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뿐인 밥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김재열 옮김 / 다른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부르는 ‘뉴베리상’. 이 상을 받은 책이라면 그 어떤 정보가 없더라도 관심이 생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밥’이라는 책은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가의 신작으로, 세상의 단 하나뿐인 밥 이전 시리즈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이 뉴베리상을 받았다. 뉴베리상을 수상한 책의 후속작인 만큼 내용과 재미를 모두 담고 있어서인지, 이 책 역시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밥’ 책은 두껍다. 무려 360여 페이지가 넘어가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채 몇십 분이 지나지 않아 100여 쪽을 순식간에 읽어냈다. 체감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도 이미 1/5 이상을 읽어낸 것이다. 절대 내가 읽는 속도가 빨라서는 아니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나와 비슷한 속도를 낼 수 있을 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책 간의 행간도 넓고, 두꺼운 책 분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글이 많지 않다. 가독성이 뛰어나고 술술 읽어진다. 이 책을 분량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걱정하지 말고 읽어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2020년에 영화로 나온다는 전작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 이런 책의 후속작인 만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밥’은 책을 읽는 내내 굉장히 흥미진진한 영화 한 편이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인간에 의해 갓난아기 시절 죽을뻔한 경험을 하게 되는 강아지 ‘밥’. 밥은 형제를 잃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떠돌이 강아지 신세가 된다. 자신이 버려진 고속도로에서 작은 도로로 빠져나와 서커스 쇼핑몰이라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밥’은 죽을 고비를 넘어가며 살아남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쇼핑몰에서 만난 운명 같은 친구 아이반. 27년이란 세월을 쇼핑몰 안에서 살아온 고릴라 ‘아이반’은 떠돌이 개 ‘밥’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었고, ‘밥’도 쇼핑몰에서 2년여간을 같이 살았다. 그리고 이런 ‘밥’이 줄리아라는 인간 소녀의 집에 가서 ‘길들어가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 평생을 ‘떠돌이 개’로 살다가 자신의 형제들을 죽인 용서 못 할 ‘인간’에게 점차 길들어가는 ‘밥’. 이 책 속에선 이런 밥의 혼란과 딜레마를 함께 느껴나가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야생에서 살아왔던 떠돌이 개 ‘밥’이기 때문에 이 책의 주 서술 시점은 ‘밥’의 시선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생활을 바라보는 제3자 ‘밥’의 관점이 아주 날카롭고 예리하다.

- 인간은 별다를 게 없는 것에서도 끊임없이 차이를 찾아내. 피부색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별별 것을 다 따지지. 개들은 그런 건 신경도 안 쓰는데 말이야. 너희 생각에 달마시안은 점박이라고 내가 걔네랑 안 놀 것 같니? 쭈글이 샤페이는 주름이 많으니까 내가 같이 안 놀 거 같아?

위와 같이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이 이 책의 곳곳에서 주인공 ‘밥’의 목소리를 통해 등장한다. 동물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의아할 수밖에 없는 인간 생활의 모습들. 어쩌면 인간이 아닌 존재의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이기에 더욱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듯싶다.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솔직한 주인공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작지만 강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 한편으로는, 자신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싶어 하는 모습. 위험에 빠지는 순간엔 친구들이 아닌 ‘자기 자신’만을 먼저 생각하다가도, 뒤늦게 그런 자신의 모습에 후회하고 자책하는 모습. 책 속에서 만나는 밥의 여러 모습은 우리 인간 하나하나의 속마음과 참 닮아있다. 그래서 이런 밥의 목소리와 생각에 더욱 공감되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숨은 속마음을 ‘밥’의 생각을 통해 읽고 있으면, 마치 ‘밥’이 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솔직하게 터놓을 수 없는 생각들을 ‘밥’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어서일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밥’은 어린이 책으로 소개하기도, 성인 소설로 소개하기도 애매하다. 하지만 분명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그 누가 읽어도 마음의 울림을 남겨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워낙 가독성이 좋아 글 밥이 긴 책을 읽어나갈 수 있는 초등학생부터, 영화 같은 재미를 주면서도 감동까지 받기를 원하는 성인들까지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아직 보지 못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 원작 소설과 곧 개봉할 영화까지 모두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밥’ 책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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