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의미'라는 책으로 알게 된 크빈트 부흐홀츠 작가님. '시간의 의미' 못지 않게 작가님의 멋진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그림책 '순간 수집가'를 만났다.1998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그림책 '순간 수집가'의 원래 이름은 '그림 속으로 떠난 여행'. 보물창고에서 2005년에 발매된 이 책은 2021년 현재 '순간 수집가'라는 새 이름으로 독자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한 소년이 막스라는 화가 아저씨를 만나 겪은 일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구성이나 내용이 일반 그림책과는 많이 다르다. 그림책의 초반은 과연 그림책인가 싶을 정도로 빼곡한 글들이 독자들을 맞이한다. 글밥이 많아 글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혼자 읽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빼곡하게 담긴 글자가 품고 있는 내용은 어린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우연히 화가인 막스 아저씨와 한 건물에 살게 된 소년. 소년은 아저씨의 화실에 놀러가 숙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으며 아저씨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때때로 아저씨의 노래에 맞춰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도 하면서요. 막스 아저씨는 가끔 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언제 돌아오게 될지 모르는 긴 여행이 끝나면 아저씨는 다시 그림을 그리곤 했지요. 여행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화가 아저씨였지만, 아이는 종종 아저씨의 입에서 나오는 여행 이야기를 듣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아저씨는 자신의 그림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철저하게 감추었지만, 아이는 아저씨가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게 참 좋았습니다.화가 아저씨가 또 다시 여행을 떠난 후 어느날, 아이는 아저씨의 방에서 아저씨가 그린 그림들을 보게 됩니다. 자신을 향해 길게 늘어져 있는 아저씨의 그림들. 아이는 아저씨가 자신만을 위해 마련해 놓은 전시장의 한 가운데에 서서 그림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크빈트 부흐홀츠 작가님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잔뜩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소년에게 보여준 그림 작품들을 책장 가득 제시함으로써 마치 책을 읽고 있는 독자가 주인공 소년이 되어 화가 아저씨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자신을 '순간 수집가'라고 밝히는 막스 아저씨의 별명이 이 책을 쓰고 그린 크빈트 부흐홀츠 작가님을 칭하는 별명인 것을 안다면, 화가 막스 아저씨과 아이의 관계는 이 책을 쓰고 그린 작가님과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 독자의 관계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눈엔 안 보이지만, 어떤 그림이든지 그 그림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길이 하나씩 있는 법이란다.마그리트를 떠올리게 하는 초현실적인 풍경과 쇠라를 연상시키는 수많은 점들로 이루어진 그림.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뚜렷한 길이 쉽게 보이지 않는 만큼 독자는 작가님의 그림을 보며 그림으로 다가가는 자신만의 길을 찾으며 다양한 해석을 풀어내게 된다. 어떠한 면에서는 난해하고 어렵지만, 달리 보면 정답이란 것이 따로 없는 그래서 더욱 더 훨씬 많은 것을 찾아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은 주고있다.-어떤 그림이든 비밀이 있어야 하지. 나조차 그게 뭔지 모를 수도 있어. 그리고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발견할 수도 있단다. 나는 수집가일 뿐이야. 난 순간을 수집한단다.크빈트 부흐홀츠 작가님의 그림뿐 아니라 글작가로서의 역량도 함께 보여주는 그림책 순간 수집가는 '어떤 그림이든 비밀이 있어야 하지.' 라는 말을 통해 화가로서 가지고 있는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자신이 수집한 순간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걸 발견해 주길 바라는 작가님의 바람이 책 속에서 가득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