때같은 자식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아내와 남은 아들마저 보내며 죽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세상을 향해 책을 나누는 사람, 김수연. 그가 ‘내 생애 단 한 번의 약속’이란 책으로 내게 다가왔다.

  젊은 시절, 책이 주는 고마움을 일찍이 깨달았던 김수연씨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을 결성해 산간벽지에 책을 전달해주는 모습은 정말 꿈결과 같다. 단순히 책을 주고 오는 것이 아니라 책과 함께하는 동네잔치를 벌이고 책과 관련한 특강을 마련하며 책이 주는 고마움과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를 심어준다. 의례 기증하는 도서는 주로 헌책일 것이라 생각하는 고정관념, 여기저기서 모은 책이니 대상이 불분명한 책을 줄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모두 날려버린다. 2-3천 권의 책을 기증할 때마다 모두 신간으로 아동과 성인이 볼 수 있는 도서 목록을 직접 뽑아 책을 구입하는 그 정성에는 돈으로만 재단되는 세상에서 느끼지 못할 감동이 전해진다.

  책을 좋아하던 일곱 살배기 아들과의 지키지 못한 약속을 세상에 대신 지켜주는 모습을 보며, 일을 추진하면서 수없이 많은 고민과 좌절,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오뚜기처럼 발딱하고 일어선 그에게 세상은 더 큰 일을 해내라며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는 모습을 보며, 한 번 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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