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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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과 올 봄, 독서 모임을 통해 사피엔스와 총균쇠를 연달아 읽었다. 필독서이지만, 감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던 두툼한 벽돌책을 연달아 두 권 격파하고 나니, 다음 책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사피엔스와 총균쇠만큼 필독서라 여겨지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싶었고, 두 권의 맥을 잇는 책이면 좋겠다는 개인적 욕심도 생겨났다. 오랜 시간 책을 탐색하던 중 마침 딱 적절한 책이 등장하였다. 책의 이름은 ‘위어드’. 무려 최재천 교수님께서 특별 추천사를 써주신 책이란다. 읽지 않았지만, 벌써 무한 신뢰가 가기 시작했다. (몇달 전 최재천 교수님의 ‘공부’ 책을 읽고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기에...)

역시 두툼한 벽돌책인만큼 술술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혼자 읽기가 늘어지거나 밀리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을 수 없음을 알기에 이 책은 시간 텀을 두지 않고 연달아 일주일 정도 밤시간을 투자해서 단번에 읽었다. 나는 혼자 읽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 또한 사피엔스와 총균쇠처럼 독서 모임으로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천천히 읽어야 더 깊이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기원과 역사를 총망라해서 한 권으로 담아내었고, 총균쇠는 지리학과 생태학의 측면에서 다양한 인류 문명의 발달 차이를 설명했다면 이 책은 오늘날 현대 서구 문명의 독특한 특징의 만들어지기 시작한 기원과 발달 과정, 그리고 오늘날의 모습을 인류학, 심리학, 경제학, 진화생물학적 측면에서 심도 있게 담았다.

위어드의 역사는 총균쇠에서 주장하는 생태와 번성의 상관관계가 느슨해지는 서기 1200년 무렵에서 시작한다. 물론 1장부터 서기 1200년대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역시 사피엔스와 총균쇠처럼 인류의 기원에서 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을 읽기 전 사피엔스, 총균쇠를 읽기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류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은 모두 같지만, 세 권의 책에서 모두 다른 관점을 가지고 인간의 역사를 이야기해 나간다. 무언가의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지니, 독자로서는 하나의 주제를 생각해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는 눈이 덩달아 생기는 것이다.

사피엔스, 총균쇠와 같이 이 책 역시 1장에서는 인류의 역사가 작은 무리 생활에서 시작해 집단생활, 국가로 이어져 나감을 소개한다. 그리고 2장에서는 본격적인 위어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장의 소제목은 다음과 같다. ‘위어드,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집단의 탄생’. 친족 기반의 제도로 이루어진 역사는 서기 1200년이 지나 생겨난 중세 교회로 인해 지나면서 점차 해체의 길을 걷는다. 중세 교회는 집약적 친족 관계를 빠르게 해체하고, 인간이 가족 중심의 사고에서 개인 중심의 사고로 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교회의 친족 기반 제도의 해체’이다. 위어드의 탄생의 시작이 된 이유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교회가 현대 서구 사회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기존의 친족기반제도가 빠르게 무너진 중세 유럽은 비개인적 시장이 확대되고 빠르게 도시화되었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개인들은 점차 자신의 특성과 의도, 성향에 초점을 두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위어드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한다.

현대 서구 문명을 대표하는 사람들, 서구의 West, 교육수준이 높고 Educated, 산업화된 Industrialized, 부유하고 Rich, 민주적인 Democratic 사회에서 자란 사람인 WEIRD 위어드. 우리는 현대인들을 일컬어 갈수록 개인주의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 부른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 또한 갈수록 개인적, 자기중심적으로 자란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저 그건 걱정할 일이 아닌, 우리는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적응하고 변화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위어드의 역사는 깊었다. 서기 1200년대에 씨앗이 움텄고, 오랜 기간 문화적 진화를 이루어 점차 발화된 것이 드디어 만연하게 꽃 핀 것뿐이다.

여전히 친족 기반 제도가 강하게 드러나는 한국 사회에서 자라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관계 중심적 사고가 만연하고, 중시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구 문명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그런 양면성을 동시에 가진 나라이니만큼 이 나라에서 나고 자란 나는 위어드이지만, 위어드가 아니었다. 책에서는 ‘혁신의 기원을 이해하려면 인간 본성에 관한 연구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 (548쪽)’ 라고 말한다. 혁신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는 자아를 탐색하고, 발전해나갈 미래 지향적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역사를 알고, 그 안에서의 나는 어디쯤 서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론 최재천 교수님의 말씀처럼 위어드는 사피엔스와 총균쇠의 맥을 잇는 대작이 맞다고 생각한다. 읽기 난이도는 사피엔스와 총균쇠의 중간즈 음이고, 책의 구성 또한 사피엔스처럼 전체적인 역사를 서술하나 총균쇠처럼 같은 주제를 여러 시각에서 반복하여 다루고 있다는 면에서 닮았다. 벽돌책 인문학 읽기를 목표로 하여, 독서력을 높이고 싶은 사람들에겐 적극 권하고 싶다. 사피엔스나 총균쇠를 한 권이라도 읽었더라면 특히나 더욱 추천한다. 우리는 위어드이자 위어드가 아닌 한국인이기에 책 속의 내용들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벽돌책을 한 권 더 격파했다. 다음 책은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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