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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인간 이시후 ㅣ 창비아동문고 342
윤영주 지음, 김상욱 그림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해동 인간 번호 C-5689. 이름 이시후. 성별 남. 냉동 시 나이 12세. 총 냉동 기간은 40년 2개월 11일. 소아 랑귀누스병은 완치되었고 현재 맥박, 혈압, 체온, 호흡 모두 정상. 뇌 기능도 정상입니다. 건강한 12살로 돌아온 걸 축하해요, 이시후 씨.”
◈ 『마지막 레벨업』을 쓴 윤영주 작가님의 신간이다. 희귀 질환에 걸려 냉동 인간이 된 열두 살 시후가 40년만에 깨어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미래를 살게 된 시후가 보고 느끼는 모든 장면이 낯설고도 생생하게 그려진 덕분에 책을 읽는 독자들은 40년 후의 미래 사회로 훌쩍 떠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을 수 있다.
◈ 40년 이후 지구의 모습과 인간의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냉동 인간 이시후』에서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은 몹시 흥미롭다. 시후가 깨어난 세상은 현재의 지구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수도인 1지구인 센트럴 돔을 시작으로 총 66개의 지구가 있으며, 각 지구별로 생활 환경이 다르게 그려지는 것이 그렇다. 한 지구 안에서도 빈곤과 부유가 공존하는 세상이 미래에선 여러 개로 나뉘어 져 각각의 지구를 형성해 살아간다는 모습은 몹시 인상적이다. 40년 전에 먹었던 바나나팬케이크는 멸종된 바나나로 인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코크로치라는 식용 바퀴벌레 처럼 곤충식을 먹는 장면 또한 독자들이 낯설게 느낄 지점이다. 시후가 겪는 40년 후의 미래 사회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모습을 자유롭게 상상해볼 수 있다.
◈ 40년의 시간이 흐른 후 어른이 되어버린 동생을 만난 시후. 게다가 시후가 사랑하던 할머니와 엄마도 이미 돌아가신 후다. 많은 것이 변해버린 후의 시후의 삶은 기쁨보다는 고통에 가깝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보여준다. 막막한 현실 앞에서 책 속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품는다. 아이들의 희망을 끝까지 붙들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작가님은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힘을 ‘사랑’이라 말한다. 이 작품에서는 무수한 사랑의 이야기 중에서도 가족간의 사랑을 힘주어 보여준다. 나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 나아가 미래를 꿈꾸는 원동력, 미래를 바꾸고자 하는 그 원동력까지. 그 모든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 이 책은 아직 일어난 현실을 담고 있지 않기에 더욱 지금의 아이들과 함께 읽고, 진지하게 나누기 좋다. 과거의 일이 아닌, 앞으로 우리에게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 남의 이야기가 아닌 당장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아이들은 더욱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친구와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에서, 우리는 현실의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이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방향과 울림을 줄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