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로 살금살금
나승현 지음 / 바우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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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에 맞는 그림책이 있다. 그 시기는 다양하다. 책을 읽어주게 될 아이의 나이가 될 수도, 관심사가 될 수도, 또 책을 읽어주는 계절이 될 수도 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책을 읽어준다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그래서 나는 계절 책을 좋아한다. 개인적인 아이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서라도,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적절한 책이 되기 쉽다.


이미 시중에는 많은 계절 책이 있다. 이렇게 많은 계절과 관련된 책 중에서 우리 아이와 맞는 책이 찾는 건 부모 혹은 어른의 몫이다. 아이마다 경험과 관심사가 달라서 어떤 책이 좋고 나쁘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우리 아이와 잘 맞는 책이 좋은 책이니까. 그래서 나 역시 교실에서 사용할 계절 책을 최대한 다양하게 살핀다. 작년 아이들과 좋았던 책이 올해 아이들에겐 영 반응이 시원찮을 때가 있다. 학급도 결국 그 시기의 아이의 성장과 맥을 같이하기에 해마다 성향과 분위기가 다르다.


1~2학년이 배우는 통합 교과는 이미 교과서가 계절별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1,2학년 아이들은 통합교과 여름 단원을 배우고 있는데, 여름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한다. 물놀이, 바다 등의 단어가 교실에서 자주 언급되는 시기다.


그림책 '바닷가로 살금살금' 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은 아침마다 글똥누기를 짧게 쓰는데, 근래 들어 유독 바닷가로 놀러 갔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바닷가를 다녀온 경험이 많은 아이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 싶었다.


주인공 봄이는 비가 와서 나가 놀면 안된다는 엄마의 말에 몰래 바닷가로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처음부터 주인공 봄이는 등장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좀처럼 봄이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얼굴 표정만 등장하는 봄이의 모습을 궁금해하다, 책의 후반에서 봄이를 만나고 나면 그제서야 아! 하고 탄성을 뱉는다. 책을 다시 읽으면 곳곳에 주인공에 대한 힌트가 있다. 이 책은 처음 읽을 때 보다 다시 읽으며 작가님이 숨겨 둔 주인공에 대한 힌트를 찾아가는 재미가 정말 크다. 처음 읽을 때 내가 이렇게 놓친 부분이 많았다니! 놀라면서 말이다. 읽을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책이다.


표지 속 시원한 파랑의 빛깔 덕분에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해지는 이 그림책은 다채로운 색과 다양한 무늬, 귀여운 바다 생물들의 그림이 눈에 띈다. 특히 다양한 무늬와 패턴이 인상깊은데, 일렁이는 파도의 다양한 모습을 2차원의 종위에 아주 멋지게 담아냈다. 종이 위에 그려낸 그림이지만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다양한 색과 무늬, 패턴으로 그려낸 바다의 모습은 실제적이기 보다는 감각적이다. 미술관 속 작품에 어울리는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바다 생물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바다 위에 분필로 낙서를 해 둔 것 같은 이 그림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꽤나 정교하다. 게다가 그 종류도 정말 다양해서 하나 하나 살펴보는 맛이 있다. 아이들과 칠판이나 바닥에 분필을 들고 비슷하게 따라그려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었다. 나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아이들은 또 어떻게 본 건지 귀신같이 찾아낸다. 무더운 여름, 이 책을 보기 딱 좋은 시기에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시간. 아이들에게도 내가 느낀 것처럼 좋은 시간으로 남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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