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웨이 다운 - 2022년 케이트그린어웨이 수상작 에프 그래픽 컬렉션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대니카 노프고로도프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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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에프 그래픽노블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책의 이름은 ‘롱 웨이 다운’. 2019년에 발간된 소설을 원작으로 둔 그래픽노블이다.

갑작스럽게 총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형 ‘숀’. 그런 형을 너무도 사랑하는 동생 ‘윌’. 윌은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형을 잃었다. 윌이 사는 동네에는 규칙이 있다. 첫 번째, 울지 않기. 두 번째, 밀고하지 않기. 세 번째, 복수하기. 세 번째 규칙을 따르기로 한 윌. 윌은 형인 숀의 복수를 하고자 총을 꺼내 든다. 이른 아침, 총을 허리춤에 차고 복수를 하러 집을 나서는 소년. 소년이 사는 집은 8층. 8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시간은 고작 60초. 이 60초의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는 매 층에서 멈추어 선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사람들. 윌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기만 한 사람들 틈에서 놀라운 진실을 마주한다.

원작이 소설인 만큼 이 책은 탄탄한 전개를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한 층씩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설 때마다 올라타는 인물들과 그 인물로부터 밝혀지는 놀라운 이야기들. 혼란에 빠지는 윌만큼,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숨소리를 죽일 수밖에 없다.

원작 소설은 뉴베리 아너상과 에드거상을 동시에 수상한 명작이다. 뉴욕타임스 25주 연속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우고, 유니버셜 픽쳐스에서 영화 옵션을 따가기도 했다. 청소년 소설이기에 어린 독자들이 읽기에 부담이 있을 수 있으나, 그래픽노블 ‘롱 웨이 다운’은 글로 된 소설이 어려운 독자들도 이 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실제로 원작 소설을 쓴 ‘제이슨 레이놀즈’ 작가님은 10대들, 특히 소년들이 책 읽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지루한 책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그러니 책과 거리가 먼 이들이라도 이 책은 첫 장을 열고 나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흡입력이 있을 수밖에!

층마다 멈추어 서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긴장감이 넘치며, 마지막 층에 다다라서는 소름이 끼치는 결말을 볼 수 있다. 감히 이 책을 재미난 볼거리로 웃어넘길 수 없는 건 이 책은 작가님의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쓰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총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작가님. 그래픽노블 ‘롱 웨이 다운’에서도 평화로운 일상생활 중 갑자기 어딘가에서 총알이 날아오곤 한다. 어린 소년이 복수를 위해 총을 드는 일. 이 지구 어느 곳에선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 속 이야기이다.

소년 제이슨의 선택은 우리에게 강한 인상과 오래 생각해볼 법한 시사점을 던진다. 폭력을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 머리로는 옳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그 일이 나의 현실이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작가님이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을 때, 그의 어머니가 남기셨다는 한마디가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나는 여기에 있는 그 누구의 어머니도 내가 오늘 느낀 감정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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