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어
김아직 지음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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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퍽, 하고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사람이 티브이 생방송에 등장했다. 이들의 이름은 ‘타르디그’. 생명의 키스를 받으면 먼지처럼 사라지고 다시 부활하는 신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하는 타르디그. 세계 곳곳에서 먼지가 되기 위해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한다.

주인공 강유어는 아르바이트를 갔다가 사라진 동생 강유슬을 찾다가 동생의 실종이 타르디그, 즉 ‘먼지가 된 이들’과 관계 있음을 알게 된다.

◈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수상한 김아직 작가님의 소설이다. ‘약자들이 승리하는 주성치의 세계관을 사랑하며, B급 SF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작가님의 소개글처럼 ‘먼지가 되어’도 사회의 약자인 주인공과 미스테리 사건, 디스토피아 세계를 잘 녹여 그려내셨다.

◈ ‘먼지가 되어’는 <잃어버린 식민지 로어노크 섬의 미스테리 사건>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로어노크 섬의 미스테리는 1580년대 벌어진 실제 사건으로 100여명의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일을 말하며 현재까지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현실에서 일어난 미스테리 사건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진행되는 탓에 책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허구인지를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 미스테리 스릴러 책을 선호하지 않는 나조차도 책을 펼친 직후부터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었다. 게다가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과 인물들을 실제로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검색해 보았을 정도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정말 일어난 것처럼 표현하는 작가님의 능력이 엄청나다. 책의 몰입도 자체가 높아서 미스테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 혹은 단숨에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SF소설을 찾는 독자들이라면 무척 흥미롭게 볼 수 있다.

◈ 미스테리 실종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이 책은 한편으론 고난한 현실을 살아가는 20대의 삶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강유어는 집안에서는 맏딸이자, 사회에서는 알바, 비정규직 노동자, 백수의 삶을 지나 현재는 망하기 직전의 청년 사업가의 삶을 살고 있다. 눈앞의 현실이 막막한 강유어라는 인물이, “대학 선배 아무개처럼 코인에 투자해서 한몫을 챙긴 뒤 발을 뺄걸 그랬나, 통장에 돈이 남아 있을 때 국내외 우량주를 사둘걸 그랬나, 공시 준비를 해야 하나” 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이 인물이 세계를 먼지로 가득 차게 만드려는 ‘타르디그’들과 맞서 싸우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엄청난 무기를 획득하지도, 큰 능력을 얻지도 않은 평범한 주인공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외침은 어쩌면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20대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일 수도 있겠다. 먼지로 가득 차려는 세상에 물총을 듣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 막막한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들을 향한 현실적인 응원이자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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