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다 에프 그래픽 컬렉션
루이스 트론헤임 지음, 위베르 슈비야르 그림, 이지수 옮김 / F(에프)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혼여행을 온 부부. 막 결혼한 이 부부에겐 빛나는 미래만이 가득한 줄 알았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진 말이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간판이 남자에게로 날아왔고, 그로인해 남자는 목이 잘려 죽고 만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끔찍한 사고. 여자는 얼떨떨하기만 하다.

신혼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일어나버린 사고. 한참을 멍하니 있던 여자는 계획한 일정을 그대로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여자의 일정에서 달라진 것은 오직 단 하나. 함께하기로 한 남편이 사고를 당해 죽고 없어져 버린것 뿐이다.

여자는 그곳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된다. 여자가 여행 온 도시에서 사는 남자의 이름은 파코. 그는 황당하게 죽어버린 사람들의 사망 사고 기사를 스크랩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파코의 최근 스크랩 기사는 이 도시에서 일어났던 간판에 목이 잘린 남자의 이야기였다. 몇번의 만남을 통해 파코는 자신이 만난 여자가 목이 잘린 남자와 함께 여행을 온 상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연한 사고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그래픽노블은 죽음에 대해 다른 태도를 지닌 두 인물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고로 인해 큰 충격에 빠질법한 한 여인. 그녀는 덤덤하게 계획한 일정을 실행해 나간다. 이 모습은 마치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회피하고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황당하게 죽은 사람들의 사망사건의 기사를 스크랩하는 한 남자. 그는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여자와의 대화를 통해 죽음은 어떤 형식으로도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으며 언제나 늘 함께하는 것임을 말한다. 그는 죽음에 대한 진지하고, 수용적인 자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죽음에 대한 태도가 다른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며 작가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당신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책은 편하게 읽어나갈수 있는 책이 아니다.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주인공의 감정이 언제 터져버릴지 몰라 읽는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과 함께 여행을 보내며 그녀가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보내주는 것을 볼 땐 그녀의 이별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낸다. 여행지를 뒤로하고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파코가 여자에게 해 주었던 말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우리는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통해 성장하죠."

그래픽노블 '머물다'는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이겨내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 죽음은 우리의 곁에 항상 존재함을, 더불어 그 어떤 순간에서도 우리는 결국 성장함을 보여준다. '머물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삶과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고 있기에 우리는 더 이 순간을 소중히하며 살아야하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그래픽노블로 어렵지 않게 풀어낸 책 '머물다'. 만화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우는 아이스너상 최종 후보에 오를만 하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 멈추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하는 정말 어른을 위한 그래픽노블이지 않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