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마음 작은 아이 미래의 고전 64
김윤배 지음 / 푸른책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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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게 본 동화책 '눈새'에 이어 새롭게 발간된 푸른책들 출판사의 <미래의 고전> 시리즈. 이번에는 김윤배 선생님의 '큰 마음 작은 아이'라는 책이 나왔다. 사실 이 책은 10여년 전 '두노야, 힘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인데, 이번 개정판을 통해 좀 더 뚜렷한 메시지가 담은 제목으로 바꾸어 나왔다고 한다.

[ 차령산맥 아래 산골 학교를 다니는 두노는 갑작스레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로 인해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두노의 아버지가 인삼밭의 도둑으로 몰린다. 전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정황도 없이 도둑 취급을 당하는 아빠를 보며 두노는 무척 속이 상한다. 게다가 잃어버린 인삼밭 주인의 딸 정이까지 학교에서 친구들을 향해 두노 아빠가 인삼을 훔쳐간 도둑일 것이라는 듯 소문을 내며 두노의 속을 상하게 만든다. 이런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두노는 꿋꿋하게 집안 일을 견디며 아빠의 곁을 지킨다. ]

'큰 마음 작은 아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의 두노는 외롭고 힘든 아이지만, 아주 커다란 마음으로 아빠를 감싸 안는다. 화가인 두노 아빠는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고 매일을 술과 함께한다. 이런 아버지를 견디지 못하고 엄마까지 집을 나갔건만, 두노는 그럼에도 끝까지 아버지의 곁을 지키며 밥을 하고, 집안일을 한다. 인삼밭의 도둑으로 몰린 아버지가 동네 사람들에게도,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의심을 사나 오직 두노 만큼은 아버지를 끝까지 믿어준다. 작은 아이이지만, 큰 어른 못지 않은 포용을 가진 것이다.

작은 아이 두노의 단단하고 커다란 마음이 불러 일으키는 변화는 대단하다. 알콜 중독에 일까지 그만 둔 아빠를 움직이게 한 것도, 미술반 다람이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도 바로 이 작은 주인공 두노이다. 오늘날 아이들이 그저 보호받아야 할 상대, 보살펴야 할 상대로 여겨지는 것과 반대로 이야기 속 아이는 어른보다 의젓하고, 야무지며, 커다란 마음을 지녔다. 이 책은 어른들에게 우리 아이들을 그저 '작은 아이'로 볼 것이 아니라 두노처럼 '큰 마음'을 가진 존재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며, 아이들에게도 스스로의 힘을 알고 좀 더 자신의 목소리와 의지를 펼쳐보라는 용기를 일깨워준다.

'미래의 고전'시리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 책은 요즘 발간되는 동화책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차령산맥 산골학교가 배경인 만큼 책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에 녹아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가득 느껴진다. 마법적인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지도, 커다란 사건이나 재미가 드러나지도 않는다. 이 책은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나가며, 끝내 독자에게 묵직한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자극적이고 센 맛에 길들여진 오늘 날 독자들에게는 종종 여운이 길고 깊은 맛을 내는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매운 떡볶이와 불맛 치킨을 선호하지만, 가끔은 아주 구수하고 깊은 된장찌개가 그리운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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