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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나무 - 9·11 테러, 치유와 재생 그리고 회복력에 관한 이야기 ㅣ 사회탐구 그림책 11
션 루빈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5월
평점 :
지난 4월, 노란 리본을 달고 우리는 오래전 그날의 슬픔을 다시 한번 기억했다. 뉴욕에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커다란 슬픔이 있다.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린 9.11 테러.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 끔찍한 사건으로 그날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자리에는 한 그루의 나무가 우뚝 서 있다.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쌍둥이 빌딩. 빌딩 아래는 분주한 광장이 있었다. 나무는 그곳에서 자랐다.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도심 속 새들에겐 쉴 곳을 만들어 주는 나무. 해마다 가장 먼저 꽃을 피워내던 나무. 나무는 고층 빌딩 사이로 재빨리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좋아했고, 콘크리트에 떨어지는 비 냄새를 좋아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있던 날, 그 나무도 역시 매일과 다름 없는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 그런 나무에게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 나무는 무너진 빌딩 속에서 몇 주가 지나고 나서야 발견된다.
오랜 시간 끝에 발견된 나무는 죽은 나무와도 같았다. 울창한 잎들은 모두 사라졌으며, 가지들도 잘렸다. 죽어버린 나무와도 같은 모습. 하지만 사람들은 이 나무를 묘목장으로 옮겼고, 겨우내 돌보았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던 나무에게서 다시금 이파리가 돋아났다. 하지만 예전 그 울창한 나무의 모습은 결코 아니었다. 나무에게 남겨진 그 날의 아픈 흔적. 새로 돋아난 잎들은 나무를 그 전처럼 돌려놓지 못했다.
시간은 아주 오래 흘렀다. 영영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던 나무는 결국 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았다. 나무가 광장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빌딩이 있던 자리가 공허하게 남아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슬픔을 위로하며, 그 날의 기억을 오랫동안 이어갔다. 나무는 이제 그 슬픔의 한 가운데에 있다. 전과 같이 푸르름을 간직하며,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보듬으면서.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결국은 이전처럼 푸른 잎사귀들을 펼쳐 내는 나무의 이야기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정하게 감싼다. 다 괜찮아 질 것이라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무작정인 위로가 아닌 진심을 담은 위로. 나무가 광장으로 돌아오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 것처럼, 우리의 슬픔 또한 아물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지 모른다.
이 책은 한 나무의 이야기이지만, 치유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치유',나 '회복'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우리는 위로 받고 용기를 얻는다. 결국은 푸른 잎사귀를 되찾은 나무처럼, 우리 또한 그렇게 돌아갈 수 있음을 기대한다.
나무는 지금 광장에 있다. 아픈 기억이 깃든 곳에서 자신의 푸르름으로 사람들을 감싸 안으며,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