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명상 - 내 안의 1%를 바꾼다
대안 지음 / 오래된미래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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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거리에 대한 공포가 심각한 요즈음, 건강한 식탁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연의 지배자인양 착각하고 사는 인간들의 행태를 보는 자연의 마음이 어떨까 싶은데,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곪아 터졌으니 이제 그 대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식탁위의 명상’ 역시 음식을 통해 자연과 상생하는 방법,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사찰음식을 연구하시며 보급하시는 대안스님이 주인공인데, 글 솜씨도 참 맛나다.

 

  고구려 소수림왕(372년)때 불교가 처음 이 땅에 들어왔으니, 불교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찰음식 역시 자연을 벗어나지 않고, 우리 조상들의 식생활에 서로 영향을 주었기에 요즘같이 음식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때에 조명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마음을 챙기고, 자연이 주는 선물로 소박한 밥상을 차리며 천연양념만으로 맛을 내는 사찰음식 이야기와 계절에 따른 재료의 손질과 음식 하는 방법이 세세하게 나와 있어 여느 요리책 못지않다.

  최근에 나도 식탁에 대한 명상을 할 일이 생겼다. 시어머님이 디스크 수술로 약 2주일가량 입원을 하셨다. 늘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고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퇴근을 하기에 집안일은 거의 대부분 시어머님께서 도맡아 해주신 덕분에 직장생활을 무난히 할 수 있었는데, 입원을 하시고 나니 세 아이와 남편에게 아침을 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 집안 청소와 빨래, 아이들 숙제 봐주고 재우기까지 하고 나면 너무 피곤해 쓰러지듯 잠이 들고 말았다. 청소나 빨래와 같은 일은 세탁기와 청소기의 도움을 받아 그나마 쉽게 처리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음식이었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기본적으로 있는 김치, 반 조리 된 통조림과 햄, 카레와 짜장 같은 것을 애용했는데, 1주일 쯤 지나다보니 아이들보다 내게서 먼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먼저 들고, 내가 왜 하루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 직장생활을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엉망으로 보낸 첫 주의 휴일에 슈퍼에 들려 신선한 채소와 생선을 구입해 제대로 된 식탁을 차려놓고 아이들보다 더 맛있게 음식을 먹으며 제자리를 찾은 듯한 기분에 혼자서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 셋을 낳아 살면서, 아이들을 포함해 가족 모두가 크게 아픈 일도 없었고, 요즘 열에 한 둘 앓고 있다는 아토피와 같은 피부염을 앓는 아이도 없었기에 ‘먹고 사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일이 없었는데, 시어머님이 아프시게 된 일을 계기로 건강한 식탁을 생각하게 되고 노력하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입으로 들어가는 맛만 생각했지 심고 가꾸고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노고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도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혼 전, 건강한 식탁을 차려주신 엄마도 고맙고, 시골살림을 하신 분이라 나물이 주가 된 식탁을 차려주신 시어머님도 그렇고, 세상엔 정말 고마워해야 할 일과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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