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엄마, 책 먹는 아이 - 한복희의 15년 살아 있는 독서지도
한복희 지음 / 여성신문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얻는 것이 비단 지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하고, 좋은 성품을 길러 주기도 하며, 때론 물리적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무서운 질책을 해 과오를 뉘우치게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이란 것이 참 신통방통해서 똑 같은 책을 읽어도 읽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사람 마음속 상태에 따라, 연륜에 따라,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크기도 느낌도 모양도 너무 다르다. 책을 잘 읽어내고 이해하며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성공한 삶이 될 것이다.

  특별히 기억나는 계기가 없이 중고등 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횟수는 줄었어도 늘 책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내 아이들도 막연히 나와 갔겠지 싶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건 단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의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큰 아이 때에는 좋은 책을 고르는 요령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유명 메이커의 비싼 동화책을 몇 질씩 구입했다. 그러나 이 아까운 책들이 제 값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직장생활로 인해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으면서도 책만 있으면, 아이가 저절로 책을 좋아하게 될 걸로 생각했던 나의 철없음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른다.

  이제 막내까지 초등학교를 다니니 세 아이 모두 강제성이 가미된 독서활동을 해야 한다. 나 역시 예전에 비해 자주 책을 접하면서 아이들 책에 좀 더 신경 쓰게 되었는데, 참으로 반가운 책을 만났다. 독서지도 경력만 15년 된 한복희 선생님이 쓰신 ‘책 읽는 엄마, 책 먹는 아이’는 저자의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책이었다.  

  세 장으로 구성된 책의 첫 장에서는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풍부한 감수성을 키우는 데에도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과 어머니라는 직업이 단순히 엄마 된 자의 의무가 아니라 모든 능력과 재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지적인 작업으로 볼 수 있게 생각을 전환시켜 주었다. 둘째 장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수업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글로 되살려 자연스럽게 독서지도의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감동받으며 더 나은 미래를 꿈 꿀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은 내게도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문득, 나는 어떤 책을 읽으며 가슴 뛰는 경험을 해 보았나, 진한 눈물 한 줄기 흘려 보았나를 생각하게 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책을 읽고 학습과 연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통합교육이란 말이 실감나도록 정해진 분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과 역사, 국어와 미술, 경제, 환경 등 경계를 허물어 주고받을 수 있는 독서지도 방법이 참 신선했다.

  지난겨울 방학이 며칠 남지 않았을 때, 서둘러 방학숙제를 점검해 주다가 2학년에 올라가는 아들 녀석이 독서 과제물을 하나도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가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다. 급한 김에 독서지도를 하는 동생에게 부탁해 위기를 모면했던 일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숙제를 미리 미리 챙겨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더라도 아이와 단 한권의 책이라도 같이 붙잡고 읽고 생각을 서로 나누어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 읽는 엄마, 책 먹는 아이’를 읽고 나니 먼저 바뀌고 행동해야 하는 사람이 나임을 깨닫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란 굳은 결심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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