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행복한 인생학교 - 멋진 인생 가꾸기 편
쭈오샤오메이 지음, 김진아 옮김, 정예은 그림 / 혜문서관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며칠 전, 퇴근하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왔는데 동과 동 사이에서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경비 아저씨한테 쫓겨 나오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얼른 집에 들어가란 소리 정도 들었겠지 했는데, 아이들이 내 옆을 지나가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기껏해야 우리 큰 딸보다 두세 살 위일 것 같은 아이들의 입에선 독한 술 냄새가 나고 몸도 제대로 가누질 못해 여자 아이 두 명은 화단에 쪼그려 앉았다. 잠시 받은 충격에서 깨어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가슴이 세차게 뛰어 숨 고르기가 필요했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늘 보는 텔레비전이나 비디오에서 보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원인이 무엇이든지간에 아이들이 노출되어선 안 될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그것을 바로 잡아줄 어른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만든다.

  몇 달 전에 읽었던 행복한 인생학교-따뜻한 세상 만들기 편에 이어 멋진 인생 가꾸기 편을 읽게 되었다. 따뜻한 세상 만들기 편에서는 사랑과 나눔 그리고 우정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메시지가 강했는데, 멋진 인생 가꾸기 편에서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꿈꾸는 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일화 50편을 통해 무엇이 멋진 인생을 가꾸는데 꼭 필요한 조건인지를 전해준다.

  50편의 소중한 이야기 중에서 하나를 소개한다. 고귀한 것을 찾아오라는 늙은 왕의 명령에 세 왕자가 각자 길을 떠나 ‘고귀함’을 찾아오는 이야기에서 첫째와 둘째 왕자가 왕자로서 당연한 의무를 다 한 것을 보고 고귀하다고 할 수 없으나, 셋째 왕자가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자를 위험에서 구한 것은 고귀하고 성스러운 행동이라 말하며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 원수는 원수를 낳을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 속에서, 지금 지구촌을 피로 물들이는 각종 테러와 분쟁에서 볼 수 있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아주 단순한 일로 가까운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로 나뉜다. 지우개 하나 때문에, 불량식품 한 입 때문에, 사소한 고자질 때문에 친구와 등을 지고, 초등학교 중학년만 되어도 무리를 지어 아이를 왕따 시키는 일은 이제 너무 흔해서 이야기 거리도 되지 않는다. 이 아이들에게 고귀한 인품을 배우고 익히게 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다지 절망적으로 보이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인생학교와 같은 좋은 책이 길잡이를 한다면 좋은 인품을 배우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내 딸과 아들들을 생각했다. 아직 초등학교 1,2학년과 6학년인 내 아이들이 멋진 인생을 살게 하기 위해 책에서 소개된 좋은 신념의 옷을 입고 행동하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바란다.

  또 한 번, 어른을 흉내 내는 아이들의 그릇된 행동을 보게 된다면 그냥 혀만 찰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전해보리라 다짐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이 큰 것이 아닌, 작은 것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