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함께 빵을

카프카와 함께 빵을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근래에 만난 그래픽 노블은 한결같이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기에, 이제는 ‘아이스너 수상작’이라는 문구를 보면 절로 시선이 간다. ‘믿고 보는 책’인 것이다. 책 ‘카프카와 함께 빵을’ 역시 2018년 아이스너 상을 받은 책이다. 다만 기존의 이야기 중심의 책이 아닌 카툰을 엮어 만든 책이라는 점에서 그간 본 ‘그래픽 노블’과는 느낌이 달랐다.

저자인 ‘톰 골드’ 작가님에 대해서는 ‘카프카와 함께 빵을’이라는 책을 모두 읽어보고 나서 찾아보았다. 작가님은 가디언, 뉴욕 타임스, 뉴 사이언티스트에서 표지 일러스트와 카툰 연재를 한 세계적인 카투니스트로서, 이 책 역시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연재된 카툰을 엮어 만든 책이었다. 게다가 작가님은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시기도 했다. 작가님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거대한 로봇’, ‘달과 경찰’, ‘당신들은 내 제트팩을 보고 질투하는 것뿐이야.’ 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달과 경찰’이라는 책에 관심이 갔다.

카투니스트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작가님의 현 상황에 걸맞게 ‘카프카와 함께 빵을’ 책 속에서는 출판사와 작가가 얽힌 다양한 상황을 위트와 풍자로 재미있게 꼬집는 카툰이 많다.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

출판사 관계자와 작가로 추정되는 인물. 두 사람이 마주 보는 단 한 컷의 장면. 그리고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대사. <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잘못된 배역 선정, 어설픈 더빙, 무자비하게 잘린 줄거리, 어색한 배경, 잘못 선정된 분위기, 역사적 오류, 불필요한 누드신, 뜬금없는 해피엔드를 빼면, 선생님 소설을 저희가 각색한 것이 마음에 드십니까? > 그림 한 컷 안에 이런 재치와 풍자를 표현할 수 있는 작가님의 실력이 가히 놀라울 정도다.

'톰 골드’ 작가님은 문학에 대한 조예 역시 깊다는 것이 책 구석구석에서 묻어나온다. 이 책의 제목 역시 ‘카프카와 함께 빵을’이 아니겠는가? 그만큼 책 속에는 다양한 고전과 문학작품 들이 여럿 등장한다. 다양한 카툰들 속에서 ‘제인 에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같은 익숙한 문학작품을 주제로 그려진 카툰을 만나면 괜한 반가움이 몰려온다. 게다가 이 작품을 이렇게 유머 있는 카툰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님의 재치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앨리스에게 있는 알레르기 목록’ 편이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후속 이야기 편은 정말 인상 깊게 보았다.

‘페미니스트 제임스 본드’ 편이나 ‘오늘 당장 구독 신청하세요!’ 편에서는 여성 인권에 관한 풍자와 비판을 보여준다. ‘화난 군중’, ‘미술관 확장 계획’, ‘어떤 후보자에게 표를 던질지, 당신은 어떻게 결정하셨습니까?’ 편에서 보이는 사회의 솔직하고 부조리한 모습의 내용도 이 책의 재미와 매력을 한껏 높인다. 그저 문학과 관련된 유머러스한 카툰을 뛰어넘어 현시대와 사회를 재치있게 풍자하는 책의 모습 또한 갖춘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인 만큼 ‘책’을 주제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소재의 카툰을 만날 수 있는 책 ‘카프카와 함께 빵을’. 카툰이지만 가볍지 않고, 유머러스하지만 그 안에 ‘뼈’가 있는 내용을 읽다 보면 술술 읽고 있지만, 생각은 점점 깊이 있게 하는 묘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역시 ‘아이스너 수상작’ 답다!