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기분 다산어린이문학
재럿 러너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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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의 주인공 윌 챔버스의 이야기는 제가 겪었던 실제 경험담입니다. 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윌이 <뚱뚱한 기분>에서 느끼는 감정은 사는 지역이나 배경, 또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마주하는 문제입니다. - 작가의 말 중 - >

◈ 친구로부터 “너 뚱뚱해!” 라는 놀림을 받은 아이에게 벌어지는 일을 담은 책이다. 타인에게 자신은 매우 뚱뚱하게 보이고, 다른 사람들은 뚱뚱한 몸을 싫어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주인공 윌은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기 시작했다. 표면으로만 보는 책 속의 줄거리는 슬프지만 현실에서도 너무나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놀림에 거리낌 없는 아이들과 상처받는 또 다른 아이. 윌이 느끼는 감정은 사는 지역이나 배경, 또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마주하는 문제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자꾸 시선을 머물게 된다.

< 그날 / 복도에서 / 일어났던 그 일을. / 아마 / 기억 못 하겠지. / 나에게 / 그날 일은 / 핵폭탄이 / 떨어져서 / 온 세상이 파괴된 거나 / 마찬가지였는데. / 하지만 / 걔한텐 그저 / 별것 아닌 날 벌어졌던 / 별것 아닌 일이라 / 전혀 기억에 / 없겠지. - 본문 58쪽 - >

◈ 이 책은 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모습을 띈다. 줄줄이 이어지는 문장이 아닌, 한 글자 한 단어에 힘을 주어 꾹꾹 눌러 담은 속 마음 이야기 주인공 윌의 마음 속 외침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 놓은 것만 같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더욱 진심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 내 친구들은 / 기분 좋아 보였다. / 다들 / 안심하는 얼굴이었다. / 데빈은 미소를 짓고 / 앤드루는 활짝 웃고 / 데이브는 나를 가볍게 치고서는 / 두 어깨를 꼭 잡아 주었다. / 그 순간 나는 / 알 수 있었다. / 얘들은 이제 다 / 끝났다고 생각하는구나. / 닉이랑 있었던 / 너무 끔찍한 그 사건은 / 모두 / 이미 끝난 일이라고 / 생각하는 구나. - 본문 21~22쪽 - >

< 지금 기분은 / 마지막 순간에 / 천만다행으로 / 자동차가 비켜 갔는데도 / 마치 내가 / 차에 치여 죽어서 / 고속도로 갓길에 / 버려진 것처럼 / 복도 한가운데 / 덩그러니 버려진 / 듯했다. - 본문 230쪽 - >

◈ 월의 목소리로 듣는 마음의 소리는 특정한 사건이나 상처로 인해 고통을 받는 개인에게 타인의 시선이 얼마나 무심하고 폭력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미 벌어진 사건을 두고 한 번의 다정한 위로로 마치 문제가 해결된 듯 구는 친구들의 모습은 우리의 사회에서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해주는 친구들에게 고마워 하고, 그들의 기분에 맞춰주려 애를 쓰는 윌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상처받은 이들의 고통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의미 없는 사과, 진심 없는 화해, 공감 없는 위로는 개인의 마음을 전혀 치유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고통받는 개인에게 ‘이미 끝난 일’을 자꾸 들추어 꺼내지 말고 그 일에서 빠져나오려 ‘노력’하라고 말할 뿐이다. 씁쓸한 현실이다.

< “노력을 해 봐.” / 엄마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 오늘 저녁만 해도 / 벌써 9000번은 했던 / 그 말을 또 했다. / “노력을 / 해 보라니까.” / 이건 어쩌면 /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말일지도 / 모르지. - 본문 99쪽 - >

◈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건 이 책의 주인공은 고통에서 가라앉는 것이 아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결론을 맞았다는 점일테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이 책을 ‘자기 긍정’에 관한 최고의 책으로 평했다. 슬픔과 좌절, 고통이 가득한 상황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은 고개를 든다. 거울을 쳐다 보며 진짜 자기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고 자기를 인정하기 시작한다. 이 책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은 없을 것같다.

< 하지만 온갖 나쁜 날 / 사이에서도 / 괜찮은 날이 있다. / 심지어 가끔은 / 좋은 날도 있다. / 내 몸 생각을 / 거의 안 하고 /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 생각하지 않는 날이 있다. / 아무래도 괜찮은 / 기분이 드는 날이 있다. / 다른 사람들도 / 모두 마찬가지일 거라고 / 생각한다. / 나쁜 날, 좋은 날, / 괜찮은 날이 / 저마다 섞여 있겠지. / 난 이게 /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 생각한다. - 본문 362쪽 - >

◈ 후반부엔 아주 울컥하다 못해 울면서 본 이 책. 4학년 이상부터, 특히 5~6학년 교실엔 꼭 책장에 꽂아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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