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두뇌를 위한 불량지식의 창고
멘탈 플로스 편집부 엮음, 강미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불량식품, 불량청소년, 불량주부, 불량주... 세상에 많고 많은 불량한 것들이 판치는데 이제는 불량지식이 가세한다. ‘불량’이란 단어가 풍기는 단어는 물건의 상태든, 행실이든, 성품이든 모두 나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가깝이 하고 싶지 않은데, 이상하게 다른 명사가 더해지면 외면하고 싶은 가운데 ‘끌림’이 생기니, 그것 참 묘한 일이다.

  지식과 오락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두 남자의 작품 ‘멘탈 플로스’의 재미있는 지식보따리가 우리나라에서 ‘심심한 두뇌를 위한 불량지식의 창고’로 출판되었다. 표지에 독극물 표시가 붙은 사탕 병에 아인슈타인이 혀를 쑥 내밀며 개구진 표정을 짓는 사진들이 붙어 있는 것에서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내용이 들어있을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인슈타인의 사진이라곤 인자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의 사진만을 보았기 때문인가?

  성서의 7가지 죄악에 속하는 자만과 탐욕, 욕망, 질투, 식탐, 분노, 나태를 큰 챕터의 제목으로 두고 각각에 맞는 알려지지 않은 불량(굳이 불량이라고 말할 것은 없고 심심풀이 지식 정도로 불러야 할 것 같다.)지식들이 가득 차 있다.

  사기꾼을 등쳐먹는 사기꾼, 위대한 나폴레옹의 이름을 욕되게 한 6명의 역사속 인물들, 각국의 국가에 얽힌 사연들을 통해 자만이라는 얼굴을 드러나게 한다. 땅 욕심 가득한 세계의 정복자들과 약탈자들, 나랏돈을 오락장에 쏟아 부은 어리석은 지도자들, 나쁜 손버릇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유명인사 도둑 등을 통해 탐욕의 끝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보여준다. 하렘과 카사노바, 정조대, 정부 등 욕망의 또 다른 이름들이 펼치는 이야기들, 거짓말과 질투가 판을 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식탐과의 괴로운 동행,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마는 안타까운 이야기들과 마녀사냥, 천하의 게으름뱅이와 술의 노예들, 게으름뱅이 왕에 이르기까지 수백 편의 지식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다지 유쾌한 기분을 지속시켜 줄 만한 내용이 아닌데도, 끝까지 책을 읽게 만드는 걸 보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내용들이 서로 뒤죽박죽되어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나도 모임에서 이야기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은 내 두뇌가 정말 심심할 틈이 없었다. ^^

  식탐이나 분노, 자만과 같은 부분에 나온 이야기는 살짝 각색해서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자기만 알고 참을성이 부족한 부분도 고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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