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봐! I LOVE 그림책
라울 콜론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래 전 오르세 미술관의 작품들을 얼마간 전시하던 적이 있었다. 일명 오르세전. 동행도 없이 혼자 무작정 그 전시를 보러 갔었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몇 번 가 본적 없어, 그런 공간에 간다는 것이 낯설던 그 시절. 동행도 없이 무작정 가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낯선 공간을 찾았던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나는 몇 작품들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다. 그저 책 속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거친 질감과 그 역동적인 느낌이 생경했다. 책으로 보던 것과는 너무도 달라서 한참을 멍한채로 작품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비로소 작품은 내 눈으로 직접 보아야 하는것을 알았다.

그림책 '상상해 봐!'는 나와 같이 무작정 미술관을 찾은 한 소년이 미술 작품을 접하고 느낀 그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역동적인 그림과 상상으로 버무려 멋진 이야기로 표현해 낸 책이다. 이 책은 글로 써진 이야기가 없지만, 소년을 따라 낯선 미술관에 들어서고 작품을 접하며 함께 느끼는 그 과정이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기에 마치 한 편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특히 미술관에서 만난 작품 속 주인공들이 액자 밖 실제 세상으로 빠져 나와 소년과 함께 거리로 나서는 장면은 소년이라는 주인공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 우리는 책 속의 장면이 소년의 상상임을 알고 있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라는 소년의 시선과 함께하기에 매 순간의 장면 장면이 꽤나 그럴싸 한 것이다. 액자를 빠져 나온 작품들이 도시 곳곳을 누비며 소년과 함께 모험을 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사실적이다. 소년과 작품들 그리고 '나'라는 독자가 어울려 여행하는 도시의 모습은 굉장히 감각적이고도 역동적이다.

작가님도 나와 같이 어른이 되어 처음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별이 빛나는 밤에> 를 처음 보았다고 한다. 그때의 반응을 마치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처럼 반응했다고 표현한 글을 보면, 놀람과 경이로움, 감탄을 느낀 작가님의 감정을 비스무리하게 나마 짐작할 수 있다.

작가님은 오랜 세월 영감을 준 작품 중 파블로 피카소의 <세 악사>,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앙리 마티스의 <이카루스>를 골라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작품들은 한 소년이 막 즐기려는 모험을 부추기는 흥미로운 캐릭터, 움직임, 색채, 기발한 감각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작가님의 설명을 보고 나면 이 책의 이해와 몰입이 더욱 깊어진다.

어쩐지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본 글은 푸르니 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