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문용포.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 지음 / 소나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시어머님의 디스크 수술로 가족들이 자주 모이게 되었다. 병원 침대에 누워계신 시어머님 주변으로 빙 돌아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장소가 병원이라 그런지 아픈 사람들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되었다. 그러다 막내아들의 어지럼증과 토할 것 같다는 호소를 자주 한다는 데까지 이르자 의견이 분분하다. 요즘은 어린애들도 워낙 무서운 병에 많이 걸리니 얼른 병원에 가봐라, 가봐서 진찰도 하고 사진도 찍었는데 아무 이상 없다더라 하면서. 이 때 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큰 딸이 ‘엄마, 걔는 컴퓨터를 너무 많이 해서 그래! 하지 말라고 해도 떼 부려서 할머니랑 아빠가 그냥 하게 해 주잖아. 걔는 컴퓨터 중독이야!’ 하고 말한다. 순간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았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에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 가져주지 못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서 생기는 문제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 최대한 함께 해보려 하지만, 이젠 엄마만을 애타게 부르는 아이가 아니라 혼자만의 놀이에 더 즐거움을 느낄 만큼 커버렸다. 가끔, 친정동생이 다니는 주말체험에 보내면 즐겁게 놀다오긴 하는데, 평소에 집 밖에서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너무 많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그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를 만났다.

  개발붐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졌던 제주의 허파가 자연의 보물창고임을 알게 되어 보존이 되고, 그 속에서 머털도사의 지도아래 아이들이 자연을 배우고 닮아가는 1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연체험학습 하면 무언가 기발한 프로그램이 있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하늘을 보고 풀밭에 누워 바람과 구름과 친구하며, 꽃에게 곤충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자세히 살펴본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숲의 부산물이나 쓰레기도 모아 자연의 액자를 만들고 시를 쓴다. 함께 나물을 뜯고 씻어서 부침을 해 먹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 내가 꼭 그 아이들과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무에게 풀에게 새들에게 이야기 거는 아이들의 천진하고 예쁜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달린다.

  아, 아이들은 이렇게 커야 하는데.. 자연의 일부가 되어 나무처럼, 꽃처럼 자라야 하는데.. 나비처럼, 새처럼 생각하고 날아야 하는데.. 하는 안타까움에 한참 젖어 있었다. 다행인 점은 나도 내 환경 탓만 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머털도사가 진행한 자연체험학습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제 돌아오는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공원에 가서 풀밭에 숨어 있는 곤충을 찾아보고, 어떤 식물이 살고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며 보호하려 애쓰시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는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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