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방구석 시리즈 1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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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나에게 뮤지컬이란 감히 넘볼 수 없는 문화생활과도 같았다.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뮤지컬은 10여년 전 내한공연을 했던 '캣츠' 오리지널. 학생 신분에 거금을 들여 본 그 뮤지컬은 화려하고, 반짝였으며, 빛이 났다. 공연 시간 내내 나는 다른 세상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공연장을 나오며 내 평생 이런 공연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러한 첫 기억 탓인지 여전히 뮤지컬은 나에게 머나먼 문화생활이다. 뮤지컬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다는데, 그런 말 조차도 나와는 머나먼 세계의 이야기였다. 한번쯤은 보고 싶은데,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낯선 세상을 들어가는 것부터 너무 막막하니, 시도 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 뮤지컬이란 이름 석자가 주는 거리감은 생각보다 컸다.

<방구석 뮤지컬>이란 책 소개를 처음 보았을 때, 이 책이 어쩌면 나에게 뮤지컬이란 세계의 문을 열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짐작은 아주 훌륭하게 맞아 떨어졌다. 당장 뮤지컬을 보러 가겠다고 장담할 순 없으나, 적어도 이전보다 뮤지컬이 주는 거리감이 덜한 것은 사실이니까!

방구석 뮤지컬은 <운명의 앞에서, 개척하는 인생>, <때로는 유쾌하게, 인생은 우리만의 것>, <격동의 시대, 영원한 사랑>, <어둠 속, 빛나는 인간의 마음>, <흘러가는 시간, 나아갈 역사> 라는 5개의 소주제를 가지고 각 주제당 6편씩 총 30편의 뮤지컬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캣츠', '빌리 엘리어트',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노트르담의 곱추' 등과 같이 대중에게 잘 알려진 뮤지컬부터 '디어 에반 헨슨', '뉴시즈',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처럼 이름부터 생소한 뮤지컬까지 총망라한다.

특히나 이 책은 각 뮤지컬의 줄거리와 노래 가사를 아주 자세하게 담고 있다. 그저 단순한 줄거리의 나열이 아닌 인물의 상황과 배경, 주제를 깊이 있게 소개하기 때문에 뮤지컬을 직접 보지 않고도 방구석 한켠에서 뮤지컬의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뮤지컬의 유명한 음악들을 큐알코드로 담아 들을 수 있게 해두었으니,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을 일일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갖추었다.

30여편의 뮤지컬 이야기를 담은 <방구석 뮤지컬>은 뮤지컬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이기도 하지만, 뮤지컬로 엮어내는 인문학 서적이기도 하다. 굳이 뮤지컬을 볼 목적이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사랑받은 뮤지컬들을 문학 작품처럼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기에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빛난다. 가난한 신문팔이 소년들과 거대한 자본가들의 대립을 그린 뉴시스, 남성성과 여성성을 넘어 인간이라는 본질 자체를 이야기하는 킹키부츠, 전쟁과 사랑, 전쟁과 가족을 고찰하게 하는 '아이다'와 '사운드 오브 뮤직' 등 이 책이 담고 있는 인문학적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뮤지컬을 기반으로 인간의 삶과 문화, 사상을 이해해 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일 것이다.

<방구석 뮤지컬> 속에 담긴 30여편의 뮤지컬을 읽어가면서 훗날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다고 생각한 뮤지컬도 몇 편 생겼고, 비단 뮤지컬이 아니더라도 뮤지컬 영화나 음악, 원작으로 만나보고 싶은 작품도 생겼다. 뮤지컬 세계를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에 읽은 책에서 나는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었다. 이 책은 '뮤지컬'이란 주제로 한정짓지 않고 보아야 더 좋다. 뮤지컬을 몰라도, 뮤지컬을 볼 계획이 없어도 충분히 읽고 즐기며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는 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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