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5
카를로 콜로디 지음, 이기철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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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듣고, 읽었던 책들을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은 꽤나 특별하다. 마냥 짧고 단순하게 기억하던 이야기들이 실제론 훨씬 길뿐더러, 입이 떡 벌어지는 내용이라니!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내용들을 원작으로 다시 만날 때, 익숙함을 낯설게 느낄 수 있어서일까. 이 맛에 익숙한 이야기의 원작을 찾는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 피노키오. 짧은 이야기가 아닌 원작으로 만난 피노키오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피노키오의 모습과 너무 달라 책을 읽는 초반엔 꽤 놀랐지만, 이야기를 읽어 나갈수록 '피노키오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밖에 없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부모의 시선으로, 또 교사의 시선으로 본 피노키오는 정말 '아이' 그 자체였다. 꼭두각시 인형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는 그 모든 모습들은 어린 아이와 꼭 닮았다. 유혹에 아주 약하고,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만 금세 그런 마음을 잊어버린채 또 다른 잘못을 일으키며, 모든 일을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아이. 그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고 머리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른의 시선으로 본 피노키오는 어쩜 이렇게 사고 뭉치인지! 하지만 이런 피노키오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순수하며, 악의가 없었다. 철없지만 솔직한 피노키오의 말들은 너무나 투명하기에 순수했고, 이런 피노키오의 모습을 결국은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나 역시 제페토 할아버지나 파란 머리의 요정처럼 피노키오를 부모의 마음으로 보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순수한 만큼 철없는 아이와 그런 아이의 성장을 응원하는 부모를 담은 이야기, 피노키오. 아이와 부모의 모습 그 자체를 담은 이야기인데, 어떤 아이와 부모가 이 책을 즐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이 책은 너무나 멋진 성장기이다. 초반의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저 때문에 가엾은 제페토 할아버지는 감옥으로 끌려갔고, 죄없는 귀뚜라미는 죽어버렸음에도 제 잘못을 하나도 모르는 피노키오. 나도 모르게 '세상에나, 저렇게 이기적이고 못됐다니!' 하는 생각을 떠올리고 말 정도였다. 내 기억속의 피노키오는 저렇게 못되고 막무가내인 아이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원작의 피노키오는 '세상에!'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 만큼 멋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이런 못된 꼭두각시를 아들로 생각하며 사랑으로 품으려는 제페토 할아버지가 너무 불쌍하게 느낄 정도로 말이다. 이야기가 끝이 날 때까지 끊임없이 사고를 치고, 잘못을 저지르길 반복하는 피노키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버지 '제페토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엄마' 처럼 여기는 파란 머리 요정의 말을 따르려 애쓰는 피노키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잘못을 저지르고, 반성하길 반복하면서 점차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는 피노키오의 변화가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철이 들었다 싶을 때면 또 다시 사고를 쳐버리는 피노키오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조금씩 끊임없이 자라나는 주인공의 모습. 결국 독자는 그런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드는, 그런 매력을 지닌 책이 세계명작 '피노키오'인듯 싶다.


특히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피노키오'는 책의 시작부터 피노키오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담는다. 피노키오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이야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 진 피노키오의 이야기와 다양한 사진들까지. 단순히 고전 명작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이 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책의 후반부가 아닌 초반부에 이런 정보가 더해져 있기에 책을 읽기 전부터 원작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높아진다.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피노키오와 같은 재미난 세계 명작을 짧은 이야기와 애니메이션으로 접하게 해주었다면, 이 이야기의 원작은 초등학교 고학년쯤 권한다. '피노키오'의 원작은 너무나 아이다운 모습이 잘 드러나며, 그런 아이가 점차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렸기에 더욱 좋다. 피노키오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어른이었던 '나'도 이 책을 재미나게 읽었으니, 굳이 아이가 아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에, 어른은 어른이기 때문에 '피노키오' 이야기를 보다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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