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불혹을 한 해 남겨두고 있는 이 때, 6월은 내게 너무 많은 것(반복에 대한 지루함과 굴레에 대한 갑갑증 등)을 느끼게 하는 달이다. 새해를 맞이할 때에는 그다지 설레는 마음도 없이 그저 또 한 해가 왔구나 싶었는데, 한해의 절반 가까이가 흐른 6월의 시작에는 착잡한 마음과 ‘이러면 안 되지’ 싶은 경각심이 함께 들었다. 고령화 사회에서 불혹은 말 그대로 청춘의 때인데, 시든 얼갈이배추마냥 활력이 빠진 채 6월이 적힌 달력을 보며 시름에 잠겨 있으니 참 슬프다. 이러한 때에 생각의 탄생, 철학의 탄생, 젊음의 탄생 등 새롭게 선보이는 책들의 신선한 제목이 눈과 마음에 확 와 닿는다. 요즘 한창 직장 내에서 불고 있는 독서열풍 때문에 책제목은 빠삭한데 접해보지 못한 책들이어서 껴들지 못하고 있다가 노장 이어령의 ‘젊음의 탄생’을 읽게 되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이어령의 ‘젊음의 탄생’은 우리 앞에 새로운 사고로 전환할 수 있는 카니자 삼각형, 물음느낌표, 개미의 동선, 오리-토끼, 매시 업, 연필의 단면도, 빈칸 메우기, 지의 피라미드, 둥근 별 뿔난 별, 이렇게 마법의 카드 9장을 선보인다. 우리 전통의 연과 다른 나라의 연을 비교하여 뜨는 것과 나는 것의 차이를 보여주고 물음표와 느낌표, 오리-토끼, 매시 업을 통해 어느 한 쪽만을 택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해 장점을 모두 취하고 융합해 새로운 아이콘을 창출하게 만든다. 연필의 단면도를 통해 자연을 학습하고 자연에서 배우는 기술로 생태론적 기술을 발명하며, 잉크 펜과 같은 경직된 사고가 아닌 지우개 달린 연필과 같은 유연한 사고로 창조적 사고를 하도록 하는 등, 이어령의 다양하고 참신한 생각들은 보물창고를 눈앞에 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집단 속에서 만들어진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훌륭한 사람들이 발견하거나 깨달은 것을 수동적으로 학습 받으며 평생을 살아온 나에게 있어서 ‘생각’이란 직장에서 낙오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최상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보편적인 잣대로 남들 하는 만큼만 하라고 강요하며 날마다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살아온 나 같은 보통사람들에게 생존본능에 따른 습관 정도로 생각해왔다. 이는 분명 좋은 영향을 두루 끼치는 세상의 리더와는 극명한 차이가 있으리라... 근자에 와서야 도무지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내 삶의 모습을 인식하며 ‘내가 참 생각 없이 사는구나!’하고 스스로 책망해 보았다. 덧없이 흐르는 세월에 발을 동동 구르고 안타까워만 하고 살 것인지, 아니면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청년의 열정을 불사르고 살 것인지 진지하게 고찰하는 시간을 가져 봤다.

누군가 ‘생각은 습관’이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이 세상사에서 고민할 것 없는 편안한 생활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 늘 지난날과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이왕이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내 안의 긍정을 이끌어내며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면 삶은 더 활력이 넘칠 것이고, 그 안에서 창조적 발상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나에게 ‘젊음의 탄생’은 수동적인 생각의 구조에서 능동적인 생각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낸 고마운 책이다. 젊음, 그것은 바로 나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