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삐삐 롱 스타킹'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님. 하지만 정작 나는 린드그렌 작가님의 동화나 그림책을 읽어본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창비의 신간 그림책 '어스름 나라에서'가 참 반갑다. 부담없는 시작을 도와주는 책. 바로 그림책의 묘미 아니던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님은 모두 34권의 책과 41권의 그림책을 창작했으며, 그 작품들은 100개 이상의 언어로 모두 1억 6천 5백만 권이 팔렸다고 한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dptn1893 -그림책, 식물, 그리고 그린핑거 블로그-)

이번에 발간된 그림책 '어스름 나라에서'는 린드그렌 작가님의 9개의 단편 동화로 이루어진 '엄지 소년 닐스' 책 속의 세 번째 이야기 '어스름 나라에서'이다.

처음 '어스름 나라에서' 그림책을 읽었을 때에도, 그림책이지만 글이 꽤 길고, 많다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실제로 '어스름 나라에서'라는 이야기 자체가 단편 동화집에 실렸던 내용임을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천방지축 말괄량이 삐삐 이야기 덕분에 린드그렌 작가님의 작품은 굉장히 쾌활하고 명량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건만, '어스름 나라에서' 이야기는 이런 나의 선입견을 단번에 지워주었다.

다리가 아파서 걷지 못하는 아이 예란. 예란은 자신이 앞으로 다시는 걷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엄마로부터 우연히 듣게 된다. 아주 슬픈 이야기를 들은 그 날, 예란에게 백합 줄기 아저씨가 찾아온다. 어스름 나라로 가고 싶은 아이들을 찾아 다니며, 아이들을 어스름 나라로 데리고 가 준다는 백합줄기 아저씨를 예란은 따라 나선다.

모든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어스름 나라. 걸을 수 없는 예란은 어스름 나라에서 전차를 운전하고, 나무에 열린 사탕을 따 먹기도 한다. 어스름 나라의 왕과 여왕을 만나고 난 후, 어스름 나라에서 자유로운 여행을 하는 예란. 예란은 그 후로도 매일 백합 줄기 아저씨와 함께 어스름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림책 '어스름 나라에서'가 린드그렌 작가님의 '엄지 소년 닐스'의 단편 동화 중 하나란 사실을 알고 난 후, '엄지 소년 닐스' 책을 바로 구입했다. 동화칩과 그림책의 다른 점은 주인공 예란의 성별. 동화집에서는 남자아이로 표현된 예란이, 그림책에서는 남자 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 정확히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하게 표현되었다. (나는 처음 그림책을 보았을 때, 예란을 여자 아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림책 '어스름 나라에서'는 동화책과 달리 그림으로 상상하고 추측할 여지를 다분히 남겨두었다. 다리가 아파 침대에서 생활하는 예란의 방의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스름 나라로 떠나기 전과 어스름 나라로 떠난 후의 사물의 배치나 위치가 많이 달라져 있는 점은 눈여겨 볼 만 하다. 이는 독자들이 '어스름 나라'를 단순히 예란의 상상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을 막아준다. 백합 줄기 아저씨의 등장이 아니고서야 예란 스스로 방안의 물건들을 쓰러뜨리거나, 옮기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니 말이다.

어스름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리가 아파 걷지 못하는 예란이 모든 것을 자유롭게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어스름 나라. 외로운 아이 예란을 위로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어스름 나라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외롭고 슬픈 마음을 달래줄 힘이 있다.

그림책 '어스름 나라에서'를 시작으로 단편 동화집 '엄지 소년 닐스'에 나오는 다른 단편 동화들도 그림책으로 새롭게 발간되길 기대해본다. 실제로 린드그렌 작가님의 '엄지 소년 닐스'에는 예란 못지 않게 슬프고 아프며, 외로운 아이들이 가득하다. 이런 아이들을 위로하는 린드그렌 작가님의 신비롭고 환상적인 동화 이야기는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 충분하다.

그림책 '어스름 나라에서'를 계기로 시일내에 린드그렌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 산적의 딸 로냐, 라스무스와 방랑자 등과 같은 유명한 작품들 뿐 아니라, 수많은 동화와 그림책들도 궁금해졌다. 린드그렌 작가님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영화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주옥같은 동화와 그림책으로 표현해 낸 작가님의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이 소개되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