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박주영 옮김, 김복영 감수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성장소설을 앞에 두면 이미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은 어디로 가 버리고, 딱 그 소설속의 주인공만한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그래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과 일체화된 나의 모습을 보고 그 당시 내가 부렸던 치기 어린 행동과 말을 합리화하며 따로 위안 받거나 인도 받은 경험이 없었던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이해해주는 치유의 시간을 갖게 된다.

  제목만 숱하게 들었을 뿐, 아직 읽어보지 않은 유명한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미국에서 성장소설로 정평이 나 있다는 ‘분리된 평화’를 들고 추천사를 읽으면서 사실 반신반의했다. 그동안 읽어왔던 성장소설의 무게감이 꽤 컸던지라 이 책이 그렇게 대단한 명성을 들을만한 책인가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진과 피니어스와의 관계, 피니어스를 중심축으로 돌아가는 학창생활, 그 사이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질투심과 감추고 싶은 진실 등을 접하게 되면서 내 의심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학창시절이든, 어느 집단을 가든 해처럼 빛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피니어스는 해였고, 친구들은 해바라기마냥 해의 움직임을 쫓느라 분주하다. 그러면서 그 마음에 기쁨이 넘치니 피니어스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진은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피니어스에게 동화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그런 친구가 자신을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해준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움도 느끼지만, 나름의 계획된 생활을 온통 헤집어놓는 피니어스에 대한 순간적인 반감으로 되돌릴 수 없는 짓을 하고 만다. 아무도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의 결과로 피니어스가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지만, 스스로에게 명백한 잘못이 있음을 알고 있는 진은 후회와 고통으로 가슴앓이를 한다. 훗날 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학교까지 미치고 군 입대를 종용하는 분위기속에서 다시 한 번 불의의 사고를 당한 피니어스가 어처구니없게 목숨을 잃게 되면서 진의 어린 시절은 막을 내린다.

  완강한 어법을 구사하지 않고도 어른도 아이도 아닌 중간지점에 선 주인공들의 복잡한 내면세계에 공감할 수 있도록 쓰인 ‘분리된 평화’는 지금도 덜 자란 나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아직도 불분명한 이유로 사람을 멀리 대하거나, 그다지 노력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괜시리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것도 아직 나의 내면이 성숙하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이 한 번 가면 못 올 청춘의 시기에 짧은 생각으로 좋은 인연을 걷어차거나 자신의 삶을 어렵게 만들지 않았으면, 참 좋은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있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랐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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